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를 잡아라" … 이재용·구광모 연쇄 회동전기차·로봇·플라잉카 미래차 본격 시동전장-삼성, 배터리-LG, 통신-SK 협력모델 구상
  • ▲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현대자동차그룹
    ▲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현대자동차그룹

    현대자동차그룹의 미래차 행보에 본격 시동이 걸렸다. 중심은 단연 정의선 수석부회장이다.

    정 수석부회장의 그리는 빅피처는 전기차와 로봇, 플라잉카 등 '미래차'이며 그 핵심은 바로 배터리이다. 삼성 이재용 부회장에 이어 LG 구광모 회장을 만난데 이어 조만간  SK 최태원 회장과의 회동도 점쳐진다.

    바야흐로 한국을 대표하는 4대그룹이 이른바 'K-배터리 동맹'을 맺게될 것으로 보인다.

    전기차 배터리를 넘어 전장, 통신 등 미래차와 관련된 다양한 협력방안도 가시화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지난해 2025년까지 61조를 투자하겠다는 미래차 전략을 발표했던 현대차는 코로나 여파에도 불구하고 외려 속도를 내고 있다.

    3~4년 내 미래차 기술을 선도하는 게임체인저가 목표다.

    미래 자동차의 트렌드는 Vehicle에서 mobility로 진화중이며 궁극적으로 space로 전환된다. 이같은 흐름을 누구보다 잘 아는 현대차는 일찌감치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기업을 지향하며 'CASE'로 대표되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CASE'는 Connected Autonomous Sharing Eletric의 약자로 ▲UX와 AI를 통한 연결 ▲자율주행 ▲공유 ▲전동화를 뜻한다.

    현대차는 이미 분야별로 상당한 성과를 보이고 있다. AI의 도입은 물론 자율주행은 레벨3까지 진화했다. 소유에서 공유로, 바이에서 렌트로의 전환 대비도 무르익었다. 전동화 모델과 라인업 구축도 착착 진행중이다.

    글로벌 시장규모가 200조에 달할 전망인 로봇택시는 이미 러시아에서 테스트 주행을 하고 있다. 내년엔 세종시에서의 시범사업도 결정됐다.

    NASA 출신 신재원 박사에게 맡긴 플라잉카 UAM도 상당 부분 진척되고 있다. 플라잉카의 시장규모는 2040년 기준 자그만치 1800조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수소전지와 수소탱크 등에선 이미 한발 앞서 나가고 있다.

    관건은 미래차들의 성패를 좌우할 '배터리'이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3년쯤 후인 2024년부터는 전기차가 내연기관 보다 가격이 낮아질 것으로 전망한다.

    정의선 부회장이 그리는 'K-배터리 동맹'이 성공할 경우 그 효과는 상상이상이다.

    현대차는 단기적으로 현재 전기차 1위인 테슬라를 추월하고 일본의 토요타-파나소닉 배터리 동맹을 따돌리는 것으로 목표로 하고 있다.

    정 부회장이 천안과 오창의 삼성·LG 공장을 직접 찾는 성의를 보이는 이유다.

    그가 SK공장을 찾아 최태원 회장을 만날 경우 국내 배터리 3사 대표를 모두 단독으로 만나게 되는 것이다. 현대차 설립 53년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정 수석부회장의 속도감 있는 행보를 놓고 업계에서는 다양한 분석을 내놓고 있다. 그 중 '안정적인 배터리 공급망 구축'을 위해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단 주장이 가장 설득력을 얻는다. 

    현대차는 2025년까지 총 44종의 친환경차를 선보일 예정이며, 이 중 절반이 넘는 23종을 순수 전기차로 출시할 계획이다.

    전기차에 있어 배터리는 내연기관차의 심장이라 불리우는 엔진 만큼이나 중요한 부품이다. 양질의 배터리를 공급받아야만 긴 주행거리를 확보할 수 있고, 충전시간도 줄일 수 있다.

    23종의 전기차를 생산하기 위해 배터리 공급선을 다변화하는 것은 현대차에 있어 필수적이다. 국내에서 배터리를 생산하는 3사의 제품을 모두 공급받아야만 한 곳에서 문제가 생기더라도 나머지 두군데서 즉각 대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선진국에서는 대기업들간 협력체제가 잘 구축돼 있다"며 "정의선 수석부회장의 최근 행보는 협력 관계를 넓혀간다는 점에서 매우 긍정적이다"라고 평가했다.

    이 위원은 이어 "급증하는 전기차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완성차 입장에선 여러 공급루트를 확보하는게 중요하다"며 "정 부회장의 최근 행보는 미래를 대비한 배터리 공급망 다변화란 차원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호근 대덕대학교 자동차학부 교수 또한 비슷한 의견을 내놨다.

    이 교수는 "친환경차의 시장 점유율이 크게 확대되고 있다"며 "전기차의 경우 판매가 급증하면 배터리사가 주도권을 쥐게 된다. 배터리 소재에 희토류 등이 들어가 물량 확보가 쉽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결국 현대차 입장에서는 LG화학 등 주요 배터리사와 협약을 통해 안정적인 배터리 공급 루트를 확보해야만 하는 것"이라며 "배터리 제조사도 전기차 보조금 등 불안정한 요소가 있어 확실한 수요처가 있어야 한다. 그런 측면에서 이번 만남은 서로에게 윈윈이 될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이번 만남이 배터리를 뛰어넘어 전장, 통신 등에서 협업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도 예상한다. 당장 미래차를 준비해야 하는 현대차가 하만카돈을 인수한 삼성그룹과는 전장을, SK그룹과는 통신 분야 등에서 협력할 수 있는 분석이다.  

    이항구 위원은 "현 단계에선 배터리 분야만을 얘기하고 있지만 나중에는 전장, 통신 등 협력 분야가 확대될 수 있다고도 본다"며 "모든 것을 다 갖출 수 없는 현대차로선 삼성에게 전장을 맡기고, SK에겐 통신을 맡기는 그림이 그려질 수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