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K 측, 공개매수가 75만→83만원 상향최 회장측 3조7500억 조달영풍+MBK 1조6270억 마련추가 베팅 가능성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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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K파트너스·㈜영풍과 고려아연 간 경영권 분쟁이 연장전에 돌입하게 됐다. 양측이 경쟁적으로 공개매수가격을 상향함에 따라 초반 3조원대로 추산됐던 경영권 분쟁은 현재 5조원을 웃도는 ‘쩐의 전쟁’으로 비화, 승자의 저주 우려가 커지고 있다.4일 MBK·영풍 연합은 고려아연 공개매수가를 최윤범 회장 측과 같은 83만원으로 인상하고, 최소 매수 수량도 삭제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공개매수신고서를 정정 공시했다. 이로써 최 회장 측이 제시한 자기주식 공개매수 조건과 MBK 측은 동일한 가격과 조건을 갖추게 됐다.당초 MBK 측은 고려아연 공개매수를 통해 지분율을 최소 6.98%에서 최대 14.61%까지 확보한다는 계획이었다. 공개매수가격은 주당 66만원을 제시했으나 주가가 이에 못 미치자 75만원으로 한 차례 올렸고, 이날 83만원으로 재차 상향했고 최소 매수 수량은 아예 없앴다. 조건 변경에 따라 MBK 측의 공개매수 기한은 4일에서 14일로 10일 연장됐다.최 회장이 자사주 공개매수 선언과 함께 최소 매수 수량 조건을 없애면서 주가가 급등하자, MBK 측도 급히 대응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고려아연은 이날부터 오는 23일까지 주당 83만원에 최대 18%의 자사주를 공개매수한다고 밝히면서 최소 매수 조건(5.87%)을 삭제했다.최소 매수 수량 조건 삭제는 최 회장 측이 날린 회심의 카드였다. 주주들은 추후 주가 하락에 따른 손실위험을 떠안을 필요 없이 고려아연에 보유 지분 전량을 매각할 수 있게 된 것으로, 주주 불안감이 해소되며 이날 주가도 줄곧 75만원을 웃돌며 강세를 나타냈다.MBK가 공개매수가격 상승 및 최소 매수 수량 삭제에 나서며 양측의 조건은 동일해졌다. 고려아연 개인 주주들은 자신이 가진 모든 지분을 MBK 또는 최 회장 측에 넘길 수 있다. 어느 쪽의 공개매수에 응할 것이냐에 따라 다르게 책정되는 세금이 주주 선택의 잣대로 지목된다.고려아연의 자사주 공개매수 참여로 발생한 차익은 양도세가 아닌 배당소득세로 과세된다. 고려아연은 공개매수설명서에서 “세법상 고려아연이 매수하는 주식에 대해서는 주권을 회사에 반환하는 절차로서 주권의 양도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의제배당에 대한 세금이 발생할 수 있다고 밝혔다.공개매수는 장외거래의 일종으로, 이를 통해 발생한 차익엔 22%(지방세 포함)의 양도소득세율이 적용된다. 그러나 고려아연의 공개매수는 회사가 자사주를 사들이고 전량 소각하는 것이므로 배당으로 간주, 배당소득세 15.4%가 원천징수된다. 금융소득이 연 2000만원을 넘는 금융소득종합과세가 적용되면 최고세율은 49.5%에 달한다.MBK 측은 “최윤범 회장 측 자사주 공개매수는 배임 등을 이유로 한 법원의 결정이 남아 있는 등 불확실할 뿐만 아니라 자기주식 매수 한도를 넘어서는 위법한 자사주 취득 논란도 존재한다”며 “세금 측면에서도 유리한 MBK파트너스와 영풍의 공개매수에 청약하는 게 더 안전하고 합리적”이라 주장하고 있다.최 회장 측이 다시 한번 공개매수가격 상향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고려아연은 이번 공개매수에 베인캐피탈(약 4000억원)과 함께 총 3조1000억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이와 별도로 1조5000억원을 추가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도 마련해놨다. 향후 공개매수가격 추가 상향을 염두에 둔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고려아연과 MBK 측의 ‘쩐의 전쟁’의 판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고려아연과 MBK·영풍은 경영권 분쟁을 위해 직간접적으로 5조5000억원가량을 차입했다. 고려아연과 최 회장 일가, 베인캐피털이 금융권에서 3조5700억원 가량을 조달했고, MBK도 NH투자증권으로부터 1조6270억원을 차입했다. 영풍도 3000억원을 차입해 MBK에 대여해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