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BM 답보·인력 감축·주가 하락 악재 속출3분기 실적 먹구름… 15개 증권사 '하향'"밝힐 수 없다"·"사실과 다르다" 소극 대응 일관최고 경영진 리더십 도마에… "방향성 제시해야"
  • ▲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뉴데일리DB
    ▲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뉴데일리DB
    삼성전자의 위기론이 좀체 가라앉지 않고 있다. 고대역폭메모리(HBM)를 비롯한 반도체 사업경쟁력에 대한 우려가 여전한 가운데 미국 테일러 공장 가동 시점 연기, 해외 인력감축 보도 등이 잇따르면서 전방위적으로 위기감에 휩싸이는 모습이다. 

    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9월 삼성전자에 대한 리포트를 발간한 증권사 19곳 가운데 15곳이 적정 주가를 낮춰잡았다. 나머지 4곳도 직전 수준을 유지하는 데 그쳤다. 삼성전자를 둘러싼 각종 위기설이 사그라지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3분기 실적 부진에 대한 우려 마저 커진 영향이다. 

    증권사들은 삼성전자의 3분기 실적 전망치를 계속해서 낮춰잡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가 제시한 삼성전자의 3분기 영업이익 전망치(컨센서스)는 11조379억원으로 한 달 전 13조66344억원 대비 19%나 줄었다. D램 수요와 평균판매가격(ASP) 상승이 기대치를 밑돌았고 파운드리와 시스템LSI 사업 적자가 지속되는 등 주력인 반도체 부문 실적이 시장의 기대치에 미치지 못했을 것이란 관측이다. 

    이 같은 일련의 상황들은 삼성전자의 성장 가능성에 대한 시장의 기대치가 낮아지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최근 업계 안팎에서는 삼성전자의 사업경쟁력을 문제 삼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과거처럼 독보적인 주도권을 잡지 못하고 있다.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에서는 SK하이닉스와의 격차가 더욱 커지고 있으며, 파운드리 분야에서도 대만 업체인 TSMC에 밀려 입지를 잃고 있다. 스마트폰 사업도 중국 화웨이와 샤오미 등에 밀려 미래를 장담하기 어렵다. TV와 가전 등 수요도 당분간 살아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부의 위기감도 고조되고 있다. 삼성전자 노조가 지난 7월 창사 이후 55년 만에 무기한 총파업을 단행한데 이어 주니어 연차 직원들은 경쟁사로 이직을 준비하는 등 전례 없는 내부 동요가 일고 있다. 삼성전자 한 직원은 “지난달 SK하이닉스의 주니어 탤런트(3년차 미만 경력직) 채용 기간이었는데 저연차 직원들 상당수가 지원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출근해서도 자기소개서에 무엇을 쓰지 생각하는 고민을 나누더라”고 전했다. 톱다운(위에서 일방적으로 지시하는 방식) 매니지먼트 방식, 보수적이고 관료적인 조직문화, 낮은 성과급 등이 배경으로 지목된다.  

    내외부의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지만 삼성전자는 마땅한 메시지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이어지는 해외 보도와 소문에 대해서도 “사실과 다르다”, “밝힐 수 없다” 등 소극적 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모두의 시선이 쏠린 반도체 사업 50주년 행사는 열지 않기로 했고 글로벌 파운드리 행사 일부도 온라인으로 전환키로 했다. 

    문제가 있을 때 최고경영자(CEO) 급이 전면에 나서 불필요한 오해를 불식시키고 소통을 확대하는 글로벌 기업들의 행보와는 상반된다. 삼성의 ‘엄근진(엄격·근엄·진지)’한 조직문화가 여실히 반영됐다는 평가다. 

    업계에서는 사법리스크 족쇄에 갖힌 이재용 회장은 차지하더라도 삼성의 2인자로 불리는 정현호 부회장 등 최고경영진이 직접 나서 미래 비전과 결단력 있는 메시지를 제시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안팎의 위기설에 대해 직접 나서 해답을 내놓는 것만이 직면한 상황을 타파할 수 있는 가장 빠른 해결책이라는 설명이다. 

    재계 관계자는 “최고경영진이 신뢰를 줄 만한 어떠한 메시지도 내질 않으면서 안팎의 위기감이 일파만파 커지는 분위기”라면서 “현 상황에 대한 의식 공유와 핵심사안에 대해 나아갈 방향성 제시 없이 지금과 같은 상황이 이어진다면 ‘위기설’이 아닌 진짜 위기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