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1450원대… 탄핵 여파로 지속 상승주유소 기름값 10주 연속 상승세… 대다수 먹거리 영향"고환율로 밥상 물가 더 뛸 가능성 높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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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잠잠했던 물가에 다시 비상등이 켜졌다. 원달러 환율이 2009년 금융위기 이후 15년 만에 처음으로 1450원대로 치솟으면서 물가를 자극하고 국민 생활과 밀접한 기름값과 먹거리가 줄줄이 오르고 있어서다.
22일 외환시장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은 지난 19일 1451.9원에 거래를 마치며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5년 만에 1450원을 돌파했다.대통령 탄핵 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했지만 원달러 환율은 좀처럼 진정되지 않고 있다. 여기에 최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하 속도 조절이라는 추가 악재에 영향을 받았다.문제는 탄핵 정국 등 국내 요인과 다음 달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등 외부 요인을 고려할 때, 앞으로도 원달러 환율이 1450원 부근에 머물며 경우에 따라 1500원에 이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는 점이다.
일본 최대 증권사인 노무라증권은 "미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은 내년 5월까지 1500원으로 오를 것"이라고 예고했다. 미국 뱅크오브아메리카도 "경기가 좋지 않아 금리 인하 가능성이 커지고 탄핵 사태까지 덮치면서 원화 급락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환율과 물가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는 기름값은 이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이달 셋째 주(15∼19일) 전국 주유소 휘발유 평균 판매가는 직전 주 대비 리터(L)당 7원 상승한 1653.2원을 기록했다. 경유 평균 판매가격도 L당 8.3원 상승한 1497.5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10주 연속 동반 상승이다.
대한석유협회 관계자는 "국제유가 강세와 원달러 환율 상승으로 휘발유와 경유 가격 모두 당분간 오름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
원화 값이 하락하면 미국 달러로 값을 치르는 수입 식품 가격은 비싸진다. 수입 의존도가 높은 식품업계에는 치명타가 될 수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로 수입된 식품 등은 1838만톤(t), 348억달러에 달한다.
식품업계에서는 이미 가격 인상 움직임이 시작됐다. 동아오츠카는 원부자재 가격 상승과 물류비용 증가를 이유로 내년 1월1일 포카리스웨트와 데미소다 등 주요 제품 가격을 100원 인상한다고 예고했다.
오리온은 이달 초코송이, 오징어땅콩 등 13개 제품 가격을 평균 10.6% 인상했고 해태제과도 홈런볼, 포키 등 10개 제품 가격을 평균 8.6% 올렸다. 동서식품은 지난달 15일부로 인스턴트 커피, 커피믹스, 커피음료 등 제품 출고 가격을 평균 8.9% 인상했다.
고공행진 중인 환율로 생활 물가가 내년에 더 높아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환율은 소비자물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수출 측면에서는 긍정적이지만 수입 물가를 끌어올려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 압력으로 작용한다.
실제로 한국은행에 따르면 11월 수입물가지수는 한 달 전보다 2.2% 올랐다. 이는 8월(-3.5%)과 9월(-2.6%) 두 달 연속 하락한 뒤 석 달 만에 반등한 것으로, 지난 4월(3.8%) 이후 6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수입물가는 통상 한두 달 정도의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에 반영되므로 1% 초반으로 내려간 물가 상승률이 다시 오를 가능성도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4%대 후반까지 갔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 2~3월 3.1%로 정점을 찍은 뒤 4월(2.9%)에는 3% 아래로 내려가며 2%대를 기록하며 둔화됐다.
이어 9월(1.6%)부터는 3년 6개월 만에 1%대로 내려갔고 10월(1.3%)에는 2021년 1월(0.9%) 이후 45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이후 11월(1.5%)까지 3개월 연속 1%대 상승률을 보였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더불어민주당 김현정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를 통해 "생산 원가에서 원재료가 차지하는 비중이 60∼70%인 식품산업과 30∼40%를 차지하는 외식산업에서 물가 인상의 압력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고 예측했다.
이어 "고환율로 인한 수입 재료 가격 상승은 생산 비용 증가로 이어지고 이는 가공식품과 외식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