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방의학회 여름 학술대회서 ‘환자 분류에 따른 의료기관 설정’ 강조 전체 인구 코로나19 0.5% 감염 시 중환자실 확보 ‘초비상’일반병동→준중환자실 전환 등 2500개 병상 추가 확보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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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으로 K방역의 우수함은 증명됐지만, 치명률은 타 국가와 대동소이한 상태다. 이는 방역이 아닌 진료 영역으로 넘어가면 개선돼야 할 부분이 많다는 지표로 해석된다.쉽게 말해서 확진자를 빨리 찾아 감염 전파를 줄이는 것에는 그 능력을 인정받았지만, 확진자를 치료하는 과정에서 시스템상 엉켜있는 곳이 있다는 것이다.해석상 민감한 부분일 수 있지만, 민간병원이 그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해 이러한 현상이 나타났다는 지적이 나왔다.3일 김윤 서울대학교 의료관리학교실 교수는 대한예방의학회 여름 학술대회를 통해 이 같은 주장을 펼쳤다.김 교수는 “미국이나 유럽 등 국가 대비해서 인구 100만명당 확진자 수는 현격하게 낮은 수준이다. 방역을 잘했다는 뜻이다. 그러나 치명률 측면에서는 그렇지 않다”고 설명했다.그가 제시한 연령보정 치명률로 보면 우리나라 3.3%, 스페인 3.9%로 별반 차이가 없었다. 스웨덴, 덴마크, 오스트리아, 인도네시아 등 우리보다 치명률이 낮은 국가도 많은 상황임이 드러났다.우리나라가 치명률을 낮추지 못한 이유는 결국 진료체계 상 문제가 있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에 대한 근거를 확보하기 위해 3~4월 코로나19 환자의 진료실적을 분석한 결과, 민간병원의 역할론이 미흡했다는 결론이 나왔다.김 교수는 “공공병원에서 77.7%의 환자를 받았고 민간병원에서 22.3%의 환자를 진료했다. 그 격차가 컸는데, 문제는 공공병원은 중환자를 진료할 시스템이 갖춰지지 못한 300병상 이하의 병원이 많다는 것”이라고 진단했다.코로나19 대확산 시기임에도 중환자 진료를 제공할 능력이 부족한 300병상 이하 공공병원의 비중이 48.3%나 됐다는 것이다.김 교수는 “300병상 이하의 병원은 시설 측면에서 중환자 기능이 취약하다. 결국 에크모나 인공호흡기가 필요한 중증환자들이 상급종합병원이나 300병상 이상 종합병원에서 진료를 받지 못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상급종합병원은 병실을 0.8% 수준만 코로나 환자를 진료하는데 활용했다”고 지적했다.그는 “자기 수준에 맞는 의료기관에서 치료를 받지 못하면 치명률이 올라갈 수밖에 없다. 일례로 최중증 단계의 코로나19 환자가 상급종합병원 중환자실에서 치료받은 비율은 29%밖에 되지 않았다”고 언급했다.◆ 중증도 구분해 명확한 의료기관 배정 필수지금도 계속해서 늘어나는 확진자에 대한 진료를 명확하게 하려면 환자분류에 맞는 명확한 의료기관 설정이 필요하다는 제안이다.구체적으로 ▲최중증(0.5%), 에크모 또는 지속적 혈액여과 투석기(CRRT) 필요, 상급종합병원 중환자실 ▲중증(3.6%) 인공호흡기 치료, 300병상 이상 종합병원 ▲중증도(11.8%) 심폐질환, 악성종양, 만성신부전 환자, 상급종합병원 및 종합병원 일반병동 ▲경증(84.1%) 생활치료센터 등으로 구분해 치료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김 교수는 “코로나19는 현재진행형이다. 추후 대량환자 발생 시 공공병원에서 환자를 수용하기 어려운 상황이 된다. 민간병원이 중환자실을 열고 대응해야 한다”고 언급했다.그는 전체 인구 중 코로나19 감염을 0.2%, 0.5% 등으로 구분해 가상 시나리오를 만들었는데, 0.5% 감염 시 현 의료체계 내에서 대응능력이 현격히 떨어질 수밖에 없음이 드러났다.김 교수는 “가상 시나리오로 병상 부족분을 예측했을 때, 중환자실 2500병상이 추가로 확보돼야 한다. 일반병동을 준중환자실로 전환시키고 수술장, 회복실 등도 중환자실로 바꿔야 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