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통과 청신호 … 27년 만에 보험료 인상 임박연금특위 구성과 자동조정장치 도입은 이견 여전"국민연금 지속가능 위해 구조개혁 논의 이어져야"
  • ▲ 우원식(가운데) 국회의장과 권성동(왼쪽) 국민의힘 원내대표,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지난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정협의회 여야회동에서 기념촬영하고 있다.ⓒ뉴시스
    ▲ 우원식(가운데) 국회의장과 권성동(왼쪽) 국민의힘 원내대표,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지난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정협의회 여야회동에서 기념촬영하고 있다.ⓒ뉴시스
    여야가 연금개혁 쟁점이었던 모수개혁에서 큰 틀의 합의를 이루면서 연금개혁 논의가 급물살을 타게 됐다. 여야 모두 보험료율 13% 상향에는 이견이 없는 만큼 27년 만에 현행 9%에서 13%로 인상될 것이란 관측이다. '받는 돈'인 소득대체율에 대해선 더불어민주당이 여당의 43%안을 수용하겠다고 밝히면서 여야가 이달 중 합의안을 통과시킬지 주목된다. 

    민주당은 14일 국민연금 개혁과 관련해 국민의힘에서 주장한 '소득대체율 43%'안을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의힘도 이날 민주당의 제안에 대해 "긍정적으로 수용하고 환영한다"고 했다. 양당이 국민연금 개혁에 있어 큰 틀의 합의를 이룬 것이다. 

    그동안 국민의힘과 민주당은 보험요율을 9%에서 13%로 올리는데에는 의견 일치를 이뤘다. 하지만 소득 대비 연금 수령액 비율인 소득대체율에 대해서는 국민의힘은 43%를, 민주당은 44%를 주장하며 평행선을 달려왔다. 

    이날 민주당이 국가지급 보장 명문화와 출산 및 군 복무 크레딧 확대, 저소득층 보험료 지원 확대 등 세가지 조건 수용을 전제로 '소득대체율 43%'를 수용하겠다고 밝히면서 진전을 이뤘다. 

    민주당이 내건 부수 조건과 관련해 국민의힘은 "군·출산 크레딧 확대, 저소득층 가입자에 대한 보험료 지급은 새로운 내용은 아니고 정부 연금법안에 포함된 내용"이라며 "정부 측과 협의해 합리적으로 결론을 낼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진성준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이날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노후소득을 보장하는 국민연금의 지속가능성을 위해서 연금개혁이 절실하다"고 했다. 

    이어 소득대체율 43%를 수용하는 조건으로 세가지 조건을 내걸었다. 진 의장은 "현재 운영되고 있는 출산 크레딧과 군 복무 크레딧 제도를 정비해서 둘째 아이부터 적용되는 출산 크레딧을 첫째 아이에게도 적용하고 6개월만 인정하는 군복무 크레딧을 복무기간 전체로 확대해야 한다"며 "현재 운영 중인 저소득 지역 가입자 보험료 지원사업을 확대해서 지원대상도 늘리고 지원수준도 올려야 한다"고 했다. 
  • ▲ 서울 서대문구 국민연금공단 서울북부지역본부 모습. ⓒ뉴시스
    ▲ 서울 서대문구 국민연금공단 서울북부지역본부 모습. ⓒ뉴시스
    다만 민주당은 정부와 여당이 요구해왔던 자동조정장치 도입 제안은 수용하지 않았다. 자동조정장치는 가입자 수와 기대 여명 등이 늘어나면 연금액을 삭감해 재정 고갈을 사전 방어하는 장치다. 하지만 민주당은 노동계의 반대로 줄곧 자동조정장치 도입에는 부정적인 입장이었다. 

    진 의장은 "자동조정장치는 모수개혁이라기보다는 구조개혁 일환"이라며 "세부 설계와 시기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상당히 다른 결과가 나와 노동계와 시민사회 전문가들의 도입 반대 의견이 표출된 만큼 민주당은 도입에 신중해야 한다는 의사를 명확히 견지해왔다"고 선을 그었다.

