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현대차 총수, 최초 단독 회동수명, 안정성 확 높인 전고체 배터리 기술 공유전장분야 등 협력 확대 통한 판도변화 관심 집중
  •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좌)과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이 지난해 열린 '2019 기해년 신년회'에서 만나 인사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좌)과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이 지난해 열린 '2019 기해년 신년회'에서 만나 인사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13일 이재용 삼성그룹 부회장과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이 논의할 주요 주제는 차세대 전기차용 전지 '전고체 배터리(All Soild State Battery)'다.

    삼성은 최근 전고체 배터리 관련 핵심기술을 개발했고, 현대자동차는 세계 시장에서 전기차를 확대하고 있는 만큼 차세대 전고체 배터리가 두 기업의 공통 관심사로 화두에 올랐다는 분석이다.

    업계에 따르면 양 그룹 총수들은 이날 삼성SDI 천안사업장에서 만나 전고체 배터리 개발 현황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눈것으로 전해졌다. 현대차 경영진이 삼성SDI 사업장을 방문한 것이다.

    전고체 배터리는 배터리 양극과 음극 사이의 전해질을 액체에서 고체로 대체하는 차세대 기술이다. 현재 주로 사용되는 리튬이온 배터리는 폭발 가능성, 크기, 수명 등에서 단점이 있는데 전고체 배터리는 이를 보완해서 안전성과 용량을 높인다.

    배터리 업계에서 전고체 배터리 선점을 위한 연구개발이 한창인 가운데 삼성이 최근 전고체 배터리 혁신기술을 발표해 세계적 관심을 받았다.

    일반적으로 전고체 배터리 음극소재로 리튬 금속(Li metal)이 사용된다. 리튬 금속은 배터리 수명과 안정성을 낮추는 '덴드라이트(Dendrite)'를 해결해야 하는 문제가 있다.

    덴드라이트는 배터리를 충전할 때 리튬이 음극 표면에 적체하며 나타나는 나뭇가지 모양의 결정체로, 이 결정체가 배터리 분리막을 훼손해 수명·안전성이 낮아진다. 전고체 배터리 상용화를 위해서는 이 덴드라이트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관건으로 꼽힌다.

    삼성종합기술연구원은 연구를 통해 덴드라이트를 해결할 기술을 세계 최초로 적용하고 3월 세계적 학술지 '네이처 에너지'를 통해 공개했다.

    삼성은 전고체 전지 음극에 5㎛ 두께의 은·탄소 나노입자 복합층(Ag-C Nanocomposite Layer)을 적용한 '석출형 리튬음극 기술'을 개발했다.

    이 기술은 전고체전지의 안전성과 수명을 증가시키는 동시에 기존보다 배터리 음극 두께를 얇게 만들어 에너지 밀도를 높일 수 있다. 이에 따라 리튬이온 전지보다 크기를 절반 수준으로 줄이는 특징을 갖췄다.

    배터리 1회 충전으로 800㎞를 주행하고, 1000회 이상 재충전할 수 있어 전기차 주행거리를 획기적으로 늘릴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정의선 수석부회장 등 현대차 경영진은 삼성의 배터리 사업을 하는 삼성SDI와 핵심 기술을 연구한 삼성종합기술원 측으로부터 전고체 배터리 개발 현황에 때해 설명을 들은 것으로 전해진다.

  • ▲ '2017 프랑크푸르트 모터쇼' 삼성SDI 부스에서 직원이 다양한 배터리 제품을 소개하고 있다. ⓒ연합뉴스
    ▲ '2017 프랑크푸르트 모터쇼' 삼성SDI 부스에서 직원이 다양한 배터리 제품을 소개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번 회동으로 삼성SDI의 배터리를 현대차에 공급하는 물꼬가 트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현대차그룹은 그간 전기차와 하이브리드 자동차(HEV) 용도로 삼성SDI 배터리를 납품받지 않았다. 국내 재계에서 전통적인 라이벌 관계인 삼성과 현대차그룹 간의 미묘한 신경전과 별개로 현대차는 파우치형 배터리를 사용하지만, 삼성SDI는 주로 캔형과 각형 배터리를 생산한다. 국내에서 파우치형 배터리는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 등이 만든다.

    현대차가 지난 한 해만 3만대 넘게 수출한 코나 일렉트릭(EV)만 하더라도 LG화학의 배터리를 탑재했다. 기아차의 니로 EV에는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가 들어갔다. 삼성SDI는 지난해 코나 일렉트릭에 배터리를 납품하기 위해 현대차와 여러 차례 공동 테스트를 진행했지만, 최종 납품은 하지 못했다.

    현대·기아차의 전기차는 세계 시장에서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다.

    글로벌 전기차 전문 매체인 EV세일즈에 따르면 현대·기아차는 1분기 총 2만4116대의 순수전기차를 판매해 △테슬라 8만8400대 △르노-닛산 얼라이언스 3만9355대 △폭스바겐그룹 3만3846대에 이어 4위를 차지했다.

    현대·기아차는 2025년까지 총 44종의 친환경차를 선보일 예정이며 이 중 절반이 넘는 23종을 순수전기차로 출시할 계획이다.

    이번 회동을 계기로 현대·기아차와 삼성SDI가 협력을 확대할 경우 전기차 배터리업계의 판도 변화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또 미래 모빌리티 사업의 영역이 전장 분야까지 넓어지는 가운데 협업 범위도 확대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한편, 삼성SDI 천안사업장은 소형 배터리와 전기차 배터리 개발 및 생산을 담당하는 핵심 기지다. 삼성SDI의 배터리 사업 매출은 2015년 3조3000억원에서 지난해 7조7000억원으로 배 이상 성장했다.

    시장점유율도 세계 4위로 두 계단 올라섰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삼성SDI는 1분기에 판매된 글로벌 전기차 탑재 배터리 사용량 점유율 6.0%로, 지난해 1분기 3.8%에 비해 곱절로 늘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