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DI 지수 한 달 전 1600→1200으로 '뚝'SCFI도 3개월 새 1000 내려 … 시황 급랭주문 취소·수출 중단 … 교역 경색 현실화관세전쟁 장기화 시 수요 위축 타격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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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무역 환경이 관세전쟁 여파로 얼어붙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정책이 오락가락하는 사이 항만에는 미국 수출 물량들이 쌓이고, 주문 취소가 잇따르고 있다. 물동량 감소에 주요 해운운임 지수 역시 둔화 추세로, 해운 시장에 위기감이 확산하고 있다.11일 업계에 따르면 BDI(발틱운임지수)는 이달 10일 1269를 기록했다. BDI는 철강·석탄·곡물 등 원자재를 실은 벌크선이 얼마나 많이 돌아다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로, 세계 경제의 선행지표로서 경기 흐름을 예측하는 데 활용된다. 한 달 전 1600을 웃돌았던 BDI는 현재 손익분기점(1300) 아래로 급락해 있다.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최근 한 달 1200~1300선에서 횡보하고 있다. 올 초 2500선 돌파 이후 계속 떨어져 3개월 새 1000 이상 내려앉았다. 연초에는 미국의 대중국 관세 부과 예고로 중국이 ‘밀어내기’ 수출에 나서면서 해상운임이 강세를 보였지만, 이후 물동량이 줄며 컨테이너 시황이 급격하게 악화했다.해운 시장이 글로벌 무역 갈등의 직격탄을 맞은 형국이다. 미국은 최근 중국 외 국가들에 대한 상호관세는 90일 유예했지만 10%의 기본관세와 철강·알루미늄, 자동차에 대한 25% 품목별 관세는 유지하기로 하며 무역 장벽을 높였다. 특히 중국에는 125%의 관세 폭탄을 투하했고, 중국이 84%(총 104%)의 보복관세를 발효하며 치킨게임이 격화하고 있다.미국과 중국의 관세전쟁이 극으로 치닫는 사이 양국 간 교역 경색은 현실화하고 있다.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의 대중국 관세가 대폭 인상되자, 미국 전자상거래업체 아마존을 비롯한 수입업자들이 중국 공장에 대한 주문을 취소하고 있다. 미국 최대 유통업체 월마트도 중국 공장에 10여년 만에 처음으로 가격표를 붙이지 말 것을 요청했다.미국으로 수출 예정이던 자동차들도 미국이나 유럽 항만에서 출항하지 못하고 발이 묶였다.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일부 완성차업체들은 관세 부과 후 미국행 선적을 중단했고, 이미 출하한 물량은 미국 항만에 대기시키고 있다. 트럼프의 관세 정책이 오락가락하자, 완성차업체들이 항만에 차를 쌓아두고 상황을 지켜보기에 나선 것이다.전문가들은 글로벌 보호무역주의 강화로 자국산 우선 소비 분위기가 형성되고, 교역량은 더 줄어들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여기에 코로나19 시기 대거 발주된 선박이 항로에 속속 투입, 공급 과잉 현상이 심화할 수 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신규 선복량은 305만TEU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고 올해 206만TEU의 선복이 더 공급될 예정이다.트럼프 행정부는 중국 선박에 수수료 부과를 검토하는 등 중국에 대한 제재 수위를 높이고 있다. 앞서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지난 2월 중국의 글로벌 조선·해운·물류 산업 지배력 확대에 대한 조사를 마친 뒤 중국산 선박이 미국 항만에 입항하는 경우 최대 150만 달러의 접안료를 부과하는 방안을 제안했다.이 같은 정책이 현실화하는 경우 전 세계 선박 약 98%가 수수료 부과 대상으로, 한국 조선·해운업이 수혜를 입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글로벌 선주들이 중국 조선소에 주문한 선박 발주를 취소하고 한국 조선소에 제조를 의뢰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미주 항로에서 안정적인 서비스를 제공 중인 HMM, SM상선 등 국내 주요 선사도 점유율 확대를 꾀할 수 있다.다만 글로벌 관세전쟁의 파장이 물류 시장을 시작으로 실물 경제 전반으로 확산되는 점은 우려스러운 부분이다. 단기적으로 한국 조선·해운업의 수혜를 기대할 수 있으나, 상품 가격 상승에 따른 소비 심리 위축은 글로벌 물동량을 감소시키고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 치명타를 입힐 수 있다는 분석이다.한국해양진흥공사는 최근 리포트를 통해 “전 항로에 걸쳐 수요 부진과 공급 과잉이 계속되며 운임이 약세”라며 “지난해 하반기 운임 강세를 견인했던 사전 선적의 실종은 장기 재고 보관이 어려운 제품을 제외하고는 신규 발주를 억제시키는 효과를 유발하며 올 여름 성수기 수요에도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