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갈등 지속 예상…5G 등 미래기술 심해질듯中성장전략 수출→내수…동아시아 GVC변화 가속韓수출 다변화에 CPTPP 필수…시장개방 영향 제한적脫중국 FDI유치 기회… 文정부 반기업 정서 걸림돌
  • ▲ 바이든-시진핑.ⓒ연합뉴스
    ▲ 바이든-시진핑.ⓒ연합뉴스
    미국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해도 미·중간 무역갈등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샌드위치처럼 양국 사이에 낀 한국의 발빠른 대응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과 양질의 외국인직접투자(FDI)를 유치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19일 내놓은 KDI 포커스 '바이든 시대 국제통상환경과 한국의 대응전략'에서 "바이든 시대에도 미·중 갈등은 지속될 것"이라며 "중국을 견제하고 5G(5세대 이동통신), 인공지능(AI) 같은 미래 기술 분야에서 미국 중심의 세계 가치사슬(GVC)을 강화하려는 바이든의 통상정책은 특히 전자산업을 중심으로 한·중·일 3국이 긴밀히 연결된 동아시아 GVC의 변화를 가져올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KDI는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세계의 공장 역할을 했던 중국의 성장전략이 수출 중심에서 내수 위주로 변화하고 있고, 이런 중국경제의 구조 변화는 무역축소 효과를 통해 동아시아 GVC에서 중국 비중을 감소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바이든 행정부가 미래 기술의 주도권 확보를 위해 미국 중심의 GVC 재편 전략을 펼치며 트럼프 행정부가 다루지 못한 기술 탈취 등 지식재산권 위배와 중국정부가 단기간에 해결하기 어려운 국유기업보조금 문제를 제기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바이든 행정부가 특히 중국에서 생산된 전기·전자 제품의 미국 수출을 어렵게 하면 동아시아 GVC에서 중국의 비중은 더 줄어들 거라는 분석이다. 2019년 기준으로 중국 전기·전자 산업의 수출입 비중은 전체의 25%쯤이고 이 중 집적회로의 수입 비중은 전기·전자산업 수입의 절반을 웃돌 만큼 중요하다.

    KDI는 대외의존도 특히 대중국 무역의존도가 높은 한국으로선 바이든 행정부 출범이 위기이자 기회가 될 수 있다고 했다. KDI는 동아시아 GVC에서 중국의 비중이 줄어드는 변화에 발 빠르게 대응하기 위해 CPTTP 가입을 서둘러야 한다고 제언했다. 일본 주도로 2018년 12월 발효된 CPTTP는 중국을 견제하고 미국 중심의 새 국제무역규범을 만들기 위해 미 오바마 행정부가 주도한 TPP를 골격으로 한다. KDI는 "동아시아 GVC에서 중국의 비중 감소는 한국의 전기·전자, 화학, 자동차부품산업 수출 등에는 부정적이지만, 베트남 등 아세안 국가 중심의 새로운 GVC 등장은 기회 요인으로 다가온다"면서 "CPTPP 가입은 중국 의존도를 낮추고 시장을 다변화하는 데 매우 효과적인 정책"이라고 강조했다.
  • ▲ 수출.ⓒ연합뉴스
    ▲ 수출.ⓒ연합뉴스
    KDI는 일각에서 우려하는 CPTPP 가입에 따른 시장개방과 수산보조금 등의 문제에 대해 크게 우려하지 않아도 된다고 판단했다. 먼저 시장개방은 CPTPP가 관세 철폐 등 매우 높은 수준의 시장자유화를 요구하지만, 한국이 맺은 기존 자유무역협정(FTA)과 비교하면 유사한 수준이어서 한국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거라고 봤다. 민감한 농식품분야의 경우 CPTPP를 주도한 일본의 관세철폐율(76.2%)이 한국의 기존 FTA 자율화율(78.4%)보다 낮은데다 CPTPP 가입국중 한국과 FTA를 맺지 않은 나라는 멕시코가 유일하다는 것이다.

