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미 수출 1229억달러 기준 관세부담 26조원→44조원, 18조↑발효 시점·품목 불확실 … 단가·선적·환헤지·결재까지 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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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미 투자 이행을 위한 법제화가 국회에서 속도를 내지 못하는 사이, 미국이 “관세 25% 복귀”를 다시 카드로 꺼내 들며 한국 산업계가 비상에 걸렸다. 한·미가 지난해 11월 ‘한국의 3500억달러(약 500조원) 대미 투자’와 ‘미국의 관세 15%’를 담은 공동 설명 자료를 제시했지만, 국내 후속 입법이 2개월가량 공회전하자 미국이 “합의 이행이 늦다”는 문제 제기를 강화한 것이다. 관세 재인상을 위한 연방 관보 게재 등 행정 절차가 진행 중이라는 관측도 나온다.기업들이 느끼는 압박은 단순히 관세율에 그치지 않는다. 관세가 언제, 어떤 품목 범위로, 어떤 문구로 확정되는지에 따라 수출 계약의 단가 조정과 인도 조건, 선적 일정, 재고와 운전자본, 환헤지 비용까지 한꺼번에 흔들리기 때문이다. 업계는 “가격을 올리자니 점유율이 꺾이고, 떠안자니 이익이 깎인다”는 이중 압박에 더해, “확정 날짜가 없으니 결정을 못 한다”는 불확실성이 비용을 키운다고 말한다.◇비준 공방에 묶인 특별법, 미국은 ‘절차 버튼’을 쥐고 있다4일 업계에 따르면 대미 투자의 법적 근거로 거론되는 ‘한·미 전략적 투자 관리를 위한 특별법’(대미투자특별법)은 상임위에 계류 중이다. 쟁점은 한·미 합의의 법적 성격이다.더불어민주당은 합의가 양해각서(MOU) 성격으로 국회 비준 동의가 필요 없다는 취지에서 특별법 처리를 서두르겠다는 입장이다. 반면 국민의힘은 3500억달러(약 500조원) 규모의 투자 약속이 국가 재정에 중대한 부담이 될 수 있다며 헌법상 비준 동의가 선행돼야 한다는 입장을 내세웠다. 이견이 좁혀지지 않으면서 법안 상정과 심의가 지연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기업들이 더 불안해하는 지점은 이 ‘국내 절차 충돌’이 통상 리스크로 직결될 수 있다는 점이다. 한국이 입법 절차를 진행 중이더라도, 미국이 관보 등 행정 절차를 통해 관세 재인상 시점을 앞당길 수 있다는 신호를 유지하면 기업의 의사결정 비용이 커진다는 이유다.◇18조원은 단순 산술, 현장 공포는 계약·선적·환헤지의 ‘동시 정지’관세 충격은 숫자로도 계산된다. 지난해 대미 수출액 1229억달러를 기준으로 관세가 15%에서 25%로 오르면 관세 부담이 184억달러(약 26조원)에서 307억달러(약 44조원)로 늘어 123억달러(약 18조원) 증가할 수 있다. 다만 이는 ‘모든 대미 수출이 동일 관세 대상’이라는 단순화 전제가 깔린 추정이며, 실제 부담은 품목별 적용·면제·가격 전가 구조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품목별로도 부담은 쏠린다. 대미 수출 1위 품목인 자동차(308억달러)는 30억달러, 2위 반도체(138억달러)는 13억달러 이상 추가 부담이 생길 수 있다는 추산이 나온다. 특히 현대자동차·기아처럼 미국 판매 물량의 상당 부분을 한국에서 수출하는 기업들은 관세가 25%로 재인상될 경우 관세 비용이 10조8000억원 수준으로 불어날 수 있다는 증권가 관측도 제기됐다. 이는 두 회사의 지난해 합산 영업이익 20조5460억원의 절반을 넘는 규모다.현장에서 더 난감한 대목은 추가 부담액 자체보다 ‘결정을 못 하는 시간’이라는 반응이 많다. 연간 공급계약에는 가격 재협상 조건과 비용 분담 조항이 얽혀 있고, 관세 적용 시점이 불명확하면 선적을 앞당길지 미룰지부터 판단이 갈린다. 선적이 흔들리면 재고가 늘고 운전자본 부담이 커지며, 환율 변동기에는 환헤지 비용이 추가로 붙을 수 있다. 불확실성이 길어질수록 계약·물류·재무가 동시에 경직된다는 의미다.◇전문가 “미국 기업도 원가 부담 … 25%는 압박 카드일 수 있어”반도체 업종에서는 25%가 그대로 ‘결론’이 되기 어렵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이종환 상명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 교수는 통화에서 “메모리는 한국 비중이 높아 관세가 오르면 미국 기업 입장에서도 원가 상승 부담으로 돌아간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점에서 25%가 실제로 확정되기까지는 변수들이 남아 있고,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압박용 카드” 성격이 강할 수 있다는 취지로 언급했다.다만 기업들이 체감하는 최대 리스크를 묻자 “관세율 자체”라고 말했다. 관세가 25%로 확정되는 순간 가격, 물량, 계약 조건이 한꺼번에 재편될 수 있고, 기업은 최악의 숫자를 기준으로 시나리오를 짤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압박 카드로 끝나더라도, 그 과정에서 투자 결재가 보수적으로 바뀌고 비용이 늘어날 수 있다는 점에서 기업 부담은 현실이라는 의미다.이 교수는 대응 시나리오로 “미국 빅테크 수주가 전제된다면 미국 정부와 협의해 선택적으로 현지 투자를 계획하는 방식”을 언급했다. 고객 수주와 연동된 투자로 관세 변수를 완화할 여지를 만들 수 있다는 취지지만, 대규모 설비를 단기간에 옮기기 어려운 산업 특성상 기업의 선택지가 제한적이라는 한계도 함께 시사한다.업계 관계자는 "국회가 ‘특별법 처리’와 ‘비준 선행’ 공방을 정리하고 심의 속도를 낼 수 있는지와 정부의 대미 협의가 관세 재인상 버튼을 늦추거나 조정할 만큼의 신호를 만들어낼 수 있는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