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생활건강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 기록… 16년 연속 성장아모레퍼시픽그룹, 2014년 매출 회귀·영업익 70% 급감코로나 장기화 LG생활건강 해외·아모레퍼시픽 내실 다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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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화장품업계 양대산맥 LG생활건강과 아모레퍼시픽그룹의 희비가 엇갈렸다. 지난해 LG생활건강은 역대 최고 매출을 기록했지만 아모레퍼시픽그룹은 최악의 성적표를 받았다. 이로써 LG생활건강이 아모레퍼시픽그룹을 누르고 처음으로 국내 화장품 매출 1위로 올라서며 만년 2위 딱지를 뗐다.
◇아모레 매출 2014년 회귀·LG생건 사상 최대2일 아모레퍼시픽그룹에 따르면 아모레퍼시픽그룹은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이 4조9301억원, 150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1.5%, 69.8% 감소했다. 지난해 연간 매출이 무려 2014년으로 회귀했다.
아모레퍼시픽그룹 실적 악화의 주범은 주력 계열사인 아모레퍼시픽의 부진이다. 코로나19로 국내외 화장품 시장이 침체되면서 주요 매출처였던 면세점, 백화점, 로드숍 등 오프라인 채널이 감소한 점이 매출과 이익 감소 요인으로 작용했다.
아모레퍼시픽은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이 4조4322억원, 143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66.6%, 20.6% 감소했다. 국내 매출은 2조7064억원으로 23.1% 줄었고 해외에선 16% 감소한 1조7453억원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이니스프리, 에뛰드 등 로드숍 브랜드들의 줄줄이 적자를 기록했다. 한때 효자 브랜드로 성장하던 이니스프리는 지난해 매출이 3486억원으로 전년 보다 37% 줄었고 영업이익도 70억원으로 전년 보다 89% 감소했다. 에뛰드 역시 180억원의 손해를 봤다.
반면 LG생활건강은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매출과 영업이익은 7조8445억원, 1조220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1%, 3.8% 증가했다.
실적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화장품부문의 매출은 6.1% 줄어든 4조4581억원, 영업이익은 8.3% 감소한 8228억원을 기록했다. 반면 생활용품 매출은 25.9% 늘어난 1조8733억원, 영업이익은 63% 증가한 2053억원이다. 음료부문의 매출은 4.3% 증가한 1조5132억원, 영업이익은 26.2% 증가한 1928억원으로 기록했다.
화장품 사업의 경우 성장세가 주춤했지만 생활용품 사업과 음료 사업의 호조가 공백을 메운 덕에 수익성은 끌어올렸다는 평이다.
무엇보다 화장품 사업부 매출은 사상 처음으로 아모레퍼시픽을 넘어섰다. 6개 화장품 브랜드와 샴푸, 바디 제품 등을 합산한 화장품 매출은 5조5524억을 기록했다. 샴푸, 바디 제품을 제외해도 매출 4조4581억원으로 아모레퍼시픽(4조4322억원)을 웃돈다. 이는 샴푸·치약 등 생활용품 기업 이미지가 강했던 LG생활건강이 전통 화장품 업체인 아모레퍼시픽그룹을 추월하는 상징적인 사건이라는게 업계의 평가다. -
◇ 코로나 장기화 전략은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올해 역시 국내외 화장품 시장 전망이 불투명한 가운데 화장품 양대산맥의 올해 전략이 관전 포인트다.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은 연초 신년사에서 글로벌 사업 확장과 내실 다지기, 변화에 대한 대응을 중점 추진 사항으로 제시해 올해도 공격적인 투자와 도전 정신을 강조했다. 이에 따라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해 프리미엄과 글로벌 사업이 성패를 가를 핵심 열쇠으로 보고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LG생활건강은 후, 숨, 오휘 등 프리미엄 화장품을 앞세워 화장품 사업을 육성할 계획이다. 브랜드 경쟁력을 키워 국내외 시장에서 입지를 더욱 공고히 하겠다는 것이다. 해외 시장 공략에도 박차를 가한다. 미래 성장을 위해 아시아 시장을 넘어 전 세계 시장을 대상으로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LG생활건강은 지난해 피지오겔의 아시아와 북미 사업권을 글로벌 제약사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으로부터 인수하는 계약을 완료하며 해외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한층 강화했다. 앞서 미국 생활용품업체 에이본을 인수해 시장 확대 인프라를 확보하기도 했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은 올해 반등을 위한 재정비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은 연초 신년사를 통해 강한 브랜드, 디지털 대전환, 사업 체질 혁신이라는 3대 추진 전략을 실행해 나가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주력 브랜드인 설화수와 라네즈를 본부 단위로 승격, 별도로 분리한 것도 이 같은 일환이다. 설화수는 고가 라인인 자음생 라인에 주력하고 라네즈는 젊은 층을 타깃으로 기능성 전문 브랜드로 육성할 계획이다.
코로나19 여파로 온라인 시장이 커지면서 신속한 디지털 대전환 작업에도 박차를 가한다. 각각의 플랫폼에 최적화된 콘텐츠로 고객과 교감하는 것은 물론, 일하는 방식을 재검토해 디지털 시대의 경쟁 우위를 선점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지난해 네이버, 11번가, 쿠팡, 카카오 등 주요 e커머스 플랫폼과 전략적 협약을 체결한 바 있다
사업 체질 개선을 통해 수익성 있는 성장을 도모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불필요한 비용과 보이지 않는 비효율을 줄여 손익 구조를 개선하고 오프라인 매장의 체질도 개선해 새로운 성공 모델을 구현할 예정이다.
아모레퍼시픽그룹 관계자는 "올해 아모레퍼시픽그룹은 강한 브랜드 육성 및 디지털 대전환, 사업 체질 개선에 박차를 가해 5조6000억원의 매출과 3800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