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일 유예조치에도 혼선 지속…기업들, 물량 조기 출하로 대응年 100억 수출 美 시장 포기… 마진 낮은 인도로 눈 돌리기도 "알루미늄 함량·HS코드 적용 어렵다"…정부 정보 지원 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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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정책이 불과 며칠새 손바닥 뒤집 듯 바뀌면서 국내 수출 중소기업들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한국에 부과한 25% 상호관세 부과를 하루도 채 지나지 않아 90일 유예를 선언해 관세율은 10%로 낮아지게 됐다. 단, 철강·알루미늄·자동차 등에 관한 품목별 관세 25%는 그대로 유지된다.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관세율에 중소기업들의 대응 부담은 더 커지고 있는 것.11일 일부 중소기업은 관세가 본격 적용되기 전에 대미 수출 물량을 최대한 앞당겨 출하하는 방향으로 긴급 대응에 나서고 있다.한 섬유 관련 중소기업 관계자는 "석 달 간 관세 유예기간도 확실하다고 볼 수 없기 때문에 미국에 내달까지 최대한 넣을 수 있는 물량을 보내둘 계획"이라고 밝혔다.이 관계자는 "우리 같은 작은 회사가 당장 미국 현지에 공장을 세우는 일은 불가능에 가깝다"면서 "한미 간 관세 협상이 이뤄질 때까지 현지에 선수출 하는 방향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해당 산업은 지금껏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관세 없이 수출이 이뤄졌으나 이대로 석달 뒤 상호관세가 부과되면 마진에서 25%가 증발된다.품목관세 25%가 시행되고 있는 알루미늄 업계는 미국 시장 수출을 잠정 보류했다.알루미늄 포장지 생산해 미국에 수출해온 일진알텍 현용길 대표는 "도저히 미국 관세를 감당할 수 없어서 인도와 튀르키예에서 일감을 확보했다"면서 "미국보다 마진이 20%이상 감소하지만 직원들 월급 주려면 공장은 돌려야 하지 않겠느냐"라고 말했다.이 회사는 지난해 연간 미국에 100억원 규모의 알루미늄 포장지 등을 수출했는데 전체 회사 매출의 20% 정도 차지한다.현 대표는 "설령 미국에서 알루미늄도 관세를 유예해 준다고 해도 트럼프가 어떻게 나올 지 모르지 않느냐"면서 "우리처럼 주문자 생산방식인 기업이 해당 주문에 맞는 원료를 들여와, 제품을 제작해 배로 미국에 보내는 데까지 최소 90일 이상 소요돼 관세협상을 기다릴 수만 없었다"고 성토했다.트럼프 행정부가 정한 '90일 관세 유예기간'이 언제든 조기종료될 수 있는 데다 오는 6월 3일 대통령 선거로 새 정부와 트럼프 행정부 간 협상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어 실질적 효과는 제한적이란 평가다.특히 알루미늄 제품을 수출하는 기업들은 제품 내 함량 계산부터 미국 통관 기준에 맞춘 HS코드 적용까지, 복잡한 절차와 해석의 어려움으로 현장에서 혼선을 겪고 있다.중소기업부와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달 철강·알루미늄 수출기업 2942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응답자의 42.8%가 관세로 인한 수출과 매출에 영향을 받았다고 답했다. 또 응답 기업의 51.3%는 '정부가 미국의 관세 정책과 적용 기준을 더 상세하게 안내해줘야 한다'고 답했다.중기부는 수출 중소기업의 관세 피해를 돕기 위해 ▲ 290억원 수출 바로 프로그램 ▲ 관세청과 핫라인을 통한 원산지 증명 제공 등을 지원하고 있으나 역부족이란 평가가 나온다.한 중소기업 관계자는 "중기부가 저금리로 정책자금을 내놔도 중견기업이나 브로커 등이 독자치하는 구조로 우리 같은 작은기업이 타내기는 역부족"이라며 "지난 3월 20일(관세조치) 이후, 매일같이 정부 정책보조금을 신청하라는 브로커들이 전화가 오는데 이들 수수료는 5% 수준이라 차라리 정책자금을 포기하는 편이 낫다"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