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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착한 공기업은 없다… 인천공항공사 '兆' 단위 수익 독식

항공사 지상조업사 면세점 등 7만명 생사기로
영업익 1.3조 나홀로 호황
싱가포르 공항 착한 임대료와 대조

입력 2020-05-22 10:23 | 수정 2020-05-22 13:44

▲ 허희영 한국항공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자타가 인정하는 최고의 공기업입니다. 업황이 안 좋았던 작년에도 직원 수 1,700명인 회사가 8,600억원의 순이익을 냈습니다. 매출액 2조 8,300억원으로 1조 2,900억원의 영업이익을 냈으니 영업마진이 무려 45%입니다. 진행 중인 4단계 사업 확장을 위한 자금 조달에도 무리가 없습니다. 부채비율 32%로 탄탄한 재무구조는 다른 공기업들의 부러움이지요. 평균연봉 8,400만원을 받는 직원들은 해마다 공기업 경영평가에서 높은 등급을 받아 보너스도 따로 챙깁니다. 임원들의 연봉은 두 배로 뛰지요. 가히 ‘신의 직장’입니다.    
   
이렇게 탁월한 인천국제공항공사(‘인천공항’)의 성공은 어디서 오는 걸까요. 업계에서 사활을 건 경쟁과 혁신의 결실인가요. 항공교통 인프라의 독점적 운영자가 갖는 특권 때문인가요. 공항이 성업 중인 이유는 물론 꾸준히 증가하는 이용객 때문입니다. 인천공항은 사업 초기부터 탄탄대로였지요. 2001년 개항 때부터 이미 김포공항의 국제선을 모두 흡수한 덕분에 신규고객 확보에 어려움 없이 3년 만에 흑자로 전환했던 겁니다. 국토가 작은 우리나라는 전체 항공여객의 3분의 2가 수도권에 집중됩니다. 서울과 경기지역을 배후에 두고 전 세계 52개 국가, 173개 도시를 연결하는 공항의 이용객은 작년에 처음으로 7천만 명을 넘어섰습니다. 개항 때보다 5배 가까이 늘면서 높은 성과를 향유하고 있는 겁니다.

인천공항의 수익구조를 보겠습니다. 공항은 본래 항공기 이‧착륙으로 받는 시설사용료를 주된 수입원으로 하지요. 그런데 인천공항은 특별합니다. 공항 본업의 항공수입보다는 부업으로 버는 비(非)항공수입이 더 많습니다. 해마다 총매출의 65%를 넘습니다. 나쁘다는 얘기가 아닙니다. 공항의 복합기능이 강조되는 에어시티가 세계적 조류인 걸 보면 인천공항의 안목은 처음부터 남달랐습니다. 목 좋은 곳에 입지를 정하고 동선과 공간을 제대로 설계하고 건설했던 게 주효했습니다. 당시의 설계자들, 그리고 건설사업단의 혜안으로 구축된 시스템이 여전히 잘 작동하는 덕을 보는 겁니다. 공항은 반복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장치산업에 가깝습니다. 시스템으로 움직이는 공항의 업무는 기능이 복잡해 보이지만 들여다보면 단순‧반복적 단위업무들의 조합입니다. 활주로와 터미널, 부대시설에 대규모 장치를 설치하고 낮은 원가로 서비스를 생산하는 구조지요. 수요가 일정 규모만 넘어서면 수익률이 확대됩니다. 고정비 투자가 큰 만큼 매출의 변동에 따라 이익과 손실이 크게 확대되는 업종이지요. 코로나19의 팬데믹을 겪고 나면 성장세가 예전 같지야 않겠지만 글로벌 수요의 증가추세는 계속될 겁니다. 지금의 흑자행진이 계속된다는 걸 시사하지요. 항공사들이 국내‧외에서 여행객을 불러들이고 착륙료까지 부담해주는 공항의 비즈니스 모델은 그래서 리스크가 적습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만 영업을 대신 해준 게 아닙니다. 10여년 전부터 국적 LCC들이 취항하면서 이용객을 더 늘여주었습니다.

그뿐이 아닙니다. 공항을 드나드는 여행객들에게 쇼핑의 매력을 더해주고 넉넉히 임대료를 내주는 상업시설 임대사업자들이 있는 것도 인천공항으로선 행운입니다. 글로벌 역량을 갖춘 롯데와 신라, 신세계 3대 면세점이 내는 연간 약 1조원의 임차료가 인천공항의 제일 큰 수입이지요. 인천공항은 명품매장이 모두 입점해 있는 세계 최대 면세사업장의 건물주인 셈입니다.

