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510가구 송파 '헬리오시티' 정문에 싱크홀 발생단지-지하철역 연결 공사과정에서 하수도관 연결 잘못돼주민들, 연약지반과 부실공사 의혹 제기
  • ▲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온 송파 '헬리오시티' 정문 싱크홀 모습.ⓒ인터넷 캡처
    ▲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온 송파 '헬리오시티' 정문 싱크홀 모습.ⓒ인터넷 캡처

    국내 최대 규모 아파트 단지인 서울 송파구 가락동 '헬리오시티' 정문 출입구에 '싱크홀(땅꺼짐)'이 발생해 충격을 주고 있다. 지난해 말 입주를 시작해 완공된 지 1년도 안 된데다가 지하철역과 인접한 곳이어서 부실공사가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조합 측은 지하철역과 단지를 연결하는 공사 과정에서 하수도관 연결이 잘못돼 발생한 사고라고 해명하고 있다. 하지만 주민들에게 명확한 설명없이 사고 하루만에 서둘러 메꿔 주민들의 불안감을 증폭시키고 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헬리오시티' 아파트 정문 출입구 문주(기둥) 근처에 땅꺼짐 현상이 발생했다. 보도블록이 주저앉았고 흙과 쇠파이프 등이 그대로 노출됐다.

    서둘러 사고 현장 주변에 바리케이트를 치고 통행을 막아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새로 지은 아파트 단지 입구가 무너져 내린 것에 주민들의 원성이 자자하다.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송파 헬리오시티 정문 싱크홀'이라는 제목과 함께 사고현장 사진이 올라왔다. 해당 글에는 "땅을 대충 다졌나보네", "건물이 아닌 길이라 다행입니다만 대충 메워서 될 일은 아닌거 같네요", "잠실 근처로 원래 싱크홀 많이 생기던" 등의 댓글이 달렸다.

    단지 인근에서 만난 한 주민은 "이곳이 원래 연약지반으로 지반침하가 잘 진행되는 곳이란 얘기를 들었다"면서 "비가 많이 와서 토사가 쓸려가 땅이 꺼진 것 같은데 계속 흙만 메워서는 앞으로 비슷한 일이 반복될 것 같아 불안하다"고 하소연했다.

    사고 현장을 직접 가보니 현재는 흙을 메우고 보도블록을 새로 설치해 놓은 상태였다. 다만 사고 원인에 대해 입주민들에게는 어떠한 설명도 없었다.

    이에 대해 아파트 조합 측은 정문 밑을 지나는 지하 하수도관 연결이 잘못 돼 그 틈으로 토사가 흘러 들어간 것으로 보고 있다.

    관리사무소 한 직원은 "아파트 단지와 지하철역을 잇는 공사가 진행중인데 이 과정에서 하수도관 연결이 잘못 돼 틈이 벌어졌다"며 "이곳으로 토사가 빠져나가 집중호우가 있기 전부터 보도블록이 서서히 주저앉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새벽에 땅꺼짐 현상이 발생한 것을 알고 신고했고 바로 해당 시공사 측에서 찾아와 복구했다"고 덧붙였다.

  • ▲ 싱크홀이 발생한 '헬리오시티' 아파트 정문 출입구의 현재 모습.ⓒ정상윤 기자
    ▲ 싱크홀이 발생한 '헬리오시티' 아파트 정문 출입구의 현재 모습.ⓒ정상윤 기자

    현재 이곳은 서울지하철 8호선 송파역 3, 4번 출입구가 맞닿은 곳으로 출입구 위치를 변경하고 지하에서 곧바로 단지내 상가로 연결되는 공사가 진행중이다. 이 공사는 조합 측에서 선정한 소규모 시공업체가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이 단지는 삼성물산, 현대건설, HDC현대산업개발 등 국내 굴지의 대형 건설사기 시공을 맡았지만 이번 사고와는 무관하다는 것이다. 부실공사 의혹에 대해서도 선을 그었다.

    시공을 맡았던 건설사 한 관계자는 "이번 땅꺼짐 현상과 아파트 공사와는 전혀 관계가 없다"며 "조합 측이 새로 선정한 업체가 추가 공사를 하는 과정에서 토사 유실이 발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주민들의 불안은 여전하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14년 이후 5년간 서울 시내에서 발생한 싱크홀 사고는 법적 기준 이상(면적 1㎡ 또는 깊이 1m 이상)인 경우가 164건에 달했다. 이중 서초구(24건)와 강남구(16건), 송파구(14건) 등의 순으로 많았다.

    업계 한 전문가는 "과거 한강 본류가 흐르거나 범람원이었던 송파와 서초구는 모래와 자갈 등 연약 지반으로 이뤄져 있어 지하에 공간이 생길 가능성이 높다"며 "터 파기 공사 때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헬리오시티 단지 인근에서 2014년 대규모 싱크홀이 발생해 충격을 주기도 했다. 당시 이 싱크홀은 지하철 공사 과정에서 토사가 유실돼 발생한 것으로 결론내려졌다.

    한편 헬리오시티는 옛 가락시영아파트를 재건축해 지하 3층~지상 최고 35층, 5개 단지, 84개동에 총 9510가구로, 단일 단지로는 국내 최대 규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