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춤의료·정밀의료 방향성 확보, 중요해지는 유전상담사 역할론 NGS 검사 급여화·DTC 규제 완화 동시에 ‘사전·사후 관리체계’ 형성 중요유전상담수가 신설·유전상담사 신규 직종 인정 등 풀어야 할 과제 산적
  • ▲ 이정호 순천향대서울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순천향대서울병원
    ▲ 이정호 순천향대서울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순천향대서울병원
    맞춤의료와 정밀의료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이른바 ‘미래의학’으로 패러다임의 전환이 이뤄지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그 중심에는 ‘유전의료서비스’가 존재한다. 유전체 검사를 기반으로 한발 앞서 암 등 중증질환 또는 희귀질환을 예측하고 본인의 신체에 맞는 약제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일련의 프로세스를 의미한다. 

    정부도 이러한 흐름을 인식해 차세대염기서열분석법(Next Generation Sequencing; NGS)을 지난 2017년부터 건강보험 적용항목으로 올렸다. 소비자 직접의뢰(DTC) 유전자 검사 서비스 규제 완화도 추진됐다. 오는 30일부터 진행되는 바이오빅데이터 구축 시범사업도 진행한다. 

    이처럼 전반적 방향성은 잡혔지만, 분명 개선돼야 할 부분이 있다. 외국에는 있으나 국내에는 없는 ‘유전상담, 유전상담사의 역할’이다. 이 분야에서 사전, 사후 관리체계가 형성되지 않으면 아무리 좋은 시스템을 갖췄다고 해도 한계점에 머무를 수밖에 없다는 진단이다. 

    최근 본지와 만난 이정호 순천향대서울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매해 유전체 검사에 대한 환자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NGS검사 급여화 이후 본격적으로 변화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풀어야 할 숙제가 있다”고 운을 뗐다. 

    바로 유전상담의 부재다. 유전상담은 환자와 그 가족에게 검사의 필요성, 진단 방법, 발병원인, 경과, 치료 및 예방 등에 대해 상담을 통해 설명해 이해시키고 심리적으로 지원해 치료 과정에 있어서 자율적 의사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도와주는 과정이다. 

    해외의 사례를 살펴보면,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1970년대 초부터 대학의 유전상담사 교육과정을 통해 석사 수준의 전문 유전상담사가 배출되고 있으며 의료팀의 일원으로 유전상담 서비스에 참여하고 있다. 

    아시아권에서는 2000년대 초부터 일본, 대만 등에서 유전상담사가 임상유전학 전문의와 한팀을 이뤄 유전상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 적절한 유전의료서비스 제공 목적 ‘유전상담’ 역할 부여 

    의료 패러다임 변화에 따른 유전상담서비스의 중요성은 점차 확대되고 있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이 영역이 공란으로 남겨졌다. 

    이 교수는 “지금은 반쪽짜리 시스템을 유지할 수밖에 없다. 유전상담이 의료서비스로 제도권에 진입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난 2015년 희귀질환관리법이 제정됐음에도 유전상담이 요구되는 환자에게 적절한 의료서비스가 제공되지 못하는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대한의학유전학회 차원에서 ‘유전상담료 신설, 유전상담사 인정’ 등을 복지부에 지속적으로 건의하고 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은 상태다. 

    그는 “현재 정부는 일부 의료진의 희생과 봉사를 요구하고 있는 모양새다. 맞춤의료, 정밀의료의 방향성이 명확한데도 유전상담이라는 기본적 영역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진 상태”라고 언급했다. 

    유전상담을 진행하는 유전상담사를 새로운 직군으로 만들어 임상현장에 투입하는 것도 풀어야 할 숙제 중 하나다. 

    학회 설명에 따르면, 유전상담사는 의학, 유전학에 대한 전문지식뿐 아니라 상담심리 기술을 갖춰야 한다. 또 유전학 이론과 실습을 통한 가계도 분석과 질환 위험도 평가 등 실제 상담의 경험이 중요하다. 자질 습득에 필요한 최소 2년간의 대학원 석사교육이 필요하다. 

    이 교수는 “정부는 새 시대에 부응하는 청년 일자리 창출에 집중하고 있다. 그 맥락에서 유전상담사는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유전의료 관련 산업발전에 기여하게 될 것이다. 이미 외국에서는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직군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향후 유전체 검사의 오남용 등 부작용을 막고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관건인 만큼 유전상담사를 인정하는 구조로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