코로나19로 모든 경제활동이 위축되었습니다. 하늘길이 대부분 막힌 항공사들이 감염병 재해의 최대 피해자입니다. 업계의 위기는 작년 7월부터 시작되었지요. ‘제팬보이콧’으로 휘청거리다 결정타를 맞은 겁니다. 항공사 직원들 다수는 휴직에 들어가거나 일부는 아예 직장을 떠나고 있지요. 상반기가 끝나기 전에 문을 닫는 항공사가 나올 정도로 상황은 심각합니다. 사스(2003)와 신종코로나(2009), 메르스(2015) 때와는 전혀 다른 재난입니다. 지금 대부분 항공기가 내려앉았습니다. 항공기는 서비스가 생산되고 소비되는 공장이지요. 소형여객기 B737은 연간 약 300억원의 매출을 올려야 채산성을 맞추는데, 주기장에 들어올 때마다 하루 8천만원의 매출을 날리는 공장이 늘어나는 셈입니다.

지난 20일 정부는 기간산업안정기금을 총차입금이 5천억원 이상, 근로자 수가 300명 이상인 항공·해운 업종의 대기업 지원계획을 밝혔습니다. 지원조건은 까다롭습니다. 고용을 90% 이상 유지해야 하고, 배당이나 자사주 매입, 임원 보수 등은 제한을 받게 됩니다. 지원금액의 10%는 주식연계증권으로 지원한다고 하니 경영자들은 불안을 느낄 겁니다. 어려울 때 세금이 들어갔으니 정상화되면 국민과 이익을 공유해야 한다는 논리인데, 물에 빠진 사람 건져주면서 대가를 요구하는 꼴이지요. 영업이 잘될 때 일자리 만들고 세금 내는 것을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니 기업 하기엔 녹록하지 않은 환경인 건 분명합니다.

공항도 어렵기는 마찬가지겠지요. 제주노선이 살아난다고 해도 90%를 넘는 국제노선이 초토화되었으니 올해는 인천공항도 적자를 각오해야 할 겁니다. 힘들다고 해도 인천공항에는 임금의 삭감이나 휴직이 없고 회사의 명운까지 걱정할 일은 아닙니다. 국가가 운영하는 회사의 매력이지요. 항공의 중심에 있는 인천공항은 지금 위기에 빠진 업계를 위해 뭔가를 해야 하지 않을까요. 인천공항엔 모두 7만 명이 넘는 지상조업사와 상업시설의 종사자들이 협력하고 상생하는 생태계가 있습니다. 항공사와 임대사업자들 덕분에 그동안 누려온 막대한 이익을 그들과 공유하자는 얘깁니다. 외국의 공항들처럼 고통을 분담하는 게 더 쉬울 겁니다. 싱가포르 공항은 이미 면세점과 상업시설의 임대료를 50% 감면하고, 제2, 제3 터미널엔 전액을 감면했습니다. 해외의 많은 공항이 발 빠르게 임대료를 대폭 감면하거나 납부 방식을 매출 연동제로 바꾸었습니다. 항공사들의 텅텅 빈 지점사무실, 정비사무실과 보급창고, 발권카운터, 라운지와 손님 발길이 끊긴 면세점에 꼬박꼬박 임대료를 부과하는 것은 아무래도 지나쳐 보입니다. 공기업의 주인인 국민도 그렇게 해서 버는 임대료는 원치 않을 겁니다. 임대차계약에서 장사 잘되는 건물주는 ‘갑’의 위치입니다. 그러나 세입자가 돈을 벌어야 함께 흥하는 게 시장의 이치이지요.

酒食兄弟千個有, 急難之朋一個無(주식형제천개유, 급난지붕일개무). 먹고 마실 때는 많았지만 막상 급난에 처해선 어려움 나눌 친구가 없음을 표현한 명심보감의 한 문구입니다.
인천공항 임직원 여러분,
귀사는 최근 정류료의 전액 감면과 임대료의 부분적 인하 등으로 업계를 배려했습니다. 그만큼 적자도 늘어날 겁니다. 그러나 외국의 공항들에 비해 여전히 아쉽습니다. 이 기회에 고객이 수입의 원천이고 공항의 고객은 항공사와 임대사업자라는 걸 분명히 해둘 필요는 있습니다. 동업자가 어려울 때 고통을 이해하고 나누는 것이 공공기관다운 자세입니다. 그래도 공기업 경영평가의 성과지표가 걱정됩니까. 그렇다면 귀 기관은 지금 항공업계의 총체적 재난을 잘못 판단하고 있는 겁니다.

<약력>

강원도 춘천 출생
한국항공대 항공관리학과 졸업
서울대 경영학 석/박사
항공경영학회 초대회장
한국항공대 항공경영대학장/대학원장
(현재) 한국항공대 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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