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남기 "분양가상한제 시행령 내달 하순 마무리""일본 백색국가 배제 기업 피해 아직 없어"조국 해임 건의 질의에 "진실 가려지는 것 봐야"
  • ▲ 국회 대정부질문.ⓒ연합뉴스
    ▲ 국회 대정부질문.ⓒ연합뉴스

    국회는 30일 오후 본회의를 열고 사흘째 대정부질문을 이어갔다. 이날 경제분야 대정부질문에선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과 부동산 정책 등을 두고 여야가 격돌했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국회 차원의 경제 원탁회의에서 소득주도성장과 자유한국당이 대안으로 제시하는 민부론(民富論)에 대해 논의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부동산 시장의 뜨거운 감자인 분양가 상한제와 관련해 "관련 시행령 개정작업이 다음 달 하순쯤 마무리될 듯하다"고 말해 강남을 타깃으로 한 고강도 부동산 대책이 임박한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낳았다.

    이날 경제분야 대정부질문에는 더불어민주당에선 송영길·정성호·박홍근·윤관석·서삼석 의원, 자유한국당에선 김광림·이헌승·윤영석·송희경·윤한홍 의원이 각각 질문자로 나섰다. 바른미래당 정운천, 민주평화당 김광수 의원도 질의에 나섰다.

    이날 야당은 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폐기해야 한다고 거듭 주장했다. 한국당은 내년 총선 공약이자 황교안 대표의 대선 경제 공약이기도 한 민부론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이 총리는 국회 차원의 경제 원탁회의에 응할 용의가 있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김광림 의원은 대정부질문에서 이 총리에게 "정부의 소득주도성장과 민간 주도 경제 대안인 민부론의 원탁회의를 제안하면 동의하겠느냐"고 물었다. 이 총리는 "얼마 전에도 경제 원탁회의 합의까지 했다가 국회 사정으로 무산된 일이 있다"며 "국회에서 합의해주면 정부도 기꺼이 동참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이어 "민부론 내용 중 동의하지 않는 부분이 있느냐"고 물었고, 이 총리는 정당의 정책에 관해 의견을 내는 것에 조심스러워 하면서도 "양극화가 심해지고 저소득층이 늘어나는 데 정부가 역할을 하지 않고 민간의 힘으로 어떻게 치유할 것인가 하는 의문을 가졌다"고 말했다.

  • ▲ 답변하는 홍남기 부총리.ⓒ연합뉴스
    ▲ 답변하는 홍남기 부총리.ⓒ연합뉴스

    현 정부 들어 일관되게 추진돼 온 부동산 옥죄기 정책에 대해서도 의견이 나왔다. 특히 시장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민간 분양가 상한제에 대해 질의가 쏟아졌다. 정부는 부동산 과열을 잡겠다는 견해를 확실히 했다. 홍 부총리는 분양가 상한제와 관련해 "정부는 부동산 과열이나 비정상적인 시장이 이뤄지는 것은 좌시하지 않겠다"면서 "분양가 상한제 작동 요건을 완화하는 시행령 개정작업이 다음 달 하순쯤 마무리될 듯하다. 제도화 과정에서 아파트 공급이 위축되는 것을 최소화하면서 (강남 중심의 재건축 아파트 과열 분위기를 잡을) 방법이 있는지 관계부처 간 협의가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홍 부총리는 부동산 시장과 관련해 "9·13 조치 후 안정되던 부동산 시장이 지난 7월부터 이상 조짐을 보였고 9월 들어 특히 강남 재건축 중심으로 그런 움직임이 강해졌다"면서 "면밀하고 충분한 검토를 거쳐 분양가상한제 도입과 적용 여부를 판단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일본의 백색국가(화이트리스트·수출절차 우대국) 배제에 따른 정부 대응에도 질의가 집중됐다. 정성호 의원은 "정부 대책의 효과가 어떠하냐"고 질의했다. 홍 부총리는 "파악한 바로는 소재·부품·장비의 공급 제한으로 말미암아 실질적으로 기업의 생산 능력에 피해가 일어난 경우는 없다"고 밝혔다. 그는 다만 "기업이 (일본의) 보복 조치로 불안감과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어 정부가 대응하고 있다"고 역설했다. 단기적으로 수급 애로를 해결해주고 항구적으로는 관련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방향으로 조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홍 부총리는 세계 경제 위축과 관련해선 "경기 하방 리스크가 확대되는 양상"이라고 진단하고 "정부는 국내 투자와 수출을 높이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해 총력 대응하고 있다. 재정이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 ▲ 대정부질문 참석한 이낙연 총리.ⓒ연합뉴스
    ▲ 대정부질문 참석한 이낙연 총리.ⓒ연합뉴스
    이날 경제분야 대정부질문에서도 조국 법무부 장관이 도마 위에 올라 여야가 공방을 벌였다. 이헌승 의원은 이 총리에게 조 장관의 해임 건의 의사를 물었다. 이에 이 총리는 "해임 건의 문제는 진실이 가려지는 것을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훗날 저의 역할이 무엇이었던가 하는 것은 자연스레 알 수 있게 되리라 생각한다"고 즉답을 피했다. 김광림 의원은 "조 장관을 둘러싼 논란으로 국정 마비 현상이 50일을 넘어 재계에서는 '경제는 버린 자식'이라는 한숨이 나온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이 총리는 "경제는 법무장관의 업무가 아니다"고 응수했다.

    윤관석 의원은 "검찰 내부에서 특정 정치 세력과 수사 기밀을 갖고 피의사실 유포를 통해 부당거래를 하고 있다면 윤석열 검찰총장은 즉각 철저히 조사해 합당한 징계를 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이 총리는 "검찰의 신뢰 회복을 위해서라도 필요한 조치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 총리는 검찰의 조 장관 관련 수사와 관련해 "혐의를 철저히 수사하는 건 옳은 일이지만, 헌법과 법률의 테두리를 잘 지켜야 한다. 공권력 집행은 국민의 기본권을 제약하므로 절제하면서 해야 하는 게 본래의 의무"라며 "이 원칙을 충실히 지키고 있는가 검찰 스스로 성찰이 필요하다"고 힘주어 말했다.

    한편 이날 본회의는 민주당이 이주영 국회 부의장의 사회권을 인정할 수 없다고 반발해 30분쯤 파행을 겪었다. 이날 이 부의장은 본회의 시작 후 문희상 국회의장으로부터 사회권을 넘겨받고서 지난 26일 여야 합의없이 본회의를 정회한 것에 대해 유감을 뜻을 표했다. 이 부의장은 지난 대정부질문에서 조국 법무부 장관이 자신의 집을 압수수색 하던 검찰과 통화했다고 인정하자 한국당이 긴급 의원총회를 이유로 요구한 정회를 받아들여 본회의를 중단시킨 바 있다. 여야 공방이 계속되자 이 부의장은 "다음에 또 그런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저도 노력할 테니 여야 의원들도 노력해달라"면서 자제를 요청했고, 국회 대정부질문이 재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