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후판 가격 동결 가능성 커원자재 가격 상승세로 인상 필요성조선업 회복세 아직 안심하기 일러
  • 지난해 말부터 이어진 조선용 후판 가격 협상이 끝을 향해 가고 있다. 올해 상반기 후판 가격이 동결될 것으로 점쳐지면서, 하반기 인상이 거의 확실시되는 분위기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조선업계과 철강업계는 이르면 이번달 안으로 올 상반기 조선용 후판가격 협상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후판 가격에 대해 구체적인 언급은 피하고 있으나, 전년 하반기 수준으로 동결될 것으로 조심스럽게 내다보고 있다.

    후판 가격에 대한 양 측의 입장이 첨예하게 다른 만큼, 당장 상반기에 후판 가격이 인상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 하지만 철광석 등 원자재 가격 상승세가 지속되면서 추후 인상될 수 있는 여지가 커진 것이 사실이다.

    후판은 선박 건조에 쓰이는 두께 6mm 이상의 두꺼운 판재류다. 선박 건조 비용의 약 20%를 차지하기 때문에 후판 가격이 인상되면 조선사들은 상승분만큼 손해를 볼 수 밖에 없다.

    양 측이 오랜 기간 협상에도 합의점을 찾지 못한 것도 이 때문이다. 조선업계는 시황이 회복세에 들어오지 않아 가격 인상 시기를 늦춰달라고 요청하고 있지만, 철강사는 원재료 가격 상승으로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특히나 조선업계는 철강업계가 이미 지난해 상반기와 하반기에 한차례씩 조선용 후판 가격을 인상한 만큼, 올해는 동결이나 인하를 바라는 눈치다.

    이런 상황에서 조선업계가 한 발 물러난 이유는 철광석 가격 상승으로 인해 철강사들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5월 초 기준 철광석 가격은 톤당 95달러를 기록했다. 올해 1월 철광석 가격은 톤당 72달러 수준이었지만, 5개월 만에 24% 이상 가격이 급등한 것이다.

    여기에 브라질 철광석 수출량 감소와 호주 철광석 수급 차질이 2분기부터 본격 반영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철광석 가격 강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철강업계도 조선업계 사정을 언제까지 봐 줄 수 없는 상황이다.

    현대중공업도 이같은 상황을 인지하고 있다. 올 1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철광석 가격을 봤을 때 하반기 협상 가격은 인상될 수 있다"면서 상반기 후판 가격수준이 전년도 말 혹은 이보다 낮은 수준에서 결정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같은 발언으로 볼 때 조선업계도 철강업계와 마찬가지로 원재료 가격 상승에 따른 후판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받아들인 것으로 보인다. 상반기 후판 가격이 동결되면, 하반기부터는 인상이 확실시되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실제로 철강사들의 1분기 실적은 저조했다. 국내 주요 철강사 중 하나인 포스코의 1분기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기간 보다 19.1% 줄어든 1조2029억원으로 나타났고, 현대제철도 27.6% 급감한 2124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조선업의 경우 장기불황에서 벗어나 부활의 조짐을 보이고 있긴 하지만, 아직까지 안심하기엔 이르다는 지적이다. 올해 선박 건조 물량이 늘어나면서 실적도 다소 개선되고 있지만, 선박 가격 회복이 지연되면서 매출이익이 높지 않다는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시장에서는 후판 가격이 상반기에는 동결되고, 하반기부터 인상될 것이란 분위기가 강하다"면서 "다만, 조선업계와 철강업계 입장차가 뚜렷한 만큼, 최종 결론이 나오기 전까지는 확실하게 알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