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안전공단 역량 먼저 제고"임종성 의원 "안전관리체계 부실"전문가 "공단 신뢰도 떨어져" 지적
  • ▲ 답변하는 김현미 국토부 장관.ⓒ연합뉴스
    ▲ 답변하는 김현미 국토부 장관.ⓒ연합뉴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철도안전을 총괄 전담하는 조직(가칭 철도안전기술원) 설치를 검토하겠다고 밝혀 앞으로 추진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김 장관은 21일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의 국토부에 대한 종합 국정감사에서 철도안전을 책임질 전담 관리기관이 없다는 더불어민주당 임종성 의원의 지적에 "외국과 같은 전문기관이 없는 현실을 알고 있다"면서 "우선 한국교통안전공단의 역량 제고에 힘쓰고 중기적으로 전문기관 설치를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임 의원은 철도 관련 사고와 부실이 끊이지 않는다며 철도안전전담기관 도입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임 의원은 "도심·지방에서 21개의 철도운영사가 하루 1만5000여대의 열차를 운행하고 하루 1100만명의 국민이 열차를 이용하지만, 철도 안전은 시설·차량 노후화와 안전관리 부실로 날로 취약해지고 있다"면서 "(지난달) 감사원의 '철도안전 관리실태' 감사결과를 보면 고속차량만 해도 차량 정비 부실이 1만6350건, 고장 난 차 영업 888건, 부품 교체·정비주기 미준수 등 수천 건의 안전법·규정 위반사례가 적발됐다"고 설명했다. 임 의원은 "철도 안전관리체계 자체가 매우 부실하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역설했다.

    임 의원은 "해외의 철도안전관리시스템을 조사해보니 우리나라만 철도안전을 위한 전담 관리기관이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면서 "유럽연합(EU)의 경우 철도안전법(철도안전지침·RSD)에 따라 독립적인 안전 전문기관을 두고 있다. 영국 철도안전표준위원회와 프랑스 공공철도안전기구는 그 전문성이 세계 최고 수준이다"고 부연했다. 그는 "우리나라는 철도안전 전문 인력이 아닌 교통안전공단과 국토부의 소수 인력이 철도 안전관리를 책임지는 현실"이라며 "별도의 안전관리조직이 있는 국내 항공, 해운, 도로와 비교해도, 철도의 중요성을 고려했을 때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했다.

  • ▲ 탈선한 강릉선 KTX 열차.ⓒ연합뉴스
    ▲ 탈선한 강릉선 KTX 열차.ⓒ연합뉴스

    국토부는 지난해 발생한 강릉선 KTX 탈선 사고 등을 계기로 철도안전 관리체계를 획기적으로 손보기로 하고, 산업계와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철도안전정책 회의를 통해 가칭 철도안전기술원 설립에 관해 의견을 수렴한 상태다. 철도안전을 전담하는 전문조직을 통해 관리체계를 강화하고 사고가 발생했을 때 신속하게 대응한다는 게 핵심이다.

    업계 설명을 종합하면 철도안전기술원은 교통안전공단과 한국철도기술연구원(철기연)에 분산된 철도안전 업무를 넘겨받아 총괄하게 된다. 국토부는 더 나아가 논란이 되는 한국철도공사(코레일)의 철도교통 관제업무도 철도안전기술원에 넘겨 명실상부한 철도안전집행 전문기관을 세운다는 방침이다. 사고조사를 담당하는 국토부 내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에서 철도조사위원회를 분리해 철도안전기술원에 넘기는 방안도 검토 대상이다. 이렇게 되면 철도안전기술원은 사고조사부터 사고 예방을 위한 안전검사·승인, 관제까지 책임지는 철도안전 컨트롤타워로서 기능하게 된다.

  • ▲ 철도 안전.ⓒ영국 철도·도로청 홈페이지
    ▲ 철도 안전.ⓒ영국 철도·도로청 홈페이지

    철도업계에서는 김 장관의 답변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구체성이 떨어진다며 아쉽다는 반응이다. 한 철도 전문가는 "교통안전공단의 업무 역량을 높이는 것도 좋지만, 문제는 공단에 대한 철도업계의 신뢰가 떨어졌다는 데 있다"고 꼬집었다. 감사원은 감사결과에서 교통안전공단이 안전관리체계 정기검사 때 코레일의 철도차량 정비 위반이나 사고보고 누락 등을 잡아내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코레일이 2014~2018년 8223건에 걸쳐 전동차 일상정비 주기를 지키지 않았고, 사고·장애도 99건을 보고하지 않았지만, 이를 적발해내지 못했다.

    철도 전문가는 "교통안전공단 내 철도안전실 근무자 중 철도를 잘 아는 사람은 10%도 안 된다"면서 "30대 초반의 기술인력이 교통안전공단에 입사한 후 단순히 철도안전실에 배치돼 업무를 보는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철도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상태에서 주어진 업무 처리에 급급하다 보니 철도안전을 체계적으로 관리해나가는 데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철도 전문가는 "외국(EU)의 경우 철도차량 제작사, 운영사, 철도 관련 연구기관에서 10~20년 이상 경력을 쌓은 전문가가 철도안전 전담기관에 들어가 축적된 노하우를 기반으로 안전 업무를 본다"면서 전문 전담기구 설립의 필요성을 호소했다. 이 관계자는 "개혁하기 싫은 사람이 자주 하는 답변이 '다음에', '다른 사람'이 하게 하는 것"이라면서 "김 장관은 전담기구 설치를 언제 검토한다는 건지 부연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