    또 최고위원회의를 마친 후 기자들과 만나서도 "현 상태에서는 국회 승인으로 해도 자동조정장치는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명확히 말씀드린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와 관련 김상훈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자동조정장치의 경우 이번 모수개혁 논의에선 담지 못하더라도 추후 연금특위가 구성되면 지속적으로 협의해나가잔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이번 야당 입장의 선회는 추가경정예산 논의 추진을 위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민주당은 지난 3차 국정협의회 회동 당시만 하더라도 '소득대체율 43%안'을 수용할 수 없다는 확고한 입장이어서다. 이에 따라 내주로 예정된 여야 국정협의회에서 추경안 편성 논의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김 의장도 이와 관련 "민주당이 소득대체율 43%안을 수용한 것은 아마 추경과 관련된 논의에 진전이 있길 희망하는 것 아니냐고 생각한다"며 "다음 주부터 여야정 실무협의체에서 추경을 논의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말씀도 드린다"고 했다. 조승래 민주당 수석대변인도 "국민의힘과 정부가 전향적으로 추경안 논의를 신속히 진행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에 여야는 모수개혁안을 먼저 처리하고 구조개혁은 향후 구성될 연금특위에서 논의를 이어갈 것이란 관측이다. 하지만 연금특위 구성에도 진통이 예상된다. 여야는 연금특위 구성에는 합의하면서도 전날 여야 간 이견으로 연금특위 구성안을 상정지 못했다. 연금특위 구성안에 '합의 처리한다''는 문구를 민주당이 빼자고 하는 반면 국민의힘은 반드시 여야 합의처리가 전제돼야 한다며 맞서면서다. 

    국민의힘은 조속한 연금특위를 구성하자며 드라이브를 걸고 나섰다. 김 의장은 "지금까지 연금은 공무원(연금)이든 국민(연금)이든 한 번도 특위서 다뤄지지 않은 적이 없고 여야 합의로 처리되지 않은 적이 없다"며 "연금특위에서 합의 처리라는 문구를 빼지 않고 연금특위를 구성해서 합의 처리한다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을 국민들이 원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여야 합의에도 자동조정장치 도입과 구조개혁 등 후속과제는 여전히 남아있는 셈이다. 김 의장도 "현재 연금법 안에는 자동조정장치, 보험료율, 소득대체율과 향후 여러가지 재정의 안정화 부분까지 같이 검토돼야 할 부분 있다"고 했다. 
  • ▲ 보건복지부 전경. ⓒ보건복지부
    ▲ 보건복지부 전경. ⓒ보건복지부
    소득대체율 43%가 통과되더라도 연금고갈은 9년 늦출 수 있을 뿐 근본적인 해결방안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현재 보험료율(9%)과 소득대체율(올해 41.5%, 2028년까지 40%로 인하)이 유지되면 2041년부터 수지가 적자로 돌아서고 2055년이면 완전히 고갈될 전망이다. 이후 2093년까지 누적적자 규모가 총 2경1656원에 달하게 된다. 

    보험료율 13%·소득대체율 43% 안이 실현되더라도 기금소진 시점은 2064년으로 현재보다 9년 늦추는게 그친다. 현행 국민연금 제도 보다 2093년까지 누적적자가 약 4300조원 감소하나 막대한 적자가 발생하는 것은 예견된 미래다. 앞서 국민의힘도 "현행 국민연금 제도보다는 2093년까지 누적 적자가 약 4300조원 감소하고 기금소진이 9년 늦춰지는 최소한의 개혁안"이라고 한 바 있다. 

    이와 관련 정부도 이날 "야당이 제시한 전제조건에 대해서는 국회와 긴밀하게 협의해 나가겠다"며 "연금특위가 조속히 설치되기를 바라며, 특히, 자동조정장치는 특위에서 핵심 의제로 반드시 논의되고, 도입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석재은 한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모수개혁 큰 틀의 합의가 일단락되면 국민연금의 기준선이 생긴 만큼 기초연금과 국민연금의 관계 정리가 필요하다"며 "기초연금의 경우 노인빈곤에 집중해서 중하위층에 더 연금을 주는 방식으로 개혁하고 국민연금은 소득비례를 강화하는 방식으로 바꿔나갈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어 "아직 국민연금 지속가능성에 대한 과제는 해결이 안됐기 때문에 기금을 고갈시키지 않도록 추가적인 보험료 인상이나, 자동조정장치 등에 대한 논의도 이어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