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긴 장마에 생산지 초토화애호박 252%, 청상추 91%, 시금치 86% ↑가격 오름세 지속될 듯… 업계 "가뜩이나 힘든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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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대급 긴 장마로 밥상 물가가 들썩이면서 외식업계가 비상이다. 계속된 폭우로 농산물 출하에 차질이 생기면서 채소·과일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기 때문이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외식에 대한 수요가 줄어든 상황에서 식자재 인상까지되면서 직격탄이 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10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의 농산물유통정보에 따르면 이날 기준 청상추의 4㎏당 도매가격은 5만8140원으로 한 달 사이 91% 급등했다. 적상추 도매가격도 4㎏당 5만3940원으로 1개월전에 비해 75% 상승했다. 시금치도 4kg당 4만1900원으로 한 달 사이 86% 증가했다. 얼갈이 배추(100%), 애호박(252%)도 급등했다.

    제철 과일 가격도 예년에 비해 올랐다. 이날 기준 토마토는 10kg당 도매가격이 3만220원으로 일년전보다 45% 뛰었고 사과는 6만9875원으로 106%나 폭등했다.

    도매가격의 인상으로 소매가격도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시금치(1kg), 적상추(100g), 청상추(100g)의 소매각격은 한달 사이 각각 29%, 47%, 85% 올랐다. 

    앞서 통계청이 발표한 7월 소비자물가 동향을 살펴보더라도 어류·조개·채소·과실 등 50개 품목 가격을 나타내는 신선식품지수가 1년 전보다 8.4% 올랐다. 2018년 11월 이후 최대 상승폭이다. 신선채소는 1년 전보다 16.5% 생선·해산물과 과일도 각각 6%, 2.2% 상승했다. 봄의 이상 저온 현상, 최근 장마 등 영향으로 농산물 작황이 부진한 상황에서 사회적 거리두기로 농산물 수요는 늘었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매일 먹을거리 장사를 해야 하는 외식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채소 비축량이 있지만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면서 "사태가 장기화될 수 있어 가격이 더 싼 산지를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불황에다 인건비 인상과 코로나19로 인한 매출 감소 등으로 가뜩이나 힘든데 식자재 가격까지 오르면 부담이 클 수 밖에 없다"고 전했다.

    주요 식자재 유통업체에서도 마찬가지다. 식당에 공급하는 가격은 보름에서 한달 단위로 조정하지만 단기간에 가격이 급등하면서 손해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긴 장마로 인해 손실이 발생하면서 정상출하가 불가능한 상황이 발생하기도 하고 손상도에 따라 품질 차이가 많이 나면서 정상 품질 식자재의 가격이 계속 오르고 있다"면서 "경기 남부지역이 상당 부분 물에 잠긴 상태로 과채, 엽채류 일부 품목에 한해 100~200% 가까이 가격이 올랐고 심한 경우 300% 이상 오르기도 했다"고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기록적인 폭우가 내린데다 제5호 태풍 장미까지 북상하면서 당분간 채소·과일 가격이 더 오를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기상청에 따르면 올해 중부지방 장마는 6월24일부터 47일째 이어지고 있다. 사상 처음으로 장마 기간이 50일 넘게 이어진 해가 될 가능성이 크다. 당장 이번 호우로 피해를 입은 농경지는 총 2만6640ha에 달한다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폭우가 쏟아지면서 출하량이 줄어든 것이 도매가 상승을 이끌고 소매가에도 영향을 주기 시작했다"면서 "장마가 계속된다면 출하량이 지금보다 더욱 급격하게 줄 수 있어 가격이 오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한편 추석과 김장철을 앞두고 농산물 가격이 불안정해지자 농림축산식품부는 배추, 무, 상추, 애호박, 깻잎 등 하반기 소비가 많고 민생에 밀접한 주요 농산물 중심으로 수급안정 대책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