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급 동결 합의… "고용안정이 더 중요"일감 30% 축소… 5만여명 중 20% 유휴인력化직무교육-전환배치 시급… 미래변화대응 TF 출범
  • ▲ 현대자동차 서울 양재동 본사 사옥 ⓒ뉴데일리DB
    ▲ 현대자동차 서울 양재동 본사 사옥 ⓒ뉴데일리DB
    현대자동차 노동조합이 올해 기본급을 동결하는 내용의 임금협상 잠정 합의안을 통과시켰다. 코로나19라는 위기 극복을 위해 노사가 힘을 모았다. 11년 만의 임금 동결, 2년 연속 무파업 타결이라는 변화 조짐이 조금씩 나타나기 시작했다는 평가다.

    다만 고용 안정 등 근본 문제는 덮어둔 채 임금 합의만 해 갈등의 불씨가 언제든 재점화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전기차 사업체제로의 전환 과정에서 적잖은 부담이 될 전망이다.

    현대차 노조는 지난 25일 전체 조합원 4만9598명을 대상으로 임협 잠정 합의안 찬반 투표를 실시한 결과 52.8%인 2만3479명이 합의안에 찬성했다. 2만732명(46.6%)이 반대, 5138명(10.4%)은 기권했다.

    타결된 합의안은 기본급을 동결하고 경영성과급 150%, 코로나19 위기 극복 격려금 120만원, 우리 사주 10주와 전통시장 상품권 20만원을 지급하는 내용을 담았다. 특히 임금 동결은 1998년 외환위기와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 번째다.

    이번 임협은 2년 연속 무파업 타결이자 상견례부터 잠정 합의까지 걸린 시간은 40일로 역대 두 번째로 짧다. 코로나19 사태 속에 추석 전 조기타결 기대를 지켜냈다.

    노조 측은 “코로나19로 구조조정, 임금삭감 등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암울한 정세”라며 “사태 대응에 모든 집행의 역점을 두었으며 모범적인 모습을 보였다”고 평가했다.

    이어 “이보 전진을 위한 현명한 선택을 했다”면서 “부족한 것은 내년 임금 및 단체 협약(임단협) 협상을 통해 채워 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 ▲ 현대자동차 전주공장 ⓒ현대차
    ▲ 현대자동차 전주공장 ⓒ현대차
    하지만 속 내용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노사 간 사정은 겉에서 보는 것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 단순히 경쟁력을 키우기 위한 대승적 결단으로 해석하기엔 불안 요인이 적지 않다.

    가장 큰 문제는 고용 안정이다. 당장 내년 초 전용 플랫폼(E-GMP) 기반 아이오닉 5가 나오는 상황에서 갈수록 일자리가 사라질 우려가 크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전기차는 기존 내연기관에 들어가는 엔진, 변속기 등을 배터리와 모터로 대체한다. 1만3000여 개에 달하는 엔진 부품이 모두 사라지고 전장 부품은 필요 없어지게 되므로 일감이 급격하게 줄어들게 된다.

    사업체제가 전기차로 바뀌면 일감은 3분의 1 넘게 감소하고, 최소 7000명이 넘는 잉여 인력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현대차 생산직원의 5분의 1 수준이다. 

    현대차는 울산 1공장 2라인에 연 7만대 넘게 아이오닉 5를 생산할 수 있는 설비를 갖췄다. 공장 2곳은 2024년까지 전기차 전용으로 전환해 연 60만대를 만들어 낸다는 구상이다. 고용안정이 더 이상 미룰 수도, 피할 수 없는 과제인 이유다.

    이번 임협에서 현대차 노사는 △국내 공장 미래 경쟁력 확보 △고용안정 △미래차 산업 변화 대응 △직무 전환 추진 등을 골자로 하는 사회적 선언을 채택했다. 고용 안정과 상생을 위해 공동 노력한다고 밝혔지만, 구체적인 내용을 내놓지는 않았다.

    고용안정위원회와 미래변화대응 태스크포스팀(TFT)이 일자리 논의를 이어갈 예정이지만 노사 양측의 입장 차가 작지 않다.

    노조는 앞서 전기차 전용공장 구축과 모터, 감속기, 인버터 등을 직접 만드는 방안을 사측에 요구했다. 내연기관 일자리 감소에 대안이 있어야 한다고 강하게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같은 현대차그룹 계열사 현대모비스까지 물고 늘어진 것은 그만큼 어떻게 해서라도 일자리를 지키는 게 절박하다는 방증으로 보인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교수는 “임협 타결은 나름 큰 의미가 있지만 현대차 노사 모두 고민이 많을 것”이라며 “내부적으로 불협화음을 낼 우려가 많이 남아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전기차로 전환하게 되면 10명 중 4명은 다른 일을 해야 한다”면서 “엔진 등 동력계 부품이 다 사라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고용 안정을 둘러싼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해 업종 전환 교육을 서둘러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 교수는 “업종 전환 교육과 기존 인력 재배치를 빨리 확신시켜야 한다”며 “머리를 싸매도 해결 방안을 찾기가 쉽지 않은 만큼, 시작점에 서 있는 지금 관련 논의를 본격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와 함께 관련 부품 업체 등 생태계를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내연기관이 사라질수록 부품 업체의 설 자리는 더더욱 좁아지기 때문이다. 한국자동차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현대차 납품업체는 총 359곳으로 집계됐다. 납품액은 25조3995억원에 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