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 장중 1485원 돌파…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코스피, 장중 한때 2380선까지 추락…채권시장 혼조세한덕수 권한대행 탄핵 국면 등 정치적 불확실성 장기화 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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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탄핵을 둘러싼 정치적 갈등이 장기화되면서 국내 자본시장이 수렁에 빠졌다. 정치적 불확실성 확대에 따른 원·달러 환율 급등으로 국내 증시와 채권 시장은 출렁이고 있다. 시장에선 정국 불안 장기화 리스크로 인한 성장 둔화·국가 신인도 하락 등이 환율에 추가 상승 압력을 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27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종가 대비 2.7원 오른 1467.5원으로 주간 거래를 마감했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종가 대비 2.7원 오른 1467.5원으로 출발했다. 이후 상승폭을 키우며 오전 9시 18분 기준 7.25원 오른 1472.05원에 거래됐다. 장 중 한때 1486.6원을 기록하며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5년 9개월 만에 1485원을 넘었다. 

    전날(26일) 주간거래에서도 장 중 한때 1465원을 넘어섰던 원·달러 환율 환율은 야간거래에서 더 오르면서 한때 1470원을 찍었다. 이후 소폭 내리며 새벽 2시 1469.6원에 장을 마쳤다.

    최근 상승세는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발의되면서 정치적 불확실성이 확대된 데 따른 것이다. 이미 윤석열 대통령 탄핵으로 국내 정치적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권한대행마저 탄핵으로 치닫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반영되면서 원·달러 환율은 연일 치솟았다.

    한 권한대행이 전날 대국민담화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을 심리한 헌법재판관 3명에 대한 임명을 보류하자 더불어민주당은 한 권한대행에 대한 탄핵안을 발의했다.

    정치적 상황이 혼란스러운 가운데 국회는 이날 오후 본회의를 열고 한 권한대행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표결했다. 이날 표결에서 탄핵소추안이 가결됨에 따라 한 대통령 권한대행의 직무가 정지됐다. 윤 대통령에 이어 권한대행을 맡은 총리까지 직무 정지가 결정된 것은 헌정사상 초유의 일이다.

    앞서 국민의힘 신임 비상대책위원장에 내정된 권영세 의원은 지난 26일 야당이 한 권한대행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데 대해 "제2의 외환 위기가 올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 탄핵 이후 한덕수 대행 체제가 자리를 잡으면서 원·달러 환율이 내려가는 경향이 있었는데, 엊그저께 한 권한대행 탄핵 얘기가 나오면서 1450원, 1460원을 뚫고 있다"며 "(탄핵이) 구체화한다면 1500원도 거의 넘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정치 리스크 확산…수렁 빠진 주식·채권시장

    치솟는 환율에 외국인 이탈세가 두드러지면서 국내 증시는 약세를 보였다. 

    2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 지수는 전장(2429.67)보다 24.9포인트(-1.02%) 하락한 2404.77로 거래를 마쳤다. 지수는 전장 대비 10.21포인트(-0.42%) 하락한 2419.46으로 출발한 뒤 낙폭을 확대했다. 장 중 한때는 2400대가 붕괴해 2388.33까지 추락하기도 했다. 거래량은 3억233만주, 거래대금은 6조1941억원으로 집계됐다.

    투자 주체별로 살펴보면 개인이 2149억원을 순매수했지만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1725억원, 1152억원을 순매도하면서 지수 하락을 주도했다. 특히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최근 1주일 동안 8382억원어치를 팔아치웠다.

    상승 종목은 상한가 없이 115개, 하락 종목은 하한가 없이 808개로 나타났다.

    업종별로는 의료정밀(0.57%), 전기전자(0.53%) 등이 올랐고 금속(-6.86%), 비금속(-4.81%), 증권(-3.84%) 등은 내렸다.

