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I "대규모 내수 부양 등 인플레이션 안정 교란 정책은 자제"세계 3대 신평사 피치도 "야당 민생지원금이 고물가 지속" 지적2020년 文정부 14.2조 지원금, 소비증대 '효과 미미' 연구결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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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출이 회복되더라도 지속되는 고금리로 인해 위축된 내수 시장이 쉽게 회복하진 못할 것이란 국책연구기관의 보고서가 나왔다. 

    눈길을 끄는 건 이 보고서가 수출·금리와 내수(소비) 간 영향을 분석하면서 정책 시사점으로 '내수 회복을 위해 무리한 경기부양책보다 물가안정에 집중해야 한다'는 제언을 내놓은 대목이다. 

    최근 야당이 전 국민 1인당 25만원의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을 위해 13조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요구했는데, 이런 경기부양론을 국내 최고 엘리트조직이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으로 해석돼 관심을 끌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2일 'KDI 현안분석'을 통해 금리와 수출을 중심으로 최근 내수가 부진한 요인을 분석했다. 수출 회복세로 최근 내수 위축이 완화됐으나 누적된 고금리의 영향으로 올해 내수가 충분히 회복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내용이다. 

    이런 전망에 근거해 물가안정을 흩뜨리는 대규모 내수 부양책은 자제해야 한다고 KDI는 권고했다. 현안분석 보고서는 "어느 시점에 긴축 기조를 완화하는 것이 중기적으로 인플레이션을 목표 수준인 2% 내외에서 안정시키는 데 효과적일지 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과정에서 대규모 내수 부양 등 인플레이션 안정 추세를 교란할 수 있는 정책은 가급적 자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제언했다. 

    13조원이란 막대한 자금이 풀리는 야당의 추경 요구가 현실화할 경우 고물가를 끊어내기가 더 어려울 것이라는 경고 메시지다. 최근 세계 3대 신용평가사 피치도 야당의 민생지원금이 고물가를 지속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는데 이와 같은 맥락이다. 

    정규철 KDI 경제전망실장은 "그러잖아도 중동발 고유가 기조가 물가자극 요인이 되면서 불안한 상황인데 이런 시점에서 내수 부양을 위한 정책은 물가를 더 불안하게 만들 수 있다"라며 "(추경을)시급하게 추진할 것은 아니라고 본다"라고 지적했다. 

    올 1분기 한국 경제성장률이 기존 정부와 시장 전망치를 크게 뛰어넘은 것도 야권에서 주장하는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에 대한 반박 근거로 작용한다. 

    한국은행·정부 등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1.3%로 정부 안팎에서 예상한 0.6∼0.7% 수준을 크게 상회했다. 정부 당국자는 "재정 주도가 아니라, 민간이 전체 성장률에 온전히 기여했다는 점에서 민간 주도 성장"이라며 "정부 기여도는 0%P"라고 말했다. 

    수출을 중심으로 경기 회복세가 예상보다 탄탄하고 내수까지 살아나는 분위기를 보이면서 야권에서 주장하는 13조원 규모의 추경론이 힘을 잃었다는 평가다. 

    법정 추경 요건에서도 멀어졌다. 국가재정법 89조에 따르면 정부는 ▲전쟁이나 대규모 재해가 발생할 때 ▲경기 침체·대량 실업·남북관계 변화·경제 협력 등에 중대한 변화가 발생했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을 때 추경을 편성할 수 있다. 

    정규철 실장은 "추경을 집행하기 위한 요건이 있는데 한국 경제의 1/4분기 실적과 GDP 실적을 보면 추경이 필요한 상황은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지난 2020년 문재인 정부가 14조2000억원의 예산을 들여 전 국민을 대상으로 1차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했으나, 약 30%만이 소비에 쓰였고 나머지 70%는 저축과 빚 상환에 활용돼 소비증진 효과가 미비했다는 KDI의 연구 결과를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김미루 KDI 연구위원은 최근 방송에 나와 "당시 분석 결과로는 전반적인 효과가 전체 투입 예산 대비 약 30% 내외 소비 증대 효과가 나타났다"며 "이와 같은 배경에서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25만원 민생지원금이 현재 꼭 필요한 정치인지, 부작용은 없는지 잘 살펴볼 필요는 있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