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용역 보고 땐 용역수행기관 배제… 주먹구구 일처리 도마 위철도전문가 "대북제재 무관… '고속화 철도' 건설 제안 서둘러야"
  • ▲ 남북 철도 연결.ⓒ연합뉴스
    ▲ 남북 철도 연결.ⓒ연합뉴스
    남북 철도 연결과 관련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서라도 북측 구간의 현대화 수준을 '고속화 철도'로 서둘러 결정하고 이에 맞춰 사전 준비작업에 들어갈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그러나 철도전문가 사이에선 정부의 남북 철도 연결 사업이 주먹구구로 이뤄진다는 지적이 적잖다. 북측 구간 철도시설 현대화를 위한 사전 논의나 준비는 미국·국제사회의 대북제재와 무관하게 이뤄질 수 있는 데도 손을 놓은 모습이어서 정부 의지가 부족한 거 아니냐는 회의론마저 제기된다.

    9일 철도업계 등에 따르면 지난 2월 제2차 미북 정상회담 결렬 이후 교착상태가 장기화하면서 남북 철도 연결 등 경제협력 사업도 제자리걸음을 면치 못하고 있다.

    하지만 철도전문가 사이에서는 남북 철도·도로 연결 및 현대화사업과 관련해 정부의 접근방식에도 문제가 있다는 의견이 없잖다.

    익명을 요구한 한 철도전문가는 "중국이 북한에 고속철을 놓자는 제안을 이미 했다"며 "중국의 자본·기술력과 우리가 경쟁하기 어려운 만큼 사업 준비에 박차를 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고속철을 건설하면 나중에 대북제재가 풀려도 중국의 통제로 남북·대륙철도 연결이 제한될 수 있다"면서 "고속철은 화물 운송이 안 되므로 북에 여객·화물을 함께 실어나를 수 있는 고속화 철도를 건설하자고 제안해 주간선을 우리가 건설할 수 있게 유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중국의 철도가 접경지역인 단동(丹東)까지 와 있고 속도가 시속 230㎞쯤"이라며 "강릉선 같은 고속화 철도는 시속 250㎞까지 속도를 낼 수 있어 중국 철도와의 연결도 무난하다"고 부연했다.

    문제는 정부가 손을 놓고 있다는 점이다. 철도전문가는 "북한 철도의 현대화 수준을 결정하고, 대북제재가 풀릴 때를 대비해 미리 준비하는 것은 국제사회 제재와 무관하게 진행할 수 있다"면서 "이런 논의는 남북 경협과 관련해 구체적인 행동에 나설 것을 주문하는 북을 달래는 데도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철도업계 일각에선 청와대(BH)가 만기친람식 '청와대 정부'라는 비판에도 생각만큼 제 역할을 못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외협력을 위한 의사소통 구조에 문제가 있다는 견해다.

    한 철도전문가는 "과거 DJ(김대중)나 참여정부 시절에는 BH에서 남북 관련 사업의 연구용역 결과를 브리핑할 때 용역을 수행한 연구원들이 참석해 설명했다"면서 "현 정부 들어선 그런 모습을 찾아보기 어렵다"고 아쉬워했다. 연구용역을 맡은 담당자가 빠진 채 진행되는 업무 보고나 상황설명이 내실 있게 운영될 리 없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해 업계 일각에선 BH가 강남 부동산 잡기에 급급해 남북 철도 연결은 뒷전이라는 볼멘소리도 들린다. BH 내 교통 현안은 대통령정책실 사회수석비서관실의 국토교통비서관이 맡아 보는 데 얼마 전까지만 해도 주택도시비서관이 이 업무를 봐왔다는 것이다. 국토부 한 관계자는 "지난해 말 주택도시비서관 명칭이 국토교통비서관으로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설상가상 현 윤 모 비서관은 교통분야 전문성과 식견이 부족하다는 평가다. 2017년부터 파견근무 중인 윤 비서관은 국토부 국토정책관 출신이다. 참여정부 시절 대통령정책실에서 빈부격차·차별시정 기획단 주거복지팀장을 지낸 바 있다. 윤 비서관은 과거 건설부 시절부터 교통분야보다는 주로 주택·택지·도시 분야 업무를 맡아온 주택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