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추 도매가격, 평년 대비 42.9% ↑가을배추 전 '배추 보릿고개' 기간 여파배추 재배면적 감소… 포장김치 소비는 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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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필성 기자
    매년 이맘때면 배추 가격이 금값이 됐다는 소식이 어김없이 들려온다. 온라인몰과 마트에서는 배추·포장김치가 동이 나고 가격은 천정부지로 뛴다.

    4일 한국농촌경제연구원(농경연)이 펴낸 ‘농업관측 10월호’ 보고서에 따르면 이달 배추(상품) 도매가격은 10㎏ 기준 1만5000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8.4% 상승한 수치다. 평년 가격과 비교해도 42.9% 비싸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여름배추 가격 폭등의 주요 원인은 기후 문제다. 통상 식재 후 짧게는 한달 반, 길게는 두어 달이 걸리는 배추 생육 기간을 두고 보면 전년도 김장이 끝난 이후 심은 겨울배추는 이듬해 봄에 수확하게 된다.

    이후 4~5월에 식재한 배추를 7~8월에 수확하게 되는데(여름배추), 병충해·폭염·장마 등 배추 생육에 치명적인 환경이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올해의 경우 작년 보다 무더운 날이 계속되면서 최대 산지인 강원도 태백 등지에서 수급이 급감했다. 실제로 6월 안반데기 등 강원 지역 기온이 35도를 넘어가는 폭염이 지속됐다. 고랭지 배추는 전국 고랭지 배추의 90%를 차지하는 주요 생산지다.

    더위가 지속되면 배추가 제대로 자라지 않아 하(下)품으로 구분된다. CJ제일제당, 대상 등 주요 포장김치 업체에서 수매하는 기준에 미치지 못하면서 포장김치 생산도 영향을 미친다. 대형마트에서도 대부분 하품을 다루지 않다보니 공급 불안은 가격 폭등으로 이어진다.

    무름병과 씨스트선충 등 생육을 막는 악재도 원인이다. 특히 선충의 경우 한 번 발생하면 약재 처리 이후 2개월간 풋거름 작물을 재배하고 다시 밭을 갈아엎은 다음에야 배추 식재가 가능하다.

    무더위와 전염병만큼은 아니지만 고착화된 유통환경도 거론된다. ‘산지→산지유통→도매유통→소매유통→소비자’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비용적인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통상 농작물은 밭 전체로 거래하는 이른바 ‘밭떼기 거래’로 이뤄지는데, 생산이 줄어 가격이 오르면 계약한 가격대로 농가에서 판매된다.

    문제는 반대로 생산량이 늘어 가격이 내려갈 때다. 일부 중간 유통업자들이 생각했던 만큼 시세가 오르지 않으면 계약금에 추가금을 물어주고 계약을 파기하기도 한다. 싼 가격에 물량을 모두 떠안는 것보다 낫기 때문이다. 병충해와 태풍, 무더위를 피해 생육이 원활하게 이뤄지더라도 소비자가 체감할 정도로 가격이 내려가지 않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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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장김치 업체에서는 봄배추를 미리 수급해 활용하지만 한계가 있다. 봄배추 물량이 떨어지고, 7~8월에 식재한 배추가 풀리는 10월 중순 전까지 이른바 ‘배추 보릿고개’ 기간인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배추 자체가 저장성이 뛰어난 작물이 아니다보니 무작정 봄배추를 많이 수매하기도 어렵다”면서 “수매 기준에 맞지 않는 낮은 품질의 배추를 가져다가 상품화 할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주요 포장김치 업체도 여파를 피해가기 어렵다. 대상 온라인몰인 정원e샵에서도 총 54개 제품 중 23종류가 일시 품절 상태다. 특히 맛김지·백기치 등 배추김치류의 품절이 대부분이었다. 묵은지 등 일부 판매 중인 제품도 있었지만 김치류의 경우 대부분 160g 등 소용량 제품이었다.

    CJ제일제당의 CJ더마켓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48개 제품 중 24개 제품이 판매가 일시 중단된 상태였다. 총각김치와 파김치, 묵은지, 또는 300~400g 용량을 제외한 1㎏ 용량 이상의 포기배추김치와 썰은 김치 등은 모두 구매가 불가능했다.

    여름배추 주 산지 중 한 곳인 강원지역 재배면적이 줄어드는 점도 이유로 꼽힌다. 2003년 1만2000㏊(헥타르)에 이르던 재배면적은 지난해 6900㏊로 20년 사이 반토막이 났다.

    반면 포장김치 시장은 매년 늘어나고 있다. 직접 김치를 담그지 않는 소비자들이 늘어나고 있는 데다 소용량 포장김치와 배송 확대 등으로 소비자 접근성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온라인을 포함한 가정용 포장김치 시장 규모는 지난해 6560억원으로 2021년 대비 22% 증가했다.

    업계 관계자는 “재배면적이 매년 줄어들고 소비가 늘어나는 것도 이유”라면서 “특정 시기에 여러 환경적인 변수가 맞물리면서 발생하는 것으로 가을 배추가 출하되면 안정세를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