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충전기 2000만가구 보급… 버스·화물차 등 친환경차 전환신재생에너지 확대·저탄소 신산업 육성… 기후대응기금 조성전환과정서 일부 기업 도태 불가피… 재취업 등 근로자 보호도
  • ▲ 온실가스.ⓒ연합뉴스
    ▲ 온실가스.ⓒ연합뉴스
    정부가 오는 2050년까지 탄소 배출이 없는 '탄소중립'을 실현하기 위해 신재생에너지를 확대하고 이차전지 등 저탄소 신산업을 집중 육성하기로 했다. 탄소에 가격을 매길 수 있게 관련 세제와 부담금도 종합적으로 검토한다.

    전환과정에서 도태되는 산업과 기업을 위해 기업구조혁신펀드를 확대하고, 피해 산업과 노동자를 위해 직업훈련과 재취업 지원 활동도 강화한다.
    하지만 탄소배출 분야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 화력발전소 등에 대한 감축 방안이나 막대한 전기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탈원전 정책 철회 등과 관련한 언급은 없었다.

    정부는 7일 이런 내용을 담은 '2050 탄소중립 추진전략'을 발표했다. △내연기관차 친환경 가속화 등 발전소·건물·수송분야 경제구조 저탄소화 △차세대 전지 핵심기술 확보 등 저탄소 산업생태계 조성 △탄소중립 사회로의 공정전환을 3대 정책방향으로 제시했다.

    ◇경제·산업구조 저탄소 체계로 전환

    정부는 먼저 기존 화석연료를 신재생에너지로 전환하기로 했다. 석탄, 액화천연가스(LNG) 등 기존 발전원에는 기후·환경 비용을 포함한다.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기 위해 이산화탄소 포집·저장·활용(CCUS) 기술을 개발한다. CCUS 기술은 2030년 산업계 적용을 목표로 상용화 로드맵을 수립한다.

    효율 35% 이상의 최고효율 태양전지, 초대형 터빈(12㎿), 부유식 풍력, 가상 발전소 등 차세대 기술을 확보해 재생에너지·수소·에너지 정보기술(IT) 등 3대 에너지 신산업을 육성한다.

    산업부문은 철강, 석유화학 등 탄소배출이 많은 업종에 수소환원제철 및 전기로, 이산화탄소(CO₂) 회수 신기술 등을 적용해 저탄소화를 촉진한다.

    수송부문은 버스·택시·화물차 등을 전기·수소 등 친환경차로 전환하도록 지원한다. 전국 2000만 가구에 전기차 충전기를 보급한다. 전국의 공공부지, 주유소 등을 활용해 수소충전소 2000여곳을 구축한다. 초고속철도망 등의 인프라 확충을 통해 대중교통 이용률도 높인다.

    도시·국토 관리차원에선 기존 건축물의 그린리모델링, 신규 건축물 제로에너지화를 추진한다. 건물의 탄소배출량을 전 생애 주기로 관리하는 탄소중립도시도 조성한다.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과 산림, 갯벌 등 생태자원을 활용한 탄소흡수 기능도 강화한다.

    관련 신산업도 육성한다. 고성능 리튬이차전지 등 차세대전지 핵심기술을 확보하고 전기차 등에 사용되는 저전력 반도체 시장을 선점한다. 탄소중립의 핵심연료인 그린수소 활용을 2050년까지 80% 이상으로 확대한다. 그린 스타트업에는 기술개발은 물론 금융 지원을 늘린다. 울산(CO₂ 자원화), 광주(그린에너지 ESS 발전), 강원(액화수소) 등 현재 11곳이 지정된 저탄소·친환경 분야 규제자유특구도 지속해서 확충한다.
  • ▲ 재생에너지.ⓒ연합뉴스
    ▲ 재생에너지.ⓒ연합뉴스
    ◇녹색 금융 지원 확대 등 재정 지원

    정부는 탄소중립 실현을 지원하기 위해 기후대응기금을 신설한다. 부처별 성격이 비슷한 기금의 통폐합을 우선 추진한다.

    탄소에 가격을 매길 수 있는 세제와 부담금, 배출권 거래제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탄소 가격 체계도 재구축한다. 정부 사업이 탄소 감축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평가하는 탄소인지예산제도도 도입한다.

    녹색분야 금융지원도 확대한다. 정책금융기관의 녹색분야 자금지원 비중을 현재 6.5%에서 2030년 13%까지 늘린다. 또한 20조원 규모의 정책형 뉴딜펀드를 마중물로 삼아 시중자금의 녹색투자 확대를 유도한다는 구상이다.

    탄소중립 전환 과정에서 도태되는 기업의 부실이 실물경제에 영향을 주지 않게 기업구조혁신펀드를 확대해 구조조정도 지원한다. 아울러 기업의 환경 관련 정보공개 공시의무도 단계적으로 강화한다.

    ◇고용불안 우려… 맞춤형 재취업 교육 마련

    정부는 탄소중립 전환과정에서 필연적으로 피해 산업과 노동자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보고 취약 산업·계층 보호대책도 마련하기로 했다. 축소될 석탄발전, 내연기관차 산업은 연구·개발(R&D)과 인수합병 자금을 지원해 사업전환을 지원한다. 맞춤형 직업훈련·재취업 지원 활동도 강화한다. 내연기관차 부품업계에는 총 2800개 업체, 25만명의 노동자가 있다.

    정부는 신(新)유망 저탄소 산업생태계 조성의 하나로, 'K-순환경제 혁신 로드맵'도 마련한다. 먼저 재생원료 사용을 극대화하기 위해 주요 원료의 순환 로드맵을 수립한다. 철강·플라스틱을 대체하는 혁신 소재를 개발하고, 전기차 폐배터리, 태양광 폐패널 등 미래 폐자원 재활용체계도 구축한다. 또한 탄소중립의 제도적 기반을 강화하고자 '배출권 거래제 기술혁신·이행 로드맵'도 수립한다.
  • ▲ 탄소중립 당정협의.ⓒ연합뉴스
    ▲ 탄소중립 당정협의.ⓒ연합뉴스
    앞서 더불어민주당과 정부는 국회에서 협의회를 열고 '2050 탄소중립' 목표와 관련해 어려운 과제지만, 적극적으로 선제 대응하지 않으면 삼류국가로 전락할 수 있다며 관련 입법 추진 등 '속도전'을 예고했다. 당정은 탄소중립이 거스를 수 없는 전 세계적 흐름이자 국가 생존전략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2050년 탄소중립 선언과 함께 취임 후 100일 이내 세계정상회의를 설립, 감축목표 상향을 논의할 계획"이라며 "제대로 대응하지 않으면 주력산업의 수출제한과 세계 시장 배제로 삼류 국가로 전락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 회의 겸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탄소중립은 제조업 중심의 산업구조, 높은 화석연료 비중과 무역의존도 등 우리 여건을 고려할 때 매우 도전적인 과제"라면서 "패러다임 전환의 기로에서 기회를 선점할 수 있게 선제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이번 정부의 대책에 탄소배출과 떼려야 뗄 수 없는 탈원전 정책 관련 언급은 없었다고 지적한다. 여러 불리한 입지조건과 낮은 이용현황을 고려할 때 신재생에너지 확대에 한계가 있는 상황에서 배출권 강화 등의 정책은 결국 기업의 일방적인 희생 강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