    국영기업에 대한 의무조항으로 산업은행 등을 통한 정책금융 역할이 제한될 수 있다는 염려에 대해서도 KDI는 CPTPP가 국가나 세계의 경제위기 상황에 대응하기 위한 국영기업 등의 일시적 조치를 예외로 인정하고 있고, 제조업체에 대한 산업은행 등의 보조금은 세계무역기구(WTO) 보조금 협정 대상이어서 국내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판단했다. 강화되는 수산보조금 규제도 어업면세유 등 연료보조금은 금지 대상에서 빠져 있다고 부연했다. 오히려 KDI는 "CPTPP에서 배제될 경우 누적원산지를 적용받지 못해 한국 중간재 수출에 중장기적인 피해가 예상된다"며 "특히 일본과의 무역경쟁에서 뒤처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CPTPP는 회원국에서 생산된 어떤 중간재도 CPTPP 수출국의 자국 생산품으로 인정하는 누적원산지 제도를 채택한다. CPTTP에 가입하지 않으면 우리 중소기업의 수출경쟁력이 CPTTP 회원국보다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KDI는 "CPTPP 가입을 통해 한국 공공부문의 비효율적 투자 관행과 보조금교부제도 등이 개선될 필요가 있다"면서 "최근 중국이 CPTPP에 관심을 표명했지만, CPTPP 규범에는 중국이 수용하기 힘든 조항이 많아 협상이 이뤄져도 오래 걸릴 수 있으므로 한국이 최소한 중국보다는 먼저 가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 한국과 중국의 FDI 도착액 비교.ⓒKDI
    ▲ 한국과 중국의 FDI 도착액 비교.ⓒKDI
    KDI는 동아시아 GVC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FDI를 적극 유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GVC 변화는 한국의 수출 전망 불확실성을 높이는 만큼 양질의 FDI를 유치함으로써 한국경제의 지속적인 성장에 필요한 투자를 늘리고 새로운 GVC 환경에서 한국의 비중을 높여야 한다고 역설했다. KDI는 바이든 정부의 중국 압박은 한국의 FDI 유치에 기회가 될 거라는 견해다. 여전히 매력적인 중국시장을 포기할 수 없는 다국적기업으로선 미국의 탈중국 압박으로 딜레마에 빠질 수 있고 이때 한중 FTA를 맺은 한국이 새 투자처로 주목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KDI는 "2015년 발효된 한중 FTA의 무관세화 속도를 높이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미·한EU FTA에 비해 더딘 무관세화 시점을 앞당겨 중국시장을 겨냥한 FDI를 유치해야 한다는 것이다. KDI는 "한국은 한미·한중 FTA를 모두 맺은 만큼 한국 시장을 중심으로 미국과 중국 시장을 연결하는 전략도 고려해볼 수 있다"고 밝혔다.

    KDI는 한중 FTA 무관세화가 중국 의존도를 더 높일 수 있다는 염려에는 수출입 시장의 다각화를, CPTPP 가입에 따른 무역자유화가 생산성 낮은 기업의 퇴출과 실업 문제를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에는 복지정책 강화를 각각 대책으로 제시했다.

    문제는 문재인 정부의 반기업 정서다. 각종 규제로 기업 경영하기 어려운 환경을 조성하면서 외국인 투자는 줄고 국내기업도 해외 투자로 계속 눈을 돌리는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한국에 대한 FDI 규모는 2018년 269억 달러, 2019년 233억3000만 달러, 지난해 207억5000만 달러로 집계됐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듬해인 2018년부터 두자릿수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2019년 말 현재 우리나라의 FDI가 유입보다 유출이 5배쯤 더 많다. 정부가 세금만 올리고 기업하기 어려운 환경을 조성하니 투자가 외국에 공장을 짓는 쪽으로 빠져나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