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점검 시간 늘려야… 작업 표준화·자동화 도입""안전없는 SR-철도공단 통합 주장은 국민 눈총 살 것"
  • ▲ 철도안전 점검 나선 손병석 코레일 사장.ⓒ연합뉴스
    ▲ 철도안전 점검 나선 손병석 코레일 사장.ⓒ연합뉴스
    손병석 한국철도공사(코레일) 사장이 사고로 얼룩진 코레일의 신뢰 회복을 위해 총대를 메겠다는 태도다. 경영평가에서 낮은 성적표를 받더라도 철도안전을 위한 초석을 놓겠다는 견해다. 이를 위해 친노조 성향의 행보를 보였던 오영식 전 사장과는 결이 다른 노사관계 전략을 구사할 것으로 보인다.

    손 사장은 2일 세종 시내 모 음식점에서 기자간담회를 했다. 방점은 안전에 찍혔다. 손 사장은 "(공기업) 경영평가에 정성적인 평가가 있다. (지난해 강릉선 KTX 탈선 사고 때문에) 평가가 좋게 나오지 않을 것을 감수하고 있다"면서 "안전을 제1의 경영방침으로 하고 현장소통 전략을 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안전을 위해서) 경영평가는 신경 안 쓴다"며 "낡은 열차를 바꾸려고 안전에 투자하면 재임 기간 부채는 늘어나지만, 차량은 3년쯤 걸려 못 받는다. 그래도 누군가 해야 한다면 내가 하겠다"고 밝혔다. 코레일의 부채비율은 217.9%로 알려졌다.

    손 사장은 "심야작업 현장을 살펴보니 직원들 고생이 많은데 작업시간이 부족하다. 3시간 반은 확보해야 하나 실질적으로는 2시간 반밖에 안 나온다"면서 "30분쯤 더 여유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인력 장비를 추가하려면 비용이 굉장히 많이 든다. 그렇게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며 작업 표준화나 자동화를 해법으로 제시했다.

    코레일이 위탁 처리하는 유지보수 업무를 한국철도시설공단에 넘기는 방안에 대해선 반대 뜻을 내놨다. 손 사장은 "관련 중장비가 역을 통해 들어가 레일 위에서 움직인다"며 "운영기관에서 하는 게 가장 효율적"이라고 말했다.

    관건은 노조와의 관계 개선이다. 손 사장은 "가령 화물열차를 연결하거나 떼는 입환작업의 경우 신호수가 깃발로 신호하면 기관사가 차량을 움직이는데 의사소통이 잘못되거나 업무가 미숙하면 끼임 사고가 날 수 있다"며 "(코레일에서) 기관사 없이 리모컨으로 원격조정하는 기술을 개발했는데 노조와의 문제로 도입에 어려움이 있다"고 했다. 손 사장은 "(사 측은) 70여명의 입환 작업자를 해고하지 않고 다른 방식으로 (업무를) 전환하겠다는 건데 (노조 측은) 기지가 있는 경기 의왕에 사는 직원을 다른 본부로 발령내는 것에 대해 반대한다"고 부연했다.

    손 사장은 노사 화합이 코레일 발전의 중요한 한 축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친노조 성향의 오 전 사장과는 다른 시각을 드러냈다. 손 사장은 "(강릉선 KTX 탈선과 관련해) 내부에서 억울해하는 시각이 많다"며 "저는 다르게 생각한다. 열심히 설득하고 있다. 철도는 시스템이고 총괄을 코레일이 하는 것이다"고 역설했다.

    수서발 고속철(SRT)을 운영하는 ㈜에스알(SR)과의 통합에 대해서도 한 발짝 물러선 듯한 접근 시각을 보였다. 손 사장은 "(수평통합은) 코레일이 결정할 문제가 아니다"면서 "(코레일이 할 일은) 어떤 식으로 결정이 나든, 정부가 좋은 결정을 내릴 수 있게 도와줄 순 있다"면서 "(코레일이) 질타받는 상황이 되면 정부가 결정을 내리는 데 제약이 있을 수 있다"고 했다. 철도안전은 도외시한 채 통합만을 요구하는 것은 득보다 실이 클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손 사장은 "(노조는 통합 관련 논의의) 불씨가 꺼질까 봐 겁나는 것"이라며 "(나는) 아무리 (통합을 주장)해봤자 국민적 시각이 싸늘하면 (안 된다는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손 사장은 철도노조의 파업 가능성에 대해 "올해 파업이 없다고 장담 못 한다"면서도 "SR-철도공단과의 통합을 이유로 파업을 끌어나가기엔 국민 눈초리가 사나울 것"이라고 했다.

    손 사장은 코레일 적자의 원인으로 꼽히는 화물운송과 관련해선 "숨은 이익을 보는 측면이 있다. 손해라는 견해는 구조적인 문제와 인력의 재배치, 철도경쟁력 등 여러 이유가 있다"면서 "경영자로선 떼어버리는 게 해결방법일 수 있으나 그럴 수 없다. (앞으로) 유라시아 철도 연결되면 규모의 경제를 통해 물류 적자도 해결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이어 "국제철도협력기구(OSJD)가 관장하는 국제철도화물운송협약(SMGS)과 국제철도여객운송협약(SMPS)에 가입해야 한다"며 "유라시아 철도가 2개 협정 위에서 운영되므로 남북이 함께 가입돼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