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일인 김범석으로 변경 … 총수 없는 기업 5년 만에 종료내부거래 25%·계열사 90% 구조 … 공시·사익편취 규제 본격 적용물류 투자·계열사 확장 영향 불가피 … 속도 경쟁력 시험대
  • ▲ 김범석 쿠팡Inc 의장 ⓒ쿠팡
    ▲ 김범석 쿠팡Inc 의장 ⓒ쿠팡
    공정거래위원회가 29일 김범석 쿠팡Inc 의장을 쿠팡의 동일인(총수)으로 지정했다. 동생인 김유석 부사장의 경영 참여 정황이 확인되며 법인 동일인 예외 요건이 깨진 데 따른 조치다.

    이로써 쿠팡은 5년간 유지해온 총수 없는 기업 지위를 내려놓고 총수 중심 대기업집단으로 전환됐다. 이에 따라 내부거래 공시와 사익편취 규제가 적용되면서 사업 전반에 규제 변수가 부상했다. 속도를 앞세운 기존 성장 방식에도 일정 부분 제약이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날 공정위 발표에 따르면 쿠팡은 공시대상기업집단 가운데서도 외형 성장을 빠르게 이룬 대표 사례로 꼽힌다. 쿠팡의 자산 총액은 27조1970억원으로 전년(22조2700억원)대비 5조원 가량 증가했고 계열사 수는 16개로 동일하다. 이에 따라 집단 순위도 25위에서 22위로 상승하며 20위권 초반에 안착했다.

    쿠팡의 성장은 계열사 간 유기적인 연계 구조에서 비롯된 것으로 분석된다. 쿠팡은 물류·배송·풀필먼트·결제 기능을 계열사별로 분리 운영하며 사업 효율성을 높여왔다.

    업계에 따르면 내부거래 비중은 25.8%로 집단 내 상위권 수준으로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CLS) 등 일부 핵심 계열사의 경우 내부거래 비중이 90%를 웃도는 구조를 보이고 있다. 동일인 변경 이후에는 이러한 내부거래가 공시 및 규제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도 주목된다.

    이 같은 구조를 바탕으로 빠른 의사결정을 통해 물류 투자와 서비스 확장을 이어온 만큼 규제 적용 이후에는 부담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특히 내부거래 비중이 높은 물류 투자나 계열사 간 사업 확장은 규제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을 가능성이 크다.
  • ▲ 쿠팡 ⓒ뉴데일리
    ▲ 쿠팡 ⓒ뉴데일리
    또 동일인 지정으로 총수 일가와 계열사 간 거래에 사익편취 규제가 적용된다. 일정 규모 이상의 내부거래는 이사회 의결과 공시를 거쳐야 하며, 본인과 친족의 지분 보유 및 거래 내역도 공시 대상에 포함된다.

    특히 배우자와 4촌 이내 혈족, 3촌 이내 인척이 지배하는 회사까지 계열사로 편입되면서 공시 및 규제 범위가 확대된다. 자료 제출 과정에서 누락이나 허위가 있을 경우 형사 처벌로 이어질 수 있어 총수 개인의 책임 부담도 커질 전망이다.

    이에 따라 내부거래 구조를 재설계하거나 계열사 역할을 조정해 규제 영향을 줄이려는 움직임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공시 의무 확대와 규제 대응 비용 증가도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업계 관계자는 "플랫폼 기업은 속도가 경쟁력인데 규제는 그 속도를 늦추는 요소"라며 "쿠팡 역시 투자 시점과 규모, 구조를 보다 보수적으로 조정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동일인 지정이 기업의 글로벌 구조와 투자 환경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본다. 실제로 미국 정치권에서도 쿠팡 관련 규제 움직임에 우려를 표하며 항의 서한을 보낸 바 있다.

    일각에서는 김 의장이 국내 계열사 지분을 보유하고 있지 않고 친족의 출자나 자금 거래도 제한적인 만큼 사익편취 우려는 크지 않다는 시각이 나온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적자가 지속돼 온 쿠팡은 미국 상장 이후 외부 자금을 바탕으로 성장해온 기업"이라며 "지배구조를 둘러싼 규제 접근이 글로벌 기준과 괴리될 경우 투자 심리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동일인 지정은 기업 지배구조를 바로잡는 취지이지만 적용 방식에 따라 시장에 주는 신호도 달라질 수 있다"며 "규제 필요성과 함께 투자 환경에 미치는 영향도 균형 있게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한편 쿠팡은 이번 동일인 지정과 관련해 사익편취 우려는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쿠팡Inc가 한국 법인을 100% 보유하고 국내 법인 역시 자회사와 손자회사를 전부 100% 소유하는 구조로 지배구조가 투명하다는 설명이다.

    또 김 의장과 친족이 국내 계열사 지분을 보유하고 있지 않고 김 의장의 동생 역시 공정거래법상 임원에 해당하지 않는 만큼 경영 참여로 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미국 상장사로서 증권거래위원회(SEC)의 공시 규제를 받고 있는 만큼 이미 엄격한 감시 체계 아래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쿠팡은 "그간 동일인 예외 요건을 충족해왔다"며 "향후 행정소송을 통해 관련 내용을 소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