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연금개혁 완수 속도내야" 촉구김우철 교수 "정부 차원 개혁 앞장 큰 의미… 정치적 접근 안돼"정세은 교수 "국민연금 약화·기초연금 강화하면 연금제도 붕괴"박수영 위원장 "내년 정기국회까지 끝낸다는 대국민 약속 필요"
  • ▲ 정부가 국민연금의 보험료율을 9%에서 13%로 올리면서 인상 속도를 세대별로 차등화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20대는 1년에 0.25%포인트(p), 50대는 1.0%p씩 올리는 식이다.  2040년이 되면 모든 세대의 보험료율이 13%에 이르게 된다. ⓒ뉴시스
    ▲ 정부가 국민연금의 보험료율을 9%에서 13%로 올리면서 인상 속도를 세대별로 차등화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20대는 1년에 0.25%포인트(p), 50대는 1.0%p씩 올리는 식이다. 2040년이 되면 모든 세대의 보험료율이 13%에 이르게 된다. ⓒ뉴시스
    정부가 지난 4일 국민연금 보험료율을 현행 9%에서 13%까지 단계적으로 인상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연금개혁 추진계획'을 발표했다. 이번에 발표한 연금개혁은 '세대별 보험료율 차등 인상' 등 갈등의 소지가 될 내용이 포함돼 있어 국회 문턱을 넘기까지 험로가 예상된다.

    연금 문제에 정통한 전문가들은 연금개혁만큼은 정치적으로 접근해선 곤란하며 더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하기 전에 서두를 것을 주문했다. 다만 정부안이 구조적 문제도 있는 만큼 시간이 걸리더라도 제대로 된 개혁을 이뤄내라는 제언도 내놨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정부가 제시한 연금개혁안이 국회를 통과하기까지 힘든 여정이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김 교수는 5일 뉴데일리와 통화애서 "연금개혁만큼은 정치적으로 접근해선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번 정권에서 연금개혁을 완수하면 치적이 되는데 야당에선 정치적인 이유로 그런 전개를 원치 않을 것"이라며 "연금개혁이 윤석열 정부 성과로 기록되지 않기 위해 야당은 제도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낼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연금개혁의 시급성을 강조하며 이번 22대 국회에서 반드시 합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많은 인구집단을 이루는 베이비붐 세대가 본격적으로 은퇴하면서 연금 수급자로 전환되고 있다"며 "연금개혁을 서두르지 않으면 (이미 은퇴한 세대에게 보험료를 지불하게 할 수 없으니) '세대 간 불공평' 문제는 더욱 심각해질 것이다"며 연금개혁 문제에 속도를 낼 것을 촉구했다.

    김 교수는 정부 차원에서 연금개혁에 앞장선 점은 큰 의의가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연금이 갖고 있는 구조적인 문제는 세대 간 불공평이다"며 "정부는 이러한 문제에 정식으로 칼을 댔고 어느 정도 합리적인 안을 마련했다는 것에 대해서 의의가 크다"고 말했다.

    이어 "연금개혁은 당장 국민에게 호응을 얻는 정책은 아니다. 그럼에도 연금 지속성을 위해 누군가는 반드시 해야 하는 개혁이라는 점은 분명한 사실"이라며 "이번 정부는 역대 어느 정부도 하지 못했던 연금개혁을 과감히 실현하려고 한다. 이는 정부로서 용기 있는 선택을 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 "시간 걸려도 제대로 개혁해야" … 연금개혁 구조적 문제 지적도

    그러나 정부가 내놓은 연금개혁안의 구조적 문제점을 지적하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제대로 된 개혁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가 발표한 연금개혁안 중 '세대 별 차등 보험료율 인상' 내용은 청년 세대는 경제적으로 어렵고 중장년 세대는 여유가 있다는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정 교수는 "중장년 세대를 중심으로 보험료율이 급격히 인상되면 그들의 보험료를 절반 내야하는 고용자 측에서 부담을 느낄 수 있다"며 "이같은 개혁은 중장년 세대의 고용 안정성을 악화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 교수는 연금개혁안에 포함된 '자동안정장치'의 문제점도 지적했다. 자동 안정화 장치는 출산율, 기대수명, 경제 성장률 등에 맞춰 연금 보험료를 얼마나 낼지, 수급자에게 연금액을 얼마나 줄지 자동으로 조정하는 제도다.

