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중앙선 복선전철 개통식서 EMU 전기열차 시승원전 없앨수록 열차 운행에 필요한 전력생산시 탄소 배출↑BH, 그린뉴딜·탄소중립 홍보차 VIP 행사로 진두지휘 '눈총'
  • KTX 이음 지켜보는 문재인 대통령.ⓒ연합뉴스
    ▲ KTX 이음 지켜보는 문재인 대통령.ⓒ연합뉴스
    청와대가 한국판 뉴딜을 선전하려고 장관급 행사로 예정됐던 철도 개통식을 브이아이피(VIP) 주관 행사로 격상하면서까지 홍보에 열을 올렸지만, 탈원전 정책에 빛이 바랬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행사는 지난해 12월 '탄소중립'을 선언했던 문재인 대통령이 저탄소·친환경 열차를 시승한다는 게 핵심 시나리오였다. 하지만 탈원전 정책으로 말미암아 새로 도입한 열차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국민 누구나 체감할 정도로 크게 줄어들지 않았다는 게 에러라는 지적이다.

    5일 한국철도공사(코레일)와 국가철도시설공단(철도공단)에 따르면 전날 강원도 원주역에서 중앙선 원주~제천 구간 복선전철 개통식이 열렸다. 이번 행사는 애초 국토교통부 장관 주관행사로 계획됐으나 청와대가 VIP 행사로 격상하면서 문재인 대통령의 새해 첫 경제 일정으로 눈길을 끌었다. 문 대통령은 원주역에서 새로 도입한 준고속열차 'KTX-이음'(EMU-260)을 시승했다. 전동차마다 엔진을 장착하는 EMU(한국형 동력분산식 고속전철)는 전동차의 맨 앞쪽과 뒤쪽에만 동력원을 연결하는 기존 동력집중식보다 가·감속 능력이 좋아 정차역 간 간격이 좁아도 빠르게 속도를 높일 수 있다. 이런 장점 때문에 점진적으로 기존 고속철도(KTX·SRT)를 대체해 나갈 것으로 기대된다.

    청와대는 보도자료를 내고 문 대통령이 탄 KTX-이음이 저탄소·친환경 열차임을 강조했다. 한국판 뉴딜 중 그린뉴딜과 지난달 정부가 발표한 '2050 탄소중립 추진전략'을 부각하려는 의도였다. 문 대통령도 시승식에서 "도로가 20세기 경제발전 동맥이었다면 21세기 경제·사회 발전의 대동맥은 철도"라며 "그린 뉴딜, 디지털 뉴딜, 지역균형 뉴딜을 뒷받침하며 일상의 대전환을 이끄는 힘이 철도에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일각에선 이날 청와대의 행사 기획 의도가 현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발목이 잡혀 빛이 바랬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코레일이 밝힌 KTX-이음의 탄소배출량은 승용차의 15% 수준에 불과하다. 국제철도연맹(UIC) 자료를 보면 탄소배출량은 승객 1명을 1㎞ 이동시킬 때 발생하는 이산화탄소(CO₂)의 양을 기준으로 한다. 승용차 115gCO₂/인킬로(人kilo), 버스 30gCO₂/인킬로, 항공 153gCO₂/인킬로, 고속철도 17gCO₂/인킬로 등이다. KTX-이음은 기존 고속철도를 준용했다.
  • KTX 시승한 문재인 대통령.ⓒ연합뉴스
    ▲ KTX 시승한 문재인 대통령.ⓒ연합뉴스
    문제는 KTX-이음을 기존 디젤기관차와 비교했을 경우다. KTX-이음과 디젤기관차는 좌석 수가 달라 직접비교가 어렵다. 보정을 거친 KTX-이음의 탄소배출량은 디젤기관차의 70% 수준이다. 배출량이 다소 줄긴 했으나 획기적으로 줄었다고 보기 어려운 셈이다. 일부 철도전문가는 70% 수치를 두고 "(코레일이) 디젤기관차가 아닌 KTX와 비교한 것을 혼동하는 것 아니냐"며 "디젤열차와 비교하면 한자릿수 이하로 떨어져야 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탈원전 정책이 정부가 추진하려는 탄소중립에 부메랑으로 돌아오고 있다고 지적한다. 엄밀히 말하면 KTX나 KTX-이음은 전기로 움직이는 열차여서 운행 중 차량 자체에서는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다. 탄소는 전기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생긴다. 즉 디젤기관차가 달릴 때 쏟아내는 이산화탄소의 양이 100이라면 KTX-이음이 같은 구간을 주파할 때 소모하는 전기를 생산하느라 70만큼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된다는 의미다. 열차의 에너지소비효율과 무관하게 발전방식에 따라 탄소배출량이 좌우되는 것이다. 발전 과정에서 탄소 배출이 없는 원전 비중이 클수록 전기열차를 운행할 때 간접 배출되는 탄소배출량이 줄어든다는 얘기다.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이 새로 도입한 저탄소 열차의 탄소배출량 저감에 걸림돌로 작용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진 것. 한 철도전문가는 "원자력발전이 많으면 전기 공급할 때 탄소가 덜 배출될 텐데"라고 아쉬워했다.

    문재인 정부는 탈원전 정책으로 액화천연가스(LNG) 발전 비중을 키우고 있다. 그러나 이는 온실가스 배출에 있어선 오히려 독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따르면 LNG 발전의 이산화탄소 배출계수(g/kWh)는 549다. 석탄(991)의 절반 수준이지만, 원전의 55배에 달한다. 에너지전문가들은 원전과 석탄발전의 빈자리를 가스발전으로 채우는 것은 탄소중립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견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