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금현물·채권 소액투자, 해외주식 소수점 거래은행들도 자투리금액 활용한 저축상품 줄이어"젊은층 잠재 소비자 창출·위축된 투심 자극"
  • #. 최근 대기업에 갓 들어간 20대 후반 사회 초년생 A씨는 요즘 해외 주식 직구(직접구매)에 빠져 있다. 이전만 해도 한 주당 210만원이 넘는 값비싼 아마존 주식을 사기에는 주머니 사정이 녹록치 않았다. 얼마 전 그저 바라만보던 아마존의 주주가 됐다. 증권사가 제공하는 '쪼개기' 소액 투자 서비스를 통해서다.

    금융권이 저금리 기조 속에 위축된 투자 심리를 자극하고, 주머니 사정이 가벼운 젊은 층의 잠재 투자를 확보하기 위해 소액투자 서비스를 적극 활용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3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최근 증권사를 비롯한 은행들이 최소 투자금액을 하향해 투자 문턱을 낮추고, 자투리 자금을 활용할 수 있는 상품들을 잇따라 선보이고 있다.

    우선 삼성증권은 최근 국내 최초로 금 현물(1kg)기초자산으로 하는 파생상품인 '삼성 KRX 금현물 ETN'을 선보였다. 선물이 아닌 현물을 기초자산으로 활용하므로 롤오버(만기 연장) 비용이 발생하지 않고, 1만원부터 소액으로 투자할 수 있다는 게 특징이다. 지난 2일 신한은행 기준 금 1kg은 매매 시 5543여만원이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1만원부터 소액으로 투자할 수 있는 ETN으로 투자자들의 편의성을 높인 것이 특징"이라고 밝혔다.

    삼성증권은 올해 온라인 채권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소액 투자가 가능한 채권을 잇따라 특판으로 내놓기도 했다. 금리가 낮아질수록 가격이 올라가는 채권투자의 매력이 부각된데다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 등으로 안정적인 투자처를 찾는 투자자들도 소액 채권투자에 나서고 있기 때문. 1만원대로도 채권 투자를 시작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일반 투자자들의 관심을 받았다는 것이 업체 측 설명이다. 이외에도 삼성증권은 소액 펀드 투자자들에게도 '나만의 포트폴리오' 앱 서비스를 통해 고액자산가들에게 보편적이던 분산투자 컨설팅을 제공하고 있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소액투자라고 할지라도 삼성증권에서의 투자 기억이 좋아야 지속적인 투자를 이끌어낼 수 있다"면서 "고액자산가든, 그렇지 않든 합리적인 수익을 이끌어내줄 수 있는 서비스를 구현해놓는 것은 필수"라고 부연했다.

  • 하나금융투자도 소액투자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하나금융투자의 '커피머니 불리기' 서비스는 보유하고 있는 하나금융그룹 멤버십 포인트 '하나머니'의 일부가 매주 자동으로 특판 RP(환매조건부채권) 상품에 투자되는 서비스로, 소액의 유휴 포인트를 활용해 누구나 쉽게 금융상품에 투자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아울러 1000원 단위로 국내외 주식형펀드 60여 개에 투자할 수 있는 소액펀드 서비스도 잇따라 개시해 눈길을 끌었다.

    값비싼 해외주식 투자를 이끌어내기 위한 소수점 거래 서비스도 적극 활용되고 있다. 젊은 연령대 해외주식 투자자들이 급증하는 가운데 잠재 투자자를 확보하기 위한 마케팅 일환이다.

    신한금융투자는 업계 최초로 '해외주식 소수점 매매서비스'를 제공하고있다. 해외주식을 0.1주, 0.01주 등 소수점 단위로 매수할 수 있어 몇만원만으로도 아마존이나 애플, 페이스북, 디즈니 등 값비싼 우량주를 보유 가능하다. 여기에 더해 신한금융투자는 지난 26일부터 신한카드와 연계해 해외주식 소액투자서비스는 카드를 쓸 때마다 생기는 자투리 금액 또는 고객이 지정한 일정 금액을 카드 사용과 연계해 해외 주식에 투자하는 서비스를 오픈하기도 했다.

    한국투자증권도 해외주식 소수점 거래 서비스에 합세했다. 한국투자증권의 이번 사업은 최근 금융위원회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돼 내년 5월 개시될 예정이다.

    신한금융투자 관계자는 "자사 해외주식 투자자들의 연령대를 조사한 결과 20~30대 연령대가 급증하고 있다"면서 "회사 입장에서 0.1주보다 1주가 더 큰 수익이 되는 것은 당연한 사실이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 20~30대 젊은 세대가 투자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 인프라를 도입하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 은행권도 자투리금액 활용을 공략한 상품들을 연일 선보이며 목돈 저축이 부담스러운 직장인 재테크족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IBK기업은행의 '평생설계저금통'은 카드 결제 때 설정해둔 금액이나 1만원 미만 잔돈을 결제 계좌에서 적금·펀드로 자동 이체해주는 상품이다. KB국민은행의 'KB굿플랜적금'은 굿플랜 신용·체크카드 이용금액의 20%를 카드 결제 계좌에서 적금 계좌로 저축하는 상품이다. 'KB라떼 연금저축펀드'로는 커피 한 잔 정도의 값인 5000원을 수시로 적립할 수 있다. KDB산업은행은 체크카드 결제 시 설정한 단위 미만 자투리 금액을 적금 계좌에 자동으로 적립하도록 한 '데일리플러스 자유적금'을 판매하고 있다.

    전 세계적인 저금리 기조 속에 위축된 투자심리를 자극하고 젊은 층 투자자를 확보하기 위한 금융계의 이같은 노력은 앞으로도 지속될 전망이다.

    여신금융연구소 장명현 연구원은 "해외에서 '잔돈금융' 서비스는 저축 및 투자를 할 여유가 없는 젊은 층을 대상으로 저렴하고 간편한 소액저축 및 투자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면서 "국내 금융회사들도 해외의 다양한 아이디어를 참고해 국내 금융소비자의 수요를 충족할 서비스를 개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투자 심리를 자극해 적은 수익이라도 창출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소액투자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하지만 상대적으로 투자여력이 적은 젊은 연령들을 잠재적이고 충성도 있는 고객으로 유치, 확보하고자 하는 긴 호흡의 마케팅 측면"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