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호관세 유예, 품목관세 한달 뒤 발표반도체 호황 사이클 속 불확실성 커진다2분기부터 영향권 … 메모리·스마트폰 위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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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국가별 상호관세 제외 품목에 반도체와 전자제품을 포함했지만 이내 품목별 관세에는 포함될 것이라는 입장을 내놓으면서 한국 반도체 기업들이 당장 하반기 상황도 예상하기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최근 메모리 반도체 시장이 뚜렷한 회복 신호를 나타내며 하반기 업턴 진입을 앞두고 있는 와중이라 미국 정부의 관세 정책이 기업들에겐 더 야속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3일(미국시간) 반도체를 비롯한 전자제품에도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그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지난 11일에 발표한 것은 관세 예외가 아니고 이들 제품은 기존 20% 관세를 적용받고 있으며 단지 다른 관세 범주로 옮기는 것"이라고 밝혔다.이어 "우리는 다가오는 국가 안보 관세 조사에서 반도체와 전자제품 공급망 전체를 들여다볼 것"이라고 말했다.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1일 반도체를 비롯한 전자제품 품목을 상호관세에서 제외되는 품목으로 명시하며 관세 징수를 담당하는 세관국경보호국(CBP)이 이를 공지하며 공식화됐다. 한국의 경우 오는 7월 8일까지는 10% 기본관세만 적용받고 국가별로 부과된 상호관세는 내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이를 두고 반도체업계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이 전자제품에는 아예 면세를 추진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됐고 관세폭탄을 우려했던 기업들 사이에선 일단 가슴을 쓸어내렸지만 오락가락하는 미국 정부의 관세 정책에 오히려 불확실성만 커졌다는 목소리도 높아졌다.하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이내 반도체와 전자제품에 품목 관세를 도입할 의지가 여전하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반도체와 같이 국가 안보에 중요한 품목은 앞서 25% 관세를 부과한 자동차와 철강 등과 마찬가지로 상호관세와 중첩되지 않는 선에서 품목별 관세 대상에 올리겠다는 방침을 상무부가 확인해주고 트럼프 대통령이 재확인 한 것이다.미국 정부의 강경 기조가 다시 한번 확인되면서 앞으로 한 달 내에는 반도체가 새로운 관세를 적용받을 것으로 관측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14일(미국시간) 이에 대해 구체적인 계획을 밝히고 한 달 이내에는 시행하게 될 것이라는 일정도 제시했다. -
- ▲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반도체 생산라인 전경 ⓒ삼성전자
삼성전자-SK하이닉스, 반도체 사이클 놓칠라국내 반도체업계는 또 한번 불확실성에 숨을 죽이고 지켜볼 수 밖에 없는 지경이다. 지난 1분기 기대 이상의 메모리 수요 확대와 가격 회복으로 호황 사이클에 본격 들어섰다는 전망에 힘이 실리는 가운데 트럼프발 관세 폭탄이 찬물을 끼얹을 것이란 우려도 커지고 있다.특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새로운 성장 모멘텀으로 삼고 있는 AI(인공지능) 시장도 관세 타격을 받을 수 있는 사정권 안에 있다는 점에서 심각성이 높다.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올해 AI 서버 시장이 28% 넘는 성장을 이루면서 반도체 수요를 견인하는 핵심이 될 것으로 예상했는데, 관세 영향에 놓이면 이 시장의 성장률이 18%로 쪼그라들 가능성을 제기했다.전통적인 메모리 수요처인 스마트폰 시장은 올해 1.5% 성장률로 가까스로 성장 기조를 이어갈 가능성이 점쳐졌지만 트럼프 관세 대상이 될 경우 5% 역성장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회복세가 가장 가팔랐던 범용 메모리 수요 대부분이 스마트폰에서 나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메모리 제조사들의 AI 메모리와 범용 메모리 양쪽 사업에서 모두 타격을 받을 수도 있는 대목이다.앞으로 한 달 내에 새로운 관세를 적용받게 되면 당장 올 2분기부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메모리 기업들의 실적에 영향을 미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지난 1분기에는 트럼프 관세 정책 시행이 예고된 상황에서 메모리 재고를 비축하려는 수요처들의 선주문이 몰리면서 예상 밖의 호실적을 기록한 것으로 보이지만 이 효과가 불과 1분기 만에 그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는 비관론도 고개를 들고 있다. - 국가 간 협상과 별개로 기업과 협상, 시행 시기도 불투명결국은 트럼프 정부가 일부 기업들과의 개별 협상을 통해서 관세 적용을 달리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당분간은 관세가 확정돼 시행되기 보단 관세 불확실성이 지속될 것이란 전망에도 힘이 실린다.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에어포스원 회견에서 반도체 관세에 대해 "일부 기업들에는 유연성이 있을 것"이라며 "기업들과도 대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관세율을 확정하는 과정에서 개별 기업과의 협상을 통해 트럼프 정부가 원하는 바를 이끌어내고 관세를 협상 카드로 쓰겠다는 입장을 시사한 것이다.이럴 경우 한국 반도체 기업들도 민관 외교 채널을 총동원해 트럼프 정부와의 협상에 총력을 다해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이 같은 일종의 로비 창구를 열어둠으로써 기업들은 이제 직접적인 협상 테이블에 앉게 된 셈이라고 할 수 있다.관세율이 다음주 공개될 수 있지만 아직 트럼프 행정부 사이에도 확정된 바가 없어 한동안 반도체 관세 범위와 시기에 대한 불확실성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시장도 이 같은 불확실성에 맞춰 혼란이 불가피한 동시에 기업들이 관세 협상을 위한 전략 구상에 돌입하면서 예상 밖의 비용이나 투자 계획 변경 등을 감수해야 할 것으로 관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