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고없이 1조 바이백 취소하자 국고채 금리 100배 올라재정 전문가 "시장 불안해지고 국가채무비율 올라갈 수 있다"
  • ▲ 청와대의 KT&G 사장 교체 개입 및 적자 국채 발행 의혹 등을 폭로한 신재민 전 기재부 사무관이 2일 오후 서울 역삼동의 한 빌딩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인사하고 있다. ⓒ 뉴시스
    ▲ 청와대의 KT&G 사장 교체 개입 및 적자 국채 발행 의혹 등을 폭로한 신재민 전 기재부 사무관이 2일 오후 서울 역삼동의 한 빌딩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인사하고 있다. ⓒ 뉴시스
    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이 폭로한 2017년 적자 국채 발행을 둘러싼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의혹 당사자인 기획재정부는 물론 여야 정치권까지 가세하면서 논란은 일파만파 번지고 있다. 

    신 전 사무관은 "최순실 게이트를 겪고 또 청와대 지시대로 해야 하느냐"면서 정부부처와 청와대 간의 폐쇄적이고 비합리적인 결정 과정을 지적했으나 논란은 정부가 적자국채 발행으로 국가채무비율을 높일 수 있었는지를 두고 흐르고 있다. 

    이 과정에서 정부·여당은 "결과적으로 적자 국채 발행을 안했다"면서 의혹을 일축했으나 재정전문가들은 "바이백 취소로 시장이 불안해지고 국가채무비율이 올라갈 수 있다"고 지적한다. 
     

    ◇ 국가채무비율, 바이백과 관계 

    재정전문가인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바이백 실시가 국가 부채비율에 영향을 주지 못하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예정됐던 바이백(국고채 조기매입)을 실시하지 않으면 적자국채 한도액이 추가로 발생해 나중에 적자국채를 발행할 수 있다. 그때 국가채무비율이 올라간다"고 말했다. 

    국가채무를 높이는 적자국채 발행규모를 늘리려면 바이백용 국채 발행 규모를 줄이면 된다. 정부는 매년 국회에 국채 발행을 위한 총 발행한도를 승인받는데 여기에는 차환발행까지 포함된다. 즉, 바이백 발행을 줄이면 향후 적자국채 발행 규모를 늘릴 수 있는 구조가 된다.

    2017년 정부가 국회로부터 승인받은 적자국채 한도는 28조7천억원이다. 그해 11월에는 한도가 8조7천억원이 남아있었다. 당시 초과세수가 14조원 규모로 전망되면서 기재부 간부들은 8조7천억원의 적자국채 추가 발행에 부정적이었다. 세금이 기대치보다 많이 걷히는데 이자를 부담해가면서 적자국채를 발행해야 하느냐는 논리였다. 적자국채를 모두 발행하면 채권 금리 폭등도 문제였다. 

    이 과정에서 청와대의 압력이 작용했다는 게 신 전 사무관의 주장이다.

    김동연 경제부총리가 '정무적 고려'를 강조하며 "추가 발행할 수 있는 적자국채 규모인 8조7천억원을 최대로 확보하라"고 질책했다는 것이다. 결국 적자국채 발행을 늘리기 위해서 바이백을 줄여야 했고 이러한 이유로 1조원 규모의 바이백이 하루 아침에 취소됐다는 것이다. 

    신 전 사무관은 당시 바이백을 돌연 취소한 이유에 대해 박근혜 정부가 예산안을 수립한 2017년 국가채무비율을 높이기 위해서였다고 주장했다. 청와대와 정부의 '작품'이라는 뜻이다. 

    향후 적자국채 추가발행을 통한 국가부채의 증가, 채무비율 상승을 의도했다는 것인데 재정전문가 역시 이러한 논리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 적자국채 발행 안했는데… 왜 '논란'?

    결과적으로 2017년 12월말까지 정부는 8조7천억원의 적자국채 전액을 발행하지 않았다. 동시에 국가부채의 증가 또한 이뤄지지 않았다. 

    하지만 갑작스러운 바이백 취소에 따른 후폭풍은 컸다. 2017년 11월 14일 기재부의 바이백 취소에 따라 국고채 3~10년물 금리는 일제히 상승곡선을 그렸다. 상승폭은 당시 일 평균 변동폭인 0.03bp의 100배 규모인 3bp(1bp=0.01%p)가량 뛰어 올랐다. 

    이에 대해 신 전 사무관은 "바이백 자체가 큰 의미가 없다고 해도 하루 전에 취소해 버리는 것은 굉장히 큰 문제"라고 했다. 

    그러면서 "납득할 수 없는 의사결정 과정을 거쳐 실질적으로 국가 경제에 금리가 뛰는 모습 만으로 죄송스러웠다. 다시는 그런 의사 결정이 반복돼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폭로 이유를 밝혔다. 실제 기재부가 바이백을 하루 전날 취소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로 꼽힌다. 

    동시에 청와대의 폐쇄적인 의사결정 과정도 도마 위에 올랐다. 

    신 전 사무관은 "기재부 내부 토론 끝에 김동연 부총리가 적자국채 발행하지 말자고 했는데 청와대가 직접 국·과장에 전화해 적자국채 발행을 안한다는 보도자료를 취소하라고 했다"고 주장했다. 청와대는 이미 추가 발행으로 대통령에게 보고해 돌이킬 수 없다고 압박을 가했다는 것이다. 

    신 전 사무관은 "정책의 합리성 여부를 떠나 대통령에게 보고된 사안이니 무조건 지켜야 한다는 식의 청와대 조직은 정말 국민을 위한 정책을 펴고 있는 것이냐"고 주장했다. 

    이에 야 4당은 적자국채 발행 강요 의혹에 대한 공동대응에 나서는 모습이다. 자유한국당은 7일 김동연 전 부총리, 차영환 국무조정실 2차장(전 청와대 경제정책비서관)을 특가법상 국고손실 및 직권남용 혐의로 고발 및 수사 의뢰했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는 "증언 효력이 없는 상임위 차원에서 사실 규명을 할 수없는 문제인 만큼 청문회 또는 국정조사를 통해 실상을 검토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