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삼성에 반도체 보조금 확정… 투자 조정으로 26% 감액테일러 공장 2026년 가동… 첨단 생산·R&D 중심지로정권 교체 전 보조금 확정
  • ▲ 공사가 진행중인 경기도 평택시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모습. 위 사진은 본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뉴시스
    ▲ 공사가 진행중인 경기도 평택시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모습. 위 사진은 본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뉴시스
    삼성전자가 주요 반도체 기업 중 마지막으로 미국 정부로부터 보조금 지급 확정을 받으면서 오는 2026년 가동 목표인 테일러 공장 건설에도 박차를 가할 전망이다.

    22일 산업계에 따르면 미국 상무부는 지난 20일(현지시간) 반도체법에 따라 삼성전자에 47억4500만 달러(약 6조9000억원)의 보조금을 지급한다고 최종 발표했다.

    이는 양측이 지난 4월 예비거래각서(PMT)에 서명할 때 발표한 64억 달러(약 9조2000억원)에 비해 약 26% 감액된 것이다. 삼성전자가 투자 계획을 줄이면서 지원 규모도 조정된 것으로 전해진다.

    삼성전자가 미국으로부터 지급받은 보조금은 앞서 규모를 확정 지은 인텔(78억6500만달러)과 TSMC(66억달러), 마이크론(61억6500만달러)보다도 적다.

    다만 삼성전자의 투자 계획이 일부 변경된 것을 감안하면 투자금 대비 보조금 비율은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삼성전자의 투자금 대비 보조금 비율은 12.7%로, 미국 기업인 마이크론(12.3%)이나 인텔(8.7%)보다 높다. 지난 19일 미국과 직접 보조금 지급 계약을 맺은 SK하이닉스의 투자금 대비 보조금 비율은 11.8%, 대만 TSMC는 10.3%다.

    당초 삼성전자는 오는 2030년까지 미국에 총 440억달러를 투자하기로 하고 64억달러의 보조금을 받는 예비거래각서를 맺고 미국 정부와 협상해 왔다. 그러나 협상 과정에서 최종 투자 규모를 '370억달러 이상'으로 낮춘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는 효율적인 글로벌 투자 집행을 위해 일부 변경된 중장기 투자 계획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최근 평택캠퍼스와 기흥 NRD-K 등에서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와 첨단 패키징을 포함한 연구개발(R&D) 팹(fab·반도체 생산공장)에 충분한 생산 능력을 확보했다.

    특히 지난달 18일 설비 반입식을 진행한 기흥 NRD-K는 미래 반도체 기술 선점을 위해 건설된 최첨단 복합 연구개발 단지로, 메모리와 시스템, 파운드리 등 전 분야의 기술 연구 및 제품 개발이 이뤄질 예정이다. 이 단지는 내년 중순 본격 가동될 예정이며, 2030년까지 총 20조 원이 투자된다.

    한편, 2022년 착공한 테일러 공장은 속도 조절로 가동 시점이 2024년 하반기에서 2026년으로 연기됐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도 지난 10월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테일러 프로젝트가 변화하는 상황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언급했다.

    삼성전자는 이번 미 상무부와의 협상을 토대로 첨단 미세공정 개발, 테일러 공장 건설, 고객 유치 등에 박차를 가해 2026년 테일러 공장 가동 준비에 차질이 없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삼성전자는 테일러 공장에 최첨단 로직 생산 라인과 연구개발 라인을 건설할 계획이며, 이를 통해 테일러 공장을 미국 내 첨단 미세공정 구현 및 연구개발 중심지로 육성할 예정이다.

    지나 러몬도 미 상무부 장관은 "삼성의 이번 투자로 미국은 공식적으로 세계 5대 첨단반도체 제조업체를 모두 보유한 지구상 유일한 국가다"며 "이것은 놀라운 성과로 인공지능(AI)과 국가안보에 필수적인 최첨단반도체의 꾸준한 국내 공급을 보장하는 동시에, 수십만개의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고 미 전역 지역사회를 변화시킨다"고 강조했다.

    전영현 삼성전자 DS부문장(부회장)은 "오늘 반도체법에 따른 미국 정부와의 협약은 우리가 미국에서 최첨단 반도체 생태계를 구축하고 투자를 지속하는 과정에서 또 하나의 이정표가 될 것"이라며 "다가오는 AI 중심 시대의 진화하는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미국 파트너사들과 더 협력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SK하이닉스에 이어 삼성전자까지 반도체 보조금을 확정받으면서 트럼프 당선인 취임에 따른 우리 기업의 불확실성이 상당부분 해소됐다.

    일각에선 트럼프 행정부 출범 후 기존에 미국 정부가 약속한 반도체 보조금이 축소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러몬도 장관도 이러한 변수를 고려해 정권 교체 전 반도체 보조금 확정을 서두른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행정부 정부효율부 공동 수장으로 지명된 비벡 라마스와미는 지난달 26일(현지시각) X(옛 트위터)에 상무부의 반도체 보조금 신속 집행 기조를 두고 "매우 부적절하다"며 "그들은 권력의 이양을 앞두고 지출을 가속하고 있다"고 비판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