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O 해운 온실가스 감축 규제 의결됐지만 美 변수로 美, 협상 철수·보복 시사해 탄소 중립 실현 기조 '찬물'USTR, 中 선박 수수료 부과 움직임에 韓 반사이익 기대 美, 동맹과 조선산업 기반 확대 위한 법안 발의 긍정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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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브라질 산투스항에 지난 1일 컨테이너선 한 척이 접근하고 있다.ⓒ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온탕과 냉탕을 오가는 정책 결정에 조선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 조선업을 견제하기 위해 K-조선에 손을 내밀어 협력관계 확대 기대감을 고조시켰다. 하지만 최근에는 글로벌 선박 탄소세를 보이콧하며 친환경 선박 교체 수요를 증가시킬 탄소 중립 실현에 찬물을 끼얹었다.국제해사기구(IMO)는 지난 11일 제83차 해양환경보호위원회(MEPC)에서 선박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중기조치를 승인했다. 해운업에서 글로벌 첫 탄소세 도입이다.이번 조치에 따라 2027년부터 국제 항해를 하는 5000t(톤) 이상의 선박은 선박 연료유의 온실가스 집약도에 적용되는 강화된 기준을 준수해야 한다. 기준 초과 선박은 초과 배출량 1톤 당 100~380달러를 부담해야 한다.이 조치는 IMO 해양오염방지협약(MARPOL) 개정안에 포함돼 오는 10월 IMO에서 채택, 2027년 상반기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2028년 기준 기본 감축목표는 2008년 온실가스 연료 집약도 대비 4%이며, 직접 감축 목표는 17%다.이번 규제로 노후선 교체 사이클 짧아져 조선업계의 수혜가 전망됐다. 한승한 SK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선박 친환경 교체 수요가 빠른 속도로 확대될 것"이라며 "기존 25~30년 주기의 노후선대 교체 사이크클을 앞당기는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이어 "실질적 적용 시점과는 달리 친환경 교체 발주 수요는 보다 빠르게 발생할 수밖에 없다"며 "현재 글로벌 수주잔고 레벨은 3.8년 수준으로, 선주 및 선사는 지금 신조 발주를 내면 최소 3년 후에나 선박을 인도 받을 수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라고 기대했다.변수는 미국이다. 미국은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기후 변화 대응에 회의적인 기조로 돌아섰다. IMO 해양환경보호위원회 회의에서도 빠졌다. 2027년 해운 분야에 탄소세가 도입되는 등 친환경 기조가 강화되는 시점에 트럼프 리스크가 돌연 발생한 것이다.온실가스 배출이나 연료 선택해 근거한 경제적 조치 부과 시도에 대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해온 트럼프 정부는 보복 가능성까지 시사한 상태다. 미국은 "노골적으로 불공정한 조처가 계속되면 미국 선박에 부과되는 비용을 상쇄하고 배출 조치 채택에 따른 경제적 피해를 보상할 수 있는 상호적 조치 검토할 것"이라는 강경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구교훈 한국국제물류사협회장은 "화석연료 확대에 나서는 미국이 지구 온난화를 막기 위한 기후 정책에 역주행하고 있는만큼 IMO에 대항해 전면전에 나서게 되면 골치 아파질 것"이라며 "IMO는 국제연합(UN) 산하의 전문기구인데, UN 분담금 가장 많이 부담하는 미국이 이를 빌미로 분담금을 내지 않겠다거나 줄이겠다는 등 어깃장을 놓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다만 정부는 다수 회원국의 지지를 얻어 국제해운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중기조치 규제가 승인된만큼, 국제 해운 탈탄소화는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라고 보고 있다.해양수산부 관계자는 "미국의 분명한 반대 입장에도 불구하고 많은 회원국들이 협의 끝에 도출한 결과이기 때문에, 다른 나라나 전문가들도 미국으로 인해 이번 조치가 후퇴하는 등의 결과로 이어지긴 어렵다고 보고 있다"고 선을 그었다.이어 "IMO가 2050년까지 국제 해운 온실가스 배출량을 순제로로 만들겠다고 목표를 세웠고 중간단계의 규제값을 중기조치로 불러왔지만, 그간 2027년 시행 여부의 불확실성이 컸었다"며 "이번 합의로 불확실성이 많이 해소돼 해운 선사들이 탄소세 규제를 피하기 위한 친환경 선박 발주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고 내다봤다.이런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발(發) 조선 호재도 점차 구체화되어 가고 있다. 오는 17일 미국 무역대표부(USTR)의 중국 선박에 대한 항만 수수료 부과 여부가 결론날 전망이다. USTR은 중국 선사 소속 선박에 100만달러, 중국에서 건조된 선박일 경우 150만달러 수수료를 매기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 중이다.USTR이 실제로 중국 선박에 항만 수수료를 부과하면 국내 조선업계가 수혜를 받을 전망이다. 실제 중국 조선사 단골손님인 그리스 선주인 에반겔로스 마리나키스의 캐피탈 마리타임이 HD현대삼호와 HD현대미포와 20척 규모의 수주 계약 논의에 들어간 것도 이같은 분위기를 반증한다는 분석이다. 미국의 대중국 항만 수수료 부과 계획으로 중국산 선박 기피 움직임이 확산돼 중국을 대신해 한국 조선소로 발주처를 바꾸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와의 통화에서도 한미 조선산업 협력을 재차 언급했다. 지난 9일에는 조선업 부활과 중국의 글로벌 해운 영향력 축소를 위한 행정명령에 서명하며 "우리는 조선에 많은 돈을 쓸 것"이라고 했다. 미국 의회에서도 해군 함정 건조를 한국을 비롯한 동맹국에 맡기는 길을 열기 위한 '해군 준비 태세 보장법'과 '해안경비대 준비 태세 보장법' 발의도 이어졌다. 중국 견제 속 미국 빗장이 풀리면 신규 수주 기회가 확대돼 장기적 경쟁력 강화로 이어질 것이란 기대감이 높다.구 협회장은 "해운업계 선박 발주 현황은 친환경 선박이 주를 이루는데 한국 조선업이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면서 "현재도 불거지고 있는 인력과 도크 부족 문제에 대한 보완이 빠르게 이뤄져야 다가올 기회를 놓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