    시가총액 기준 상위 10개 종목들의 주가는 희비가 엇갈렸다. 삼성전자(0.19%)와 SK하이닉스(2.59%), LG에너지솔루션(1.02%), 삼성전자우(0.34%)는 상승한 반면 삼성바이오로직스(-0.32%), 현대차(-1.15%), 기아(-1.94%), 셀트리온(-1.37%), KB금융(-0.58%), 네이버(-1.10%)는 약보합 마감했다.

    코스닥 지수의 경우 전 거래일(675.64) 대비 9.67포인트(-1.43%) 내린 665.97로 장을 마감했다. 상승 종목은 상한가 5개 포함 347개, 하락 종목은 하한가 2개 포함 1287개로 나타났다.

    코스닥 시장에서도 외국인과 기관은 275억원, 1253억원을 순매도했다. 개인은 홀로 1597억원어치를 사들였다. 거래량과 거래대금은 각각 7억9457만주, 6조1365억원으로 집계됐다.

    채권 시장은 혼조세를 보였다. 채권 시장에서 국고채 3년물은 전일 대비 1.4bp(1bp=0.01%포인트) 하락한 2.634%로 마감했다. 5년물과 10년물도 각각 2.5bp, 2.8bp씩 내렸다. 30년물의 경우 3.2bp 오른 2.805%로 거래를 마쳤다.

    이재원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날 코스피는 핸들이 고장난 8톤 트럭 같은 원·달러 환율 상승과 배당락일로 인한 배당락 발생에 하락했다”며 “민주당의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에 대한 탄핵소추안 발의와 외신의 정치리스크 우려 보도가 잇따르면서 원화 가치도 급락했다”고 설명했다.

    ◆환율 리스크 지속 전망…"상단 1500원대까지 열어둬야"

    최근 우리나라 경제는 수출 증가세 둔화, 내수 경기 부진 등으로 침체 우려가 커지고 있는데, 정치 리스크가 원·달러 환율을 높이면서 기름을 부었다는 평가가 잇따랐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국내 경기를 둘러싼 대내외 환경이 개선보다는 악화하고 있는 추세임을 고려할 때 4분기 혹은 내년 1분기 GDP 성장률이 역성장을 보일 가능성이 커진 것은 물론 2025년 GDP 성장률의 하방 압력이 더욱 거세질 전망”이라며 “국내 경제 펀더멘탈 약화는 결국 환율에도 부담을 줄 것이다. 국내 외환 건전성은 양호한 상황이지만, 정국 불안 장기화 리스크로 인한 성장 둔화·국가신인도 하락 등은 원·달러 환율의 추가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치 리스크를 우려하는 주요 외신들의 보도도 이어졌다. AP통신은 “한 권한대행에 대한 잠재적인 탄핵소추는 고위급 외교를 중단시키고 금융시장을 뒤흔든 정치 마비를 심화시킬 수 있다”고 밝혔다.

    블룸버그통신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백악관에 복귀해 한국과 같은 수출 의존 국가에 타격을 줄 수 있는 다양한 보호무역 정책을 취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한국의) 경제성장 속도가 둔화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정치적 불확실성이 경제를 더 압박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계엄 사태 이후 탄핵 국면으로 진입하며 정치 불확실성의 정점은 통과했다”면서도 “헌법재판관 임명 지연과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탄핵으로 다시 한번 정치적 불확실성이 확대됐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원·달러 환율 상단을 1500원대까지 열어둬야 한다고 전망했다.

    위재현 NH선물 연구원은 "대통령 권한대행에 대한 추가 탄핵 이슈와 국정협의체 출범 등 여전히 정치권 잡음이 끊이지 않고 발생하고 있다"며 "원·달러 환율은 1450원 이하로 진정되기 어려운 상황이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도 "국무총리 탄핵으로 탄핵 정국이 장기화될 것이란 불확실성이 환율을 자극한 것으로 보고 있다"며 "장기적으로 볼 때 1500원까지 열어둬야 한다고 본다"고 분석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국내 정치 불확실성에 미 연준 금리 인하 속도조절 등으로 원·달러 환율이 조만간 1500원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한다”며 "아울러 내달 취임 예정인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정책을 시행하는 등정책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강달러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