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주 사과문 형태 광고 집행 … 여론몰이 시작사재 출연 요구엔 '침묵' … 도덕적 해이 논란70% 빚 내서 홈플러스 인수 … "예견된 추락"알짜 자산 팔아 수익 추구→경쟁력 약화 야기들어갈 돈 산더미인데 … 언론 재갈 물리기 빈축
  • ▲ (왼쪽부터)강성두 영풍 사장, 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 이성훈 베이커매킨지코리아 변호사. ⓒ연합뉴스
    ▲ (왼쪽부터)강성두 영풍 사장, 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 이성훈 베이커매킨지코리아 변호사. ⓒ연합뉴스
    ‘홈플러스 사태’로 사면초가에 놓인 MBK파트너스가 대대적인 언론사 광고 집행을 통해 분위기 반전을 꾀하고 있다. 홈플러스 경영 실패에 대한 책임론이 일파만파 확산하며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의 사재출연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MBK는 사재출연에 대해선 침묵하는 한편 언론사엔 광고를 게재, 여론에 호소하고 나서 논란이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MBK파트너스는 다음 주부터 국내 언론사에 순차적으로 광고를 집행한다. 김광일 부회장과 함께 MBK파트너스 최대주주에 올라 있는 윤종하 부회장이 직접 언론사를 돌면서 광고 집행을 단행 중으로, ‘대국민 사과문’ 형식의 광고를 언론사에 게재할 것으로 알려졌다.

    MBK파트너스가 홈플러스 사태로 자사에 대한 비난 여론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자 여론 잠재우기에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광고 집행은 위기 상황에서 여론을 개선하려는 목적에서 자연스러운 경영 전략으로 읽힐 수 있다. 그러나 MBK의 경우 사재출연 요구는 외면하고, 돈으로 위기를 돌파하고 나선 것이어서 오히려 비난 여론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MBK는 홈플러스가 개최한 이날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주주로서 책임 있는 자세로 모든 채권을 변제해 피해를 최소화하겠다”며 고개를 숙이면서도 사재출연 요구에 대해선 대답을 회피했다. 김광일 부회장은 “홈플러스 간담회에서 논의할 사안이 아니다”면서 잘라 말했다.

    업계에서는 동아시아 최대 사모펀드를 이끄는 김병주 회장이 국내 경제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기 때문에 사재출연을 통해 일부 책임을 져야 한다는 의견이 팽배하다. MBK는 홈플러스를 인수한 뒤 배당과 자산 매각 등을 통해 수익을 챙겼지만, 위기 상황에서는 한 발 뒤로 물러나 책임을 회피하는 모습을 보여 공분이 일고 있다.

    특히 MBK가 홈플러스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하기 직전까지 기업어음(CP)을 발행한 것을 두고  시장의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MBK가 홈플러스 신용등급 강등 가능성을 예상한 상태에서 CP를 발행했다면, 경영 실패의 책임을 채권을 인수한 투자자들에게 의도적으로 떠넘기려 한 것이어서 법적 처벌이 예상되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홈플러스 기업회생 신청 관련 의혹들을 살피기 위해 신영증권과 한국신용평가, 한국기업평가 등 3개사 검사에 돌입했다. 이복현 금감원장이 최근 ‘기업·주주 상생의 거버넌스 구축을 위한 열린 토론회’에서 “전기단기사채 판매나 세일즈 앤 리스백(sales&lease back) 과정 중 리테일로 떨어진 것에 대해 감독 기관으로서 할 일은 해야 한다”고 언급하면서다.

    아울러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도 MBK에 대한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MBK 측은 이번 세무조사가 통상 4~5년 단위로 이뤄지는 정기조사라며 선을 긋고 있다. 그러나 정기조사를 담당하는 조사1국이 아닌 ‘재계의 저승사자’로 불리는 조사4국이 나선 만큼 특별(비정기) 세무조사에 준하는 수준으로 감독이 이뤄질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이번 사태로 MBK의 경영능력도 도마 위에 오르게 됐다. MBK는 2015년 7조2000억원에 홈플러스를 인수했는데, 이 가운데 5조원은 홈플러스 명의로 대출을 받은 것이 논란이 되고 있다. MBK는 홈플러스 인수 후 주요 점포를 매각해 최소 4조원을 거뒀는데, 이 사이 홈플러스의 경쟁력은 크게 약화했다.

    MBK가 인수자금 대다수를 차입해 홈플러스를 무리하게 인수한 이후 알짜 자산을 팔아 단기 수익만을 추구하면서 기업 경쟁력을 망쳐놓았다는 지적이다. MBK는 또 국가기간산업인 고려아연에 대한 적대적 M&A(인수합병)를 시도 중으로, ‘제2의 홈플러스’ 사태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MBK가 대대적인 여론전에 돌입한 가운데 홈플러스 사태에 따른 시장 충격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홈플러스의 재무 위기가 금융권 전반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면서 은행권과 채권시장, 부동산 펀드 투자자에 이르기까지 금융당국과 업계 전반에 긴장감이 형성되고 있다.

    정부도 홈플러스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는 오는 18일 홈플러스 사태 관련 긴급 현안질의 증인으로 최대 주주인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과 김광일 부회장 겸 홈플러스 공동 대표, 조주연 홈플러스 공동대표, 금정호 신영증권 사장, 강경모 홈플러스 입점협회 부회장 등 5명을 불렀다.

    신장식 조국혁신당 의원은 오는 17일 국회에서 ‘홈플러스 물품구매 유동화 전단채 (ABSTB) 피해자 긴급 간담회’를 개최한다. 홈플러스 사태 관련 사각지대 금융 피해자들을 위해 마련된 자리로 홈플러스 물품구매 전단채 구조와 문제점, 피해 규모 등이 다뤄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