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문화 변화에 국내 주요소주 16.9도로 통일하이트진로, 참이슬 후레쉬 17도→16.9도 변경일각에선 ‘원가 절감’ 꼼수 지적도
  • ▲ 국내 주요 소주의 도수가 16.9도로 사실상 통일됐다. 이에 따라 소주업계의 ‘순한 소주’ 경쟁에 다시 불을 지피고 있다. 순하고 부드러운 술을 선호하는 2030대 밀레니얼 세대의 음주 문화에 따라 알코올 16도 소주가 대세로 자리 잡은 것이다.
ⓒ롯데주류, 하이트진로
    ▲ 국내 주요 소주의 도수가 16.9도로 사실상 통일됐다. 이에 따라 소주업계의 ‘순한 소주’ 경쟁에 다시 불을 지피고 있다. 순하고 부드러운 술을 선호하는 2030대 밀레니얼 세대의 음주 문화에 따라 알코올 16도 소주가 대세로 자리 잡은 것이다. ⓒ롯데주류, 하이트진로
    국내 주요 소주의 도수가 16.9도로 사실상 통일됐다. 이에 따라 소주업계의 ‘순한 소주’ 경쟁에 다시 불을 지피고 있다. 순하고 부드러운 술을 선호하는 2030대 밀레니얼 세대의 음주 문화에 따라 알코올 16도 소주가 대세로 자리 잡은 것이다.

    1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하이트진로는 8일 소비 트렌드 변화를 고려해 참이슬 후레쉬의 알코올 도수를 기존 17도에서 16.9도로 낮췄다. 

    2015년부터 경상권에서 판매 중인 ‘참이슬 16.9’도 참이슬 후레쉬로 통합해 전국적으로 같은 제품을 선보이게 됐다.

    포장에 주류업계 최초로 인증받은 ‘환경성적표지’(EPD) 마크를 적용하는 등 디자인도 일부 변경한다. 환경성적표지 인증은 제품의 원료 채취부터 생산, 수송 및 유통, 사용, 폐기 등 전 과정에 대한 환경적 영향을 계량화해 평가하는 제도다.

    ‘참이슬 오리지널’과 ‘진로’는 각각 20.1도, 16.9도인 기존 도수를 유지한다.

    오성택 하이트진로 마케팅 실장은 “전 세계적으로 저도화 및 필(必) 환경 트렌드가 강화되는 추세에 맞는 제품을 완성했다”며 “대한민국 대표 주류회사의 대표 브랜드로서 선제적으로 소비자 요구에 대응하며 국내 시장 발전 및 소주 세계화에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이번 도수 인하로 하이트진로의 참이슬 후레쉬와 진로, 롯데주류의 처음처럼을 비롯해 국내 주요 소주 제품의 알코올 도수가 16.9도로 사실상 통일됐다. 무학의 ;좋은데이'와 대선주조의 '대선 소주' 역시 알코올 도수가 16.9도다.

    과거와 비교했을 때 절반 수준으로 알코올 도수가 낮아졌다. 하이트진로에 따르면 1924년 출시된 것으로 알려진 ‘진로’의 알코올 도수는 35도였다. ‘희석식 소주’가 등장한 1965년 이후 30도 밑으로 내려갔다. 박정희 정권 시절인 1965년 쌀 수요를 억제하기 위해 ‘양곡관리법’이 시행되면서 나타난 소주의 변화였다.

    1998년 23도의 ‘참이슬’이 등장하면서 20년 넘게 이어진 ‘25도 시대’가 마감했다. 이후 2006년 롯데주류의 ‘처음처럼’(20도)과 하이트진로의 ‘참이슬 후레쉬’(19.8도)가 출시되면서 두 회사의 소주 ‘도수 낮추기’ 경쟁이 본격화됐고, 결국 16도 소주까지 등장하게 됐다.

    특히 지난해 출시한 16.9도의 ‘진로이즈백’은 두 달 만에 1000만병이 팔려 화제가 됐다. 일반적인 녹색병 대신 1970년대 판매되던 투명한 병을 되살린 디자인이 ‘뉴트로’ 열풍으로 이어지며 젊은 층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순한 술’ 트렌드에 대해 주52시간제 등으로 회식 문화가 바뀌고 워라밸 트렌드가 확산되면서부터라고 설명했다. 업계 관계자는 “저도화 추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최근 1년 사이 소비자의 도수 선호도가 크게 하향됐다”고 설명했다.

    반면 일각에서는 트렌드에 편승한 주류 업체들의 원가 절감 방안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희석주인 소주가 원료인 주정(알코올)보다 물의 양이 늘어나면 원가를 절감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업계에선 소주 도수가 0.1도 내려가면 주정 값을 병당 0.6원 절감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여기에 16도 소주는 지금보다 적극적인 방송 광고가 가능해진다. 1995년 제정된 국민건강증진법에 따르면 17도 이상의 주류 광고는 지상파 방송에서 오전 7시~오후 10시까지 방영할 수 없다. 그런데 16도 소주는 이런 규제를 적용 받지 않게 된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어느 정도 원가절감으로 이득을 볼 수 있겠지만, 단순히 물을 더 많이 타기만 한다면 소비자들이 금세 외면하고 말 것”이라며 “도수를 낮추는 대신 더 부드러우면서도 맛있는 술을 만들기 위해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