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화학 부문 침체 재무안정성 '흔들'분사 후 공격 투자 본격… 글로벌 탑3 정조준손익분기점 미달… 흑자 달성 따라 시기 확정될 듯
  • ▲ SK이노베이션 배터리 셀. ⓒSK이노베이션
    ▲ SK이노베이션 배터리 셀. ⓒSK이노베이션
    LG화학에 이어 SK이노베이션도 배터리 부문 분할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후발주자로 진입한 만큼 보다 공격적인 투자를 단행하기 위해서는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관측이다.

    국제유가 급락, 코로나19 팬데믹 여파 등으로 석유, 화학사업 부진에 따라 기댈 곳이 줄어든 만큼 독립 후 투자를 받겠다는 것이다. 다만 영업성적이 손익분기점을 채 넘기지 못한 만큼 시기를 예단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은 배터리사업 부문 분할이 확정 단계가 아니라고 밝히고 있다. 아직 운만 띄운 단계다.

    배터리 부문 분사 이슈는 지동섭 SK이노베이션 배터리 부문 대표의 발언이 도화선이 됐다. 앞서 지동섭 대표는 지난달 '인터배터리 2020'에 참석해 "배터리사업 부문 분사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당시 지동섭 대표는 "머릿속에 있는데 구체적으로 일정 잡은 것은 없다"며 "분사 가능성은 재무(부서) 등에서 검토하고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사업 부문 분할이 수면 위로 올라온 것은 투자금을 유치하고 배터리사업을 확장하기 위해서는 사업 분할이 유리할 것이라는 관측 때문이다.

    그동안 막대한 투자금을 마련했던 다른 사업 부문들이 동반 부진에 빠지면서 그 시기가 앞당겨진 것으로 풀이된다.

    캐시카우인 정유와 석유화학사업이 버팀목이 돼야 하는데, 유가 급락과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부진한 것이다. 때문에 배터리 부문을 떼어낸 후 외부 투자자금을 조달하겠다는 복안인 것이다.

    정유 부문의 경우 유가 급락과 정제마진 저하로 올 들어 3분기까지 1조164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으며 화학 부문도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수요 침체로 750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 중이다.

    하지만 SK이노베이션은 글로벌 톱3를 목표로 공격적으로 투자를 단행하고 있다.

    2018년 3분기 서산공장 증설을 완료해 연간 4.7GWh의 생산능력을 확보했으며 헝가리 코마롬 1공장(7.5GWh), 중국 창저우 공장(7.5GWh), 미국 조지아공장(9.8GWh, 2022년 양산 계획)을 보유하고 있다.

    올해 미국 조지아주 내 2공장 설립 투자협약식을 체결했고, 현재 코마롬에 2공장을 건설 중이며 3공장 설립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2023년 조지아 1·2공장, 코마롬 2공장이 완공하면 전체 배터리 생산능력은 85GWh로 확대될 전망이다.

    다만 이 같은 규모의 경제를 갖추기 위해서는 연간 3조원대의 설비투자(Capex)를 단행해야 한다는 점이 부담이다.

    SK이노베이션은 배터리와 배터리 소재 부문에 총 7조6957억원을 투입할 예정으로, 2018년부터 올해 3분기까지 4조1764억원을 투자했으며 앞으로의 상황에 따라 추가 투자를 단행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영업성적 부진과 배터리 부문 투자 지속이 겹치면서 재무안정성도 흔들리고 있다.

    3분기 기준 SK이노베이션의 부채는 모두 23조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9조원에 비해 3조8251억원(19.4%) 불어났다.

    이 가운데 외부 차입금은 13조원으로 같은 기간 9조원에서 3조7744억원(39.8%) 증가했다. 부채비율과 차입금의존도는 각각 149%, 84.0%로 전년대비 49.9%p, 36.3%p 악화됐다.

