이커머스업계, 배송 경쟁에 스티로폼·보냉제 일회용품 문제 지적업계 "친환경 포장재 변경시 10~20%가량의 추가 비용 발생, 포장량 줄여나갈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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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 김은희씨(34·서울)는 잠들기전 모바일커머스를 통해 내일 먹을 신선식품을 주문했다. 다음날 아침. 육류, 생선, 우유 등이 담겨진 스티로폼 상자 여러 개가 집 앞에 쌓였다. 박스를 열자 상품과 함께 아이스팩이 나왔다. 냉동식품은 별도로 또 다른 스티로폼 상자에 담겨왔다. 김 씨는 '마트에서 샀으면 이런 쓰레기가 발생하지 않았을 텐데…'라는 생각으로 택배 쓰레기를 정리했다.
지난해 ‘폐플라스틱·폐비닐 수거 대란’ 이후 우리 사회에서 플라스틱 사용 자제 움직임이 퍼지고 있다. 커피 전문점, 대형 마트, 편의점 등 유통업계는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고 친환경 제품을 만드는 등의 대안을 찾고 있다.반면 사각지대도 존재한다. 이커머스업계가 배송 전쟁에 돌입하면서 소량 주문도 대형 스티로폼 박스로 배송돼 지나치게 많은 쓰레기가 나온다는 지적이다.7일 업계에 따르면 유통업계는 최근 온라인몰에서 주문받은 상품을 다음날 아침에 배달해주는 새벽배송 서비스를 앞다퉈 선보이고 있다.
당일 배송이 가능한 슈퍼마트를 운영 중인 티몬의 경우 스티로폼 박스 대신 냉장차량과 은박보냉팩을 이용해 신선식품을 배송하고 있다.티몬 관계자는 “배달시간이 정해져 있고, 냉동·냉장차를 쓰기 때문에 집 앞까지 신선식품이 신선함을 유지해서 배달되기 때문에 아이스박스는 사용하지 않고 있다. 반면 신선도를 유지하기 위해서 최소한의 보냉팩을 사용하고 있다”고 전했다.쿠팡은 지난해부터 ‘로켓와우 로켓프레시’로 신선식품을 배달 중이다. 채소·고기·계란 등의 신선식품을 밤 12시까지 주문하면 다음날 오전 7시 이전에 배송해 주는 신선식품 새벽배송 서비스다. 반면 물건을 한 개만 시켜도 포장해서 오기 때문에 일회용품의 비중이 높다. 일부 제품에 은박보냉팩을 사용하고 있지만 아직까진 스티로폼 박스의 비중이 높은 편이다.쿠팡 관계자는 “신선식품의 특성상 스티로폼 박스와 아이스팩을 사용하지 않을 수는 없는 실정”이라며 “포장량을 줄이는 노력도 함께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해 7월 마켓컬리는 샛별배송에 사용되는 보냉제를 물과 재활용 비닐로 제작한 친환경 '에코워터팩'으로 교체했다. 하지만 교체 1개월 만에 기존 보냉제를 사용하고 다음 주문시 보냉제를 회수하는 방식으로 변경했다. 파손 문제가 발생해 소비자의 불편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현재 보냉제 성분과 포장재 소재를 변화해 해당 서비스를 재개한다는 방침이다.
마켓컬리 관계자는 “친환경적이고 재활용 분리배출도 편하게 할 수 있는 새로운 에코박스를 1월 중에 도입하려고 한다. 보냉력 테스트도 완료했고, 100% 재생지만을 사용했다”고 덧붙였다.업계는 일회용품 줄이기에 대해 다 같이 고민해야 할 문제라고 지적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일회용품을 줄여서 상품이 깨져서 오거나 터져서 와서 받게되는 고객 경험에 나쁜 감정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상품 포장에 신경 쓸 수 밖에 없다. 업계 전반이 함께 고민해봐야 할 문제”라고 전했다.현재 국내에서 발생하는 포장 폐기물은 일평균 약 2만t으로 추정된다. 택배 거래빈도가 많은 서울 지역에서는 재활용품 가운데 폐비닐이 차지하는 분량이 3분의 1에 달하는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한국통합물류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민 1인당 연간 택배 이용 횟수는 45차례로 2000년 2.4회에 비해 18배나 늘었다. 이 추세대로라면 앞으로도 배송 관련 쓰레기는 계속 증가할 것으로 우려된다.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기존 비닐·스티로폼 포장재에서 재활용이 가능한 종이 포장재로 바꾸기 위해서는 평균 10~20%가량의 추가 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추정된다”며 “친환경 포장재 도입이 업계 전반으로 확산되려면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지적했다.이같은 우려에 대해 환경부 관계자는 "지난해 대형마트와 자발적 협약으로 속비닐·비닐봉지 등의 일회용품을 줄여나가고 있다"며 "유통업계 전반에서 일회용품을 줄여나가기 위해서는 업계와 의견을 반영해 시행착오를 겪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추가적인 가이드라인을 준비해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