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이너서클이 돌아가며 지배" 직격금감원, 지배구조 개선TF·지주사 검사 예고
  • ▲ 이재명 대통령ⓒ연합뉴스
    ▲ 이재명 대통령ⓒ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은행과 금융지주 최고경영자 인선 과정에서 난무하는 투서와 제보를 공개적으로 언급하며 금융권 지배구조 문제를 정면으로 제기했다. 그간 수면 아래에 있던 권력다툼과 내부 줄대기를 대통령이 직접 공론화하며, 금융권 인선 관행 전반에 대한 경고 메시지를 던졌다는 평가다.

    이 대통령은 19일 금융위원회 대통령 업무보고 질의응답에서 “요즘 은행 행장이나 금융지주 CEO를 뽑는 과정과 관련해 투서가 엄청나게 들어온다”며 “누가 나쁘다, 선발 절차에 문제가 있다는 주장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제기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단순한 경쟁 과정에서 나온 음해가 아니라, 상당히 타당성이 있는 측면이 있다”며 “같은 집단이 이너서클을 만들어 회장과 은행장을 돌아가며 맡는 구조가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특히 특정 인사들이 수년에서 길게는 10년~20년 동안 금융지배력을 유지하는 구조를 문제 삼았다. 도덕성과 역량을 갖춘 집단이라면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라면 제도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관치금융 논란을 이유로 정부가 직접 개입을 자제해온 사이, 소수 내부 인사가 지배권을 장기적으로 행사하는 부작용이 나타났다는 인식도 드러냈다.

    이에 대해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문제의 본질을 금융사 이사회 독립성 부족으로 진단했다. 특히 금융지주사의 경우 산하 은행과 증권, 보험 등 주요 계열사가 모두 100% 자회사 구조로 편입돼 있어 인사권과 의사결정 권한이 지주사에 집중돼 있다고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이사회 구성 자체가 회장과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인사 위주로 짜여 견제 기능이 약화되는 구조적 문제가 반복된다는 것이다.

    이 원장은 또 현행 금융회사 지배구조법 체계상 금융지주사에 대한 검사·감독·제재 권한이 매우 제한적이라는 점도 문제로 지적했다. 은행 등 개별 업권에는 규제 장치가 존재하지만, 최상위에 있는 금융지주사 자체를 직접 관리할 수 있는 수단은 부족하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회장 중심 인선 구조가 굳어지고, 이사회가 실질적인 감시기구가 아닌 방어막 역할로 전락할 소지가 크다는 설명이다.

    이 대통령은 “법과 제도를 고치는 것도 중요하지만, 가진 권한을 최소한으로라도 행사해 비정상적인 상황을 방치하지 않는 것이 필요하다”며 당국의 적극적인 역할을 주문했다. 이에 따라 금융감독원은 금융위원회와 함께 지배구조 개선 TF를 출범시켜 입법 개선 과제를 도출하고, 내년 1월을 목표로 관련 법안 제출을 추진할 계획이다.

    동시에 금감원은 현재 금융권에서 문제로 거론되고 있는 주요 금융지주사들을 대상으로 산하 금융회사에 대한 검사 착수도 준비 중이다. 구체적인 검사 대상과 범위는 1월 중 별도로 보고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