    올 들어 매분기 배터리 3사 가운데 부채 규모 최대, 부채비율 최고, 부채비율 증가폭 최대를 기록 중이며 차입금 역시 최대 규모, 최고 의존도 및 증가폭을 기록하고 있다.

    유동비율 감소폭 역시 가장 크다. 특히 올 들어 단기차입금 비중 증가폭이 전년대비 10%p 이상 유지되면서 유동성 리스크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 ▲ SK이노베이션 배터리 생산능력. @SK이노베이션
    ▲ SK이노베이션 배터리 생산능력. @SK이노베이션
    설비투자를 단행해야 하는 시점에 재무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는 점이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는 만큼 보유 지분 매각 등 유동성 확보를 위한 다양한 방법을 찾고 있다.

    배터리 분리막 자회사인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를 9월 사모펀드 프리미어파트너스를 대상으로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추진하기로 결정했다. 총 조달금액은 3000억원 규모로, SK이노베이션의 SKIET 지분율은 기존 100%에서 90%로 조정된다.

    뿐만 아니라 알짜 자회사인 SK루브리컨츠의 지분 매각을 추진 중이다. 씨티글로벌마켓증권을 주관사로 선정하고 SK루브리컨츠 지분을 최대 49% 매각한다는 계획이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LG화학과 마찬가지로 전지사업 분사 고민을 털어놓은 만큼 재무 부담 해소에 집중할 가능성이 높다"며 "SKIET 상장과 사업부 매각 등을 통해 배터리 투자 여력을 확보하지 않을 경우 투자자에게 배터리 성장 비전을 납득시키기 어려울 것"이라고 진단했다.

    다만 SK이노베이션 측은 구체적인 시기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고 있다. 독립된 법인으로 자립하기 위해서는 매출을 늘려 흑자전환 구조로 변모해야 하는데, SK이노베이션은 미국 공장 건설 등 조 단위의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는 시기로, 당분간 적자구조를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결국 배터리 부문 흑자전환을 얼마나 빨리 이뤄내느냐에 사업 분할 시기가 달려있는 셈이다.

    대신증권과 신한금융투자의 실적 전망치를 보면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부문은 ▲올해 영업손실 4305억원 ▲2021년 3115억원 ▲2022년 2370억원 등으로 당분간 마이너스(-) 상태가 이어질 전망이다.

    내부적으로도 폭스바겐, 포드 쪽 배터리 물량을 맡게 될 미국 조지아주 공장이 준공되는 시기인 2022~2023년은 돼야 흑자전환을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SK이노베이션 측은 "배터리사업 부문 분사에 대해 장기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SK이노베이션은 지배구조상 SK그룹의 중간 지주사 형태로, 배터리 사업 부문을 물적분할하는 건 자연스러운 과정이라는 시선이다.

    그룹 지주사인 SK㈜가 SK이노베이션의 지분을 33.4% 갖고 있는 가운데 SK이노베이션 아래에는 △SK에너지 △SK종합화학 △SK루브리컨츠 △SK인천석유화학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 △SKIET 등 6개 자회사가 있다.

    이미 지주회사 체제인 만큼 투자자들의 거부감은 LG화학 때보다는 덜 할 것이라는 게 증권가 애널리스트들의 예상이다.

    또 다른 관계자는 "사업 지주회사라는 사실 자체가 시장에서는 사업 분사를 하게 되면 물적분할을 하게 될 것이라는 시그널"이라며 "6개 자회사에 자회사 하나가 추가되는 형태로, 기존 SK이노베이션 주주들은 큰 변화를 체감하지 못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재계 한 관계자는 "배터리 분리막 회사인 SKIET도 물적분할을 통해 지난해 SK이노베이션의 100% 자회사로 추가됐다"며 "배터리도 어느 정도 성장궤도에 올라가면 기존 정유·화학, 소재회사가 물적분할된 것처럼 자회사로 분리할 것이라고 예상하는 사람이 많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