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권한대행 승계… 서면 대국민 담화·NSC 예정외교·안보까지 떠안으면 경제정책 컨트롤 적기 대처 못해환율 1500원 목전 금융 위기 수준… 경제 불안 기름 부어
  • ▲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23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출입기자 간담회에서 최근 경제현안을 설명하고 있다. ⓒ뉴시스
    ▲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23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출입기자 간담회에서 최근 경제현안을 설명하고 있다. ⓒ뉴시스

    한덕수 국무총리 겸 대통령 권한대행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27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함에 따라 현 행정부 서열 3순위인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게 됐다.

    최 부총리는 대통령, 국무총리, 기획재정부 장관 등 총 세 직책을 동시에 맡게 되며, 그의 공식 직위명(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 직무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무려 26자에 달할 전망이다.

    '권한대행'과 '직무대행'은 모두 누군가의 권한 또는 직무를 대신 수행할 때 쓴다. 다만 대통령직에는 헌법상 용어인 '권한대행'을, 총리·장관직에는 정부조직법상 용어인 '직무대행'을 사용한다. 권한대행은 단순히 직무만 대행하는 것이 아닌 대행되는 공직자의 고유 권한까지 인계받는다는 의미가 보다 강하다.

    정부조직법 제26조에 따라 최 부총리는 이날부터 대통령 권한대행직을 이어받게 된다. 총리가 아닌 국무위원이 대통령 권한대행직을 맡는 것은 1960년 이승만 전 대통령이 하야한 이후 허정 외무부 장관이 권한대행을 수행한 사례 이후 처음이다

    한 권한대행은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지난 14일 약 2주간 국정을 책임져왔으나 헌법재판소 재판관 임명을 둘러싼 야당과의 갈등이 격화되면서 결국 탄핵 절차에 이르게 됐다. 

    최 부총리는 곧바로 한 권한대행과의 면담에 이어 합참의장과 통화하고 외교·국방·행정안전부 장관들에게 서면지시를 내리며 안보와 치안 관련 일정을 소화했다. 절차상 탄핵소추 의결서 정본이 헌법재판소에 도달하고 사본이 한 권한대행에게 전달되면 최 부총리는 공식적으로 권한대행직을 수행하게 된다.

    일각에서는 최 부총리가 경제 신뢰도 회복에 집중해야 할 상황에서 외교와 안보까지 맡게 되면 경제 정책의 적시 대응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외환당국이 수급 개선책을 총동원하고 있으나 한국의 대외 신인도 하락과 이에 따른 후폭풍이 커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정치적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이날 원·달러 환율이 1480원까지 급등하기도 했다.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서도 "계엄령으로 촉발된 한국의 헌법적 위기가 심화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보다 경제 펀더멘털이 취약한 상황이라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한국 경제의 주요 축인 반도체 업황은 부진하고, 수출 증가세는 뚜렷한 둔화세를 보이고 있다. 소비 지표인 소매판매도 9월과 10월 연속 감소했다.

    최 부총리는 최근 내년 한국 경제성장률이 1%대에 그칠 가능성을 언급했으며, 일부 전문가들은 금융위기 직후에 버금가는 0%대 성장이 현실화할 수 있다는 위기감을 내비쳤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이미 불안정한 환율이 상승하고 주가가 하락하며, 한국의 대외 신인도가 하락할 위험이 있다"며 "한국은행이 발표한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 1.9%는 계엄 전 트럼프 대통령 당선만 반영한 수치로, 이후 발생한 국내 정치 불안정을 고려하면 더 낮아질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한편 최 부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과 국무총리 직무대행으로서 외교와 안보 등의 현안까지 챙기다 보면 경제부총리 본연의 역할에는 소홀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관가에선 최 부총리가 기재부 운영은 김범석 1차관에게 맡길 것이란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