    정 교수는 "'자동안정장치'의 골자는 향후 재정이 부족할 시 국고를 투입하지 않고 연금액을 줄이자는 내용이다"며 "그러나 연금액이 물가를 따라잡지 못하면 노인 세대는 점점 빈곤해질 것이고 그 부담은 중장년 세대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정 교수는 국민연금을 약화시키면서 기초연금을 강화하면 연금제도 자체가 붕괴된다고 경고했다.

    그는 "노후에 기초연금으로 받는 수령금이 늘어나면 현재 국민연금에 보험료를 납부해야 할 유인이 약해진다"며 "이는 국민연금 안정성을 더욱 약화시키는 악순환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민연금은 예비 수급자가 은퇴하기 전까지 지속적으로 보험료를 내야 하지만, 기초연금은 전액 국고로 운용되는 연금이므로 보험료를 납부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정 교수는 "국민연금의 존재 이유는 국민연금 하나만으로도 빈곤선을 예방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에 있다"며 "그러기 위해선 한시적으로 국고도 투입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현재 노년층과 청년층 인구 수의 차이가 크지만, 30년이 지나면 그 차이는 현저히 줄어 인구구조가 안정된다"며 "노인 세대들이 계실 동안 한시적으로 기금에 국고를 투입하고 인구구조가 안정되면 연금도 안정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 "내년까지 구조개혁 완수할 계획 … 여야정 협의체 속히 출범해야"

    국민의힘 연금특위 위원장인 박수영 의원은 "정부가 발표한 연금개혁안을 기초로 야당과 협의해 나가야 한다"며 "하루빨리 연금개혁특위와 여야정 협의체를 출범시키고 적극적인 논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의원은 "올해 모수개혁(보험료율·소득대체율)을 끝내고 내년까지 구조개혁을 완수하자는 것이 우리 당의 계획이다"며 "야당은 복지위원회 산하에 소위원회를 만들어서 운영하겠다고 주장하는데, 각 부처 및 위원회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만큼 큰 틀에서 협의체를 운용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기금 고갈이 가시화되고 있는 만큼, 여야가 합의하는 모수개혁을 이번 정기국회에서 통과시키는 동시에 내년 정기국회까지 반드시 1단계 구조개혁을 완수하겠다는 대국민 약속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난 4일 정부는 국민연금 보험료율을 현행 9%에서 13%로 올리고 소득대체율은 40%에서 42% 수준으로 높이는 내용의 국민연금 개혁안을 발표했다.

    다만 청년 세대의 부담을 낮추기 위해 보험료율을 4%p 인상하는 속도를 세대별로 차등화하는 방안을 함께 제시했다. 구체적으로 내년 50대인 가입자는 매년 1%p, 40대는 0.5%p, 30대는 0.3%p, 20대는 0.25%p 인상하는 방식이다. 13%까지 인상되는 데 50대는 4년, 40대는 8년, 30대는 12년, 20대는 16년이 걸린다. 2040년이 되면 모든 세대의 보험료율 13%에 도달하는 셈이다.

    젊은 층일수록 보험료를 내야 할 기간이 길고, 부담도 높은 점을 감안한 것이다. 복지부는 "형평성 문제 해소를 위해 잔여 납입 기간을 기준으로 세대별로 보험료 인상 속도에 차등을 두는 방안을 추진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방안은 전 세계적으로 도입한 전례가 없는 데다가 중장년층의 저항이 클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국회 논의 과정에서 진통이 작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