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원 대상 세미나서 고강도 쇄신 지시"삼성 다운 저력 잃어" … 경영진 반성 지적9년만의 전 계열사 소집 … 리더십 복귀 기대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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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뉴데일리DB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삼성 임원들에게 "사즉생의 각오로 위기에 대처해야 한다"고 질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이 '사즉생'이라는 언급까지 나서면서 현재 삼성이 처한 복합 위기상황에 대해 심각성을 크게 느끼고 있다는 점을 방증하는 것으로 해석된다.17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은 임원 대상 세미나에서 이 회장의 위기관리 메시지를 공유한 것으로 알려졌다.이 메시지를 통해 이 회장은 "삼성다운 저력을 잃었다"고 질책하면서 "사즉생의 각오로 위기에 대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이어 "삼성은 죽느냐 사느냐 하는 생존의 문제에 직면했다"면서 "경영진부터 통렬하게 반성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삼성은 지난달 말부터 삼성전자를 비롯한 전 계열사 부사장 이하 임원 2000여 명을 대상으로 '삼성다움 복원을 위한 가치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이번 교육에는 고(故) 이병철 창업회장과 고 이건희 선대회장 등 오너일가의 경영철학이 담긴 영상이 상영됐고 이 회장의 메시지도 전달됐다. 다만 이 회장이 영상에 직접 등장하지는 않았다.이 회장이 이번 영상에서 전달한 메시지에는 기존의 발언들과 더불어 올해 초 신년 메시지로 내놓으려고 준비했던 내용들도 일부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이 회장은 삼성의 현재 위기 상황에 대한 인식과 더불어 결국 중요한 것은 미래를 위한 투자라는 점도 강조를 거듭했다.그는 "중요한 것은 위기라는 상황이 아니라 위기에 대처하는 자세"라며 "당장 이익을 희생하더라도 미래를 위해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알려졌다.기술 중요성에도 힘을 실었다. 그간에도 이 회장은 기술 중시, 선행투자 등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첫 번째도 기술, 두 번째도 기술, 세 번째도 기술"이라며 기술 경쟁력을 강조해왔다.이어진 세미나에선 외부 전문가들이 바라보는 삼성의 위기 등을 주제로 강연에 나섰다. 이 자리에선 "실력을 키우기보다 남들보다만 잘하면 된다는 안이함에 빠진 것 아니냐", "상대적 등수에 집착해 질적 향상을 못 이루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잇따랐다.세미나에 참석한 임원들은 크리스털 패를 받았다. 여기에는 참석자의 이름과 함께 '위기에 강하고 역전에 능하며 승부에 독한 삼성인'이라는 문구가 새겨졌다.삼성이 연초부터 임원들을 대상으로 '독한 삼성인'을 강조하며 위기관리에 나섰지만 올해 경영 현실도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지난해 메모리 반도체 사업 부진과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AI(인공지능) 반도체 시장 진입에 뒤지면서 고전했던 반도체 사업이 당분간은 전세를 역전하기 어렵다는 전망에 힘이 실린다.TV와 스마트폰 등 주력 사업들의 시장점유율이 전반적으로 하락하고 있다는 점도 삼성이 뼈 아픈 대목이다. 지난해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TV 시장 점유율은 지난 2023년 30.1%에서 지난해 28.3%로 하락했고 같은 기간 스마트폰도 19.7%에서 18.3%로 점유율이 줄었다.다만 미래 준비를 위한 연구개발비와 시설투자비는 지난해 각각 35조 원과 53조 6000억 원으로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재도약을 위한 조직 재정비에도 힘을 실었다. 지난해 연말 인사와 조직개편을 통해 삼성글로벌리서치 산하에 경영진단실을 신설해 그룹사 전반의 미래 전략을 점검하고 디바이스경험(DX)부문에선 미래사업 발굴을 위한 신사업 태스크포스(TF)를 본격 가동해 대형 인수합병(M&A) 등에 나설 가능성을 높였다.삼성이 전 계열사 임원을 대상으로 하는 이번 세미나도 9년 만에 이뤄진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지난 2009년부터 2016년까지는 매년 임원 대상 특별 세미나를 개최한 바 있지만 이후엔 열리지 않았다. 이번 세미나는 다음달 말까지 경기도 용인에 위치한 삼성인력개발원 호암관에서 이어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