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분간 집안단속 집중할 듯… 실업률 잡기·경기부양 최우선시다자주의·동맹 회복 강조… 미·중 갈등, 보호무역주의 지속 전망노동·친환경정책 여파 주목… 셰일오일 규제·탄소국경세 도입 예상국제유가 상승·弱달러 등 관측… 韓경제 국제경쟁력 약화 우려도
  • ▲ 취임 선서하는 바이든 미 대통령.ⓒ연합뉴스
    ▲ 취임 선서하는 바이든 미 대통령.ⓒ연합뉴스
    미국 우선주의 '트럼프노믹스' 지고 친환경·다자주의 '바이드노믹스' 뜬다.

    조 바이든 당선인이 20일(현지 시각) 낮 워싱턴DC 연방의사당에 마련된 야외무대에서 제46대 미국 대통령에 공식 취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통합 없이는 평화도 없다"며 산적한 난제를 해소하기 위해 단합을 강조했다. 그는 또 국제사회 현안에 대해 미국이 적극적으로 관여하겠다면서 트럼프가 흔들어놓은 동맹을 복원하겠다는 견해를 재확인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우선 코로나19 극복, 일자리 회복 등 미국 내부 현안 해결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말 미국의 실업률은 6.7%로 치솟았다. 코로나19 이전에는 3.5%로 1969년 이후 최저수준이었다. 바이든 행정부는 당분간 금리 조정없이 대규모 경기 부양책을 쓸 것으로 보인다. 먼저 1조9000억 달러(2100조원쯤) 규모의 부양책을 추진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바이든 행정부가 1분기 이내에 1조1000억 달러(1213조원쯤) 규모의 추가 부양책을 추진할 것으로 예측했다.
  • ▲ 수출용 컨테이너.ⓒ연합뉴스
    ▲ 수출용 컨테이너.ⓒ연합뉴스
    바이든 행정부 출범은 세계 통상질서에도 변화를 예고한다. 바이든은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를 폐기 1순위로 꼽아온 만큼 국제사회에서 트럼프 시대와 차별화한 리더십을 선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최근 내놓은 '바이든 시대 국제통상환경과 한국의 대응전략' 보고서에서 "바이든의 통상정책은 공정무역을 강조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다자주의와 국제규범 준수 △무역협정에서 노동·환경 기준 강화 △미국 중심의 세계 가치사슬(GVC) 강화 △대(對)중국 강경노선 지속 등을 주요 특징으로 꼽았다.

    경제전문가들은 바이든 시대가 대외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는 대체로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의견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바이든이 다자협상주의라서 세계 통상환경 측면에선 유리하다"고 말했다. 이병태 카이스트 경영대 교수는 "바이든이 트럼프 행정부보다 단기 부양책을 더 크게 쓸 거고 경제·사회 전반에 걸쳐 불확실성도 낮아질 것"이라고 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바이든은 후보시절부터 글로벌 교역을 확대한다고 밝혔다. 무역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의 경우 교역이 늘어날 테니 경제 전반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도 "바이든 행정부가 국내 재정 운용을 더 확장적으로 할 수 있다. 수출이 많은 우리나라에 더 낫다"고 거들었다.

    지난해 현대경제연구원은 '바이드노믹스의 특징과 시사점' 보고서에서 "바이드노믹스가 추진되면 한국 수출 증가율은 0.6∼2.2%포인트(P), 경제성장률은 0.1∼0.4%P 추가로 상승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 ▲ 온실가스.ⓒ연합뉴스
    ▲ 온실가스.ⓒ연합뉴스
    그러나 위협요인도 병존한다. 특히 바이든 정부의 친환경 정책은 양날의 검이다. 친환경·미래차 산업 육성은 전기차 배터리 수출 등에 긍정적이다. 반면 바이든의 2050년 탄소중립 선언으로 도입이 예상되는 탄소국경세는 관련 업계의 걱정거리다. 민동준 연세대 신소재공학부 교수는 "바이든 정부의 친환경 정책에 중국 등 여러 나라가 탄소국경세로 타격을 입을 수 있다"며 "철강재 수출량이 많은 한국도 타깃이 될 수 있어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 서울사무소는 최근 공개한 '기후변화 규제가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 분석보고서'에서 미국과 유럽연합(EU), 중국에 탄소국경세가 도입할 경우 한국은 철강·석유·전지·자동차 등 주요 업종에서 연간 5억3000만 달러(6000억원쯤)를 추가로 부담해야 한다고 추산했다.

    국제유가도 꿈틀댄다. 지난해 국제유가는 코로나19 영향으로 원유 수요가 줄면서 급락했다. 하지만 한국은행은 지난 17일 내놓은 해외경제포커스 '최근 국제원자재 가격의 상승 배경 및 전망' 보고서에서 최근 유가 상승 기조가 뚜렷해졌다고 밝혔다. 지난해 골드만삭스는 바이든 행정부가 들어서면 유가가 뛸 거로 전망했다. 친환경 정책으로 셰일오일 규제를 강화하겠다고 밝혀왔던 만큼 생산은 줄고 비용은 오르면 유가가 뛸 거라는 논리다. 유가가 오르면 무역의존도가 높은 한국으로선 생산원가가 오르면서 수출경쟁력이 약화할 수밖에 없다.

    환율 유동성도 변수다. 바이든 행정부가 경기부양을 위해 본격적으로 돈 보따리를 풀면 중기적으로 달러화가 약세를 보일 거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대표적인 안전자산인 달러화 약세는 금융·외환시장에서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자 선호도를 높여 위안화를 비롯한 아시아, 신흥국 통화 가치 강세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 경우 원화도 한동안 강세를 유지할 거라는 시각이 적잖다. 원/달러 환율 하락은 국내 수출기업의 이익 감소와 가격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옐런 장관이 인위적인 약달러 정책을 펴진 않겠다고 했으나 바이든 행정부가 당분간 경기부양을 최우선 정책으로 추진할 것으로 보여 달러화 약세는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