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담대 신규취급액 역대 최대 … 30대·수도권 쏠림 심화집값 상승에 금리 급등 겹쳐 상환 부담 가중가계부채 압박, 자영업 연체로까지 번진다총량보다 구조 관리가 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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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도 용인 소재 공기업에 근무하는 30대 직장인 A씨의 최근 월급 명세서에는 '실수령액 50만원'이 찍혔다. 몇 해 전 주택 마련을 위해 받은 주택담보대출과 사내대출 원리금이 급여에서 빠져나간 결과다. A씨는 "이자 부담이 커지면서 사실상 월급이 사라졌다"며 "주거비를 줄이려다 생활비부터 걱정하게 됐다"고 토로했다.

    A씨처럼 이른바 '영끌 계산서'를 받아들인 30대가 빠르게 늘고 있다. 집값 상승기에 대출을 끌어다 주택을 매입했지만, 금리 급등 국면에서는 수억원대 대출이 고정비 부담으로 돌아오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가계부채 통계는 이 같은 압박이 특정 연령대와 지역에 집중되고 있음을 수치로 보여준다.

    한국은행이 22일 공개한 차주별 가계부채 통계에 따르면 2025년 3분기 차주당 주택담보대출 신규취급액은 평균 2억 2707만원으로 통계 편제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체 차주당 가계대출 신규취급액도 3852만원으로 전 분기 대비 증가 전환했다. 가계대출 반등의 중심에 주담대가 자리 잡은 셈이다.

    증가세는 30대에 집중됐다. 3분기 기준 30대의 차주당 가계대출 규모는 5365만원, 주담대는 2억 8792만원으로 전 연령대 중 가장 높았다. 40대 역시 주담대 2억 4627만원으로 높은 수준이지만, 30대와의 격차는 2023년 이후 꾸준히 확대되고 있다. 신규 주담대 증가 폭도 30대가 가장 컸다.

    지역별로는 수도권 쏠림이 뚜렷하다. 3분기 수도권 차주의 차주당 주담대 잔액은 2억 7922만원으로 비수도권을 크게 웃돌았다. 주택 가격 수준이 높은 지역일수록 대출 규모와 금리 민감도가 동시에 커지는 구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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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같은 가계부채 압박은 실물경제 전반으로 번질 조짐도 보이고 있다. 고금리와 경기 둔화가 겹치면서 개인사업자 대출 연체율이 최근 1%에 육박하며 통계 집계 이후 최고 수준으로 올라섰다. 특히 매출 규모가 작은 영세 자영업자와 종사자 없는 1인 사업체를 중심으로 연체율 상승 폭이 컸다. 가계의 주거비 부담과 자영업자의 영업 여건 악화가 동시에 진행되며 금융 리스크가 다층적으로 쌓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부담은 잔액에서도 확인된다. 3분기 말 차주당 가계대출 잔액은 9674만원, 주담대 잔액은 1억 5626만원으로 전 분기 대비 모두 증가했다. 잔액 기준 비중은 30·40대가 51.6%, 수도권이 58.9%, 주담대가 51.2%에 달했다. 가계부채의 무게가 특정 계층에 쏠리고 있다는 의미다.

    금리 환경은 30대의 체감 부담을 키우는 핵심 요인이다. 대출 원금 자체가 커진 상황에서 금리가 오르자 월 상환액이 빠르게 불어났고, 주담대는 사실상 '고정비'로 굳어졌다. 소득 증가 여력이 제한적인 30대에게는 금리 변동이 곧바로 가처분소득 감소로 이어진다.

    민숙홍 한은 경제통계 1국 가계부채 DB반 반장은 "30대와 40대의 주담대 신규취급액은 통계 편제 이후 역대 최고 수준"이라며 "이는 주택시장 흐름이 특정 연령·지역에 집중적으로 반영되는 구조를 보여주는 결과"라고 말했다.

    금융권에서는 가계부채 관리의 초점이 총량보다 구조로 옮겨가야 한다고 지적한다. 대출이 30대·수도권·주담대에 집중될수록 금리 충격이나 주택시장 조정 시 위험이 한꺼번에 노출될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다.

    금융권 관계자는 "주담대가 30대·수도권에 집중된 구조에서 금리 인하가 지연될 경우 일부 차주는 소비를 줄이거나 추가 차입으로 버티는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며 "가계부채를 단순 총량이 아니라 연령·지역·대출 유형별로 정밀 관리헤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