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경제정책방향 발표…공장총량제 등 수도권 규제완화 '관심'참여정부 계승 강조하더니…3기 신도시 발표·철도청 부활도 꾀해"유연한 정책 전환" 옹호론…"정치적 입맛대로" 자가당착 지적도
  • ▲ 문재인 대통령이 2017년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서 열린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8주기 추도식에서 인사말을 한 후 단상에서 내려오고 있다.ⓒ뉴시스
    ▲ 문재인 대통령이 2017년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서 열린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8주기 추도식에서 인사말을 한 후 단상에서 내려오고 있다.ⓒ뉴시스
    참여정부를 계승한다던 문재인 대통령의 소위 '노무현 뒤집기'가 계속되고 있다. 상황 변화에 맞게 선택과 집중을 통해 현안을 타개하려는 것이라는 옹호론도 있지만 자신의 정치적 행보를 위해 정책을 손바닥 뒤집듯한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정부는 다음달초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내놓는다. 이를 위해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8일 경제부처 조율회의를 했다.

    이번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는 고용안정 등 포스트 코로나19(우한 폐렴) 대책이 대거 포함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정부가 침체한 경제 회복을 위해 수도권 규제 완화 카드를 꺼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대표적인 게 수도권 공장총량제 완화다. 리쇼어링(생산시설 국내 이전) 촉진을 위해 수도권에 공장을 지을 수 있게 문을 열어주자는 것이다.

    1994년부터 시행된 수도권 공장총량제는 서울과 인천, 경기에 3년 단위로 일정 면적을 정하고 이 범위 안에서만 전체바닥면적 500㎡ 이상 공장의 신·증설을 허용하는 것이다. 과밀억제권역은 공업지역의 위치변경만 허용하고 면적은 아예 늘릴 수도 없게 했다. 국내 기업은 수도권 규제 완화를 계속 요구하고 있다. 우수 인력을 확보하려면 수도권에 관련 제조시설이 있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관련 소식에 기재부는 보도해명자료를 내고 "리쇼어링을 지원하는 방안과 관련해 현시점에서 수도권정비계획법상 공장입지 규제 완화는 검토된 바 없고 그 외의 방안도 확정된 바 없다"고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하지만 지난 10일 문 대통령이 취임 3주년 특별연설에서 "한국 기업의 국내 유턴은 물론 해외 첨단산업과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과감한 전략을 추진하겠다"고 언급한 탓에 정부가 수도권 규제 완화 카드를 쉽게 버리진 않을 거라는 관측도 적잖다. 이미 정부는 지난해 2월 SK하이닉스의 새 반도체 복합단지 입지를 결정하며 수도권 공장총량제를 어긴 바 있다. 당시 수도권인 경기 용인이 입지로 결정되면서 유치에 사활을 걸었던 충남 천안과 경북 구미 등 지방도시와 시민사회단체는 정부가 국가균형발전을 실현할 의지가 있는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현 정부는 여러모로 노무현 대통령의 참여정부를 계승한다. 국토균형발전도 마찬가지다. 참여정부는 지역 혁신도시 건설과 공공기관 지방이전 등을 밀어붙이며 수도권 과밀화를 해결하려고 행정력을 집중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2018년 2월1일 세종시 정부세종컨벤션센터 기획전시장에서 열린 국가균형발전비전과 전략선포식에서 이명박·박근혜 정부를 언급하며 "국가균형발전 정책이 축소되고 (지방)광역권 발전이 미흡했다"고 평가한뒤 "우리 정부는 노무현 정부보다 더 발전된 국가균형발전 정책을 더 강력하게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 ▲ 반월·시화산업단지.ⓒ연합뉴스
    ▲ 반월·시화산업단지.ⓒ연합뉴스
    일각에선 현 정부가 자가당착에 빠졌다는 비판도 나온다. 무관심한 수준을 넘어 균형발전에 역행하는 정책을 내놓고 있다는 지적이다. 경기 남양주·하남·과천, 인천 등에 건설하겠다는 3기 신도시 정책도 연장선에 있다. 서울 집값을 잡으려다 수도권 과밀만 조장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정부의 태도 변화(?)를 옹호하는 의견도 있다. 달라진 여건을 고려해야 한다는 견해다. 정연정 배재대 공공행정학과 교수는 "효과적이진 않았지만 MB(이명박) 정부까지도 공공기관 지방이전을 시행했던 게 사실"이라며 "다만 (코로나19 사태로) 수도권, 지방 할 것 없이 국가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선택과 집중을 통해 일단 (수도권과 지방이) 나눌 만한 잉여분을 만들어내는 게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정 교수는 "균형발전을 거부하고 거스른다는 관점이 아니라 경제 회복을 위해 정책을 유연하게 펴 (지방과) 나눌 파이를 키우는 게 우선일 수 있다"면서 "다만 정부는 (수도권 규제 완화) 정책의 효과와 타당성을 좀 더 검토하고 무엇을 위해 정책을 펴는지 국민을 설득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국가균형발전의 대원칙은 지켜져야 한다는 반론도 만만찮다. 비수도권 14개 시·도 단체장과 국회의원 등이 참여하는 지역균형발전협의체 공동회장을 지냈던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는 수도권 규제 완화 정책과 관련해 "균형발전이라는 큰 틀은 깨져선 안 된다"고 선을 그었다.
  • ▲ KTX산천-SRT.ⓒ연합뉴스·SR
    ▲ KTX산천-SRT.ⓒ연합뉴스·SR
    현 정부가 참여정부 시절의 정책에 역행하는 것은 여건 변화를 고려해 탄력적으로 대응하는 게 아니라 정치적 이해득실에 따라 정부의 입맛대로 이뤄지는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 초기 공공성 강화를 이유로 추진했던 철도 통합이 대표적이다. 한국철도공사(코레일)와 한국철도시설공단(철도공단) 등 두 철도 공기업의 분리는 과거 민주당 정부에서 시작됐다. 철도산업 독점에 따른 방만경영으로 개혁대상이 됐던 철도청을 DJ(김대중) 정부에서 정책을 수립하고 노무현 정부에서 분리했다. 2004년 기존 고속철도공단과 철도청 건설부문을 묶어 철도공단이, 이듬해 철도청 운영·물류부문을 합쳐 코레일이 각각 출범했다.

    철도업계에선 철도 통합 논의는 과거 노무현 정부에서 개혁을 이유로 분리했던 것을 원점으로 되돌리는 것으로 이율배반적이라고 지적한다. 철도구조개혁 당시 문 대통령은 노무현 정부 청와대에서 민정수석, 비서실장 등을 지냈다.

    정부가 철도통합 카드를 꺼내든 배경에는 문 대통령이 후보시절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철도노조와 맺은 정책협약서가 있다. 협약서에는 코레일을 중심으로 철도 공기업을 통합하는 내용이 담겼다. 협약서 내용이 알려지자 철도업계에선 현 정부가 파장이 큰 철도 통합 문제를 공론화 과정 없이 밀어붙이는 것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 대통령 후보시절 표를 의식해 맺은 특정단체와의 협약을 이유로 철도 정책을 손바닥 뒤집듯 하려 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