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부터 해양플랜트 일감 바닥현대重, 임원감축-조직 통폐합대우조선·삼성重, 희망퇴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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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타르 LNG선 수주 낭보에도 국내 조선업계에 위기감이 확산되고 있다.
실제 LNG선 건조까지는 적어도 2년여의 시간이 더 필요한 만큼, 각 사별 해양플랜트 공정이 모두 마무리되면 당장 올해 하반기부터 조선업계 인력 구조조정이 현실화될 수 있어서다.
이에 국내 조선 3사(현대중공업그룹·대우조선해양·삼성중공업)도 대책 마련을 고민하고 있는 상황이다.
조선 3사는 이번달 말 대우조선해양을 시작으로 내년 상반기 현대중공업까지 건조 중인 해양플랜트 공정을 모두 마무리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중공업은 2022년 6월 마지막 일감을 인도할 예정이다.
빠르면 올해 말부터 해양 프로젝트 일감 절벽이 현실화되는 것이다. 이에 따라 업계에선 해양플랜트 인력을 상선 부문으로 재배치하는 등 인력 조정이 검토되거나 급기야 협력사를 중심으로는 대량 실직 사태가 우려되고 있다.
현대중공업이 오는 7월 1일부로 조선사업부와 해양사업부를 조선해양사업부로 통합해 운영하기로 결정한 것도 이 때문이다. 현대중공업은 위기극복을 위해 사업부 통합 및 부서 통폐합 등을 통한 조직 슬림화에 나선다고 23일 밝혔다.
이번 조직 통폐합은 해양사업부의 일감 감소로 효율적인 운영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 비롯됐다. 보통 해양플랜트는 유가가 50달러 이상이어야 수익을 낼 수 있다고 보는데, 코로나19로 저유가가 지속되면서 해양플랜트 발주가 끊긴 상황이다.
현재 현대중공업의 해양플랜트 물량은 2018년 수주한 킹스키 반잠수식원유생산설비(FPS) 프로젝트가 전부다. 현대중공업은 미국 석유개발 업체 MOC에 오는 2021년 상반기 인도를 완료하면 해양부문 일감이 바닥날 가능성이 높다.
대우조선해양도 급하긴 마찬가지다. 대우조선해양은 지난 2014년 수주한 'TCO 프로젝트'를 이번달 말 발주사에 인도할 계획이다. 이 프로젝트는 대우조선해양이 창사 이래 최대 금액인 3조원에 수주한 육상 원유생산 플랜트다.
이 프로젝트가 인도되면 대우조선해양도 일감이 뚝 끊긴다. 이 때문에 일찍부터 해양 인력 재배치를 지속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아직까지 조직 개편의 움직임은 없지만, 해양플랜트 물량이 줄어든 이후 유동적으로 인력을 운영하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상대적으로 상황이 조금 낫지만, 안심할 순 없다. 삼성중공업이 현재 진행하고 있는 해양플랜트 사업은 BP의 매드독 부유식 해양생산설비(FPU), 인도 릴라이언스의 부유식 원유생산 저장 및 하역설비(FPSO), 이탈리아 ENI의 코랄 FLNG 3기로 2022년 6월까지 모든 공정이 마무리된다.
앞서 조선 3사는 카타르 국영 석유사로부터 최대 23조원 규모의 LNG운반선 대형 프로젝트를 따내면서 분위기가 고조됐지만, 큰 규모의 해양 프로젝트 일감이 바닥을 보이면서 업황 회복까지는 아직 멀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에선 LNG선을 건조하는데 3년 정도의 시간이 걸리는 만큼, 대부분의 프로젝트 가동개시 시점을 2025년으로 설정하면 실제 건조 시작은 2022년부터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그 전까지 일감을 확보해 놓지 않으면 일감 절벽이 현실화된다.
이미 조선업계에선 인력 구조조정이 이어지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지난해 말 2016년 이후 4년 만에 희망퇴직을 실시한바 있다. 지난해 12월31일부터 이달 13일까지 희망퇴직 접수를 받았으며 수십명이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중공업도 해양·조선부문 상관없이 전 직원을 대상으로 상시 희망퇴직을 실시하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2016년부터 2018년까지 자구계획안의 일환으로 희망퇴직을 진행한 후 상시 체제로 전환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최근 해양프랜트 일감 감소로 유휴인력이 생기면서 처리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면서 "고정비 부담이 커진 만큼, 각 사별로 해양 인력들을 재배치하거나 조직 개편이 이뤄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