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좌초 불운의 사업…고도제한→IMF→분상제 발목 분양전환형 임대로 시작…첫 보증금 25억·월세 500만원 남산·한강 배산임수…재물 마르지 않는 '영구음수' 길지
  • ▲ 한남더힐 전경. ⓒ 연합뉴스
    ▲ 한남더힐 전경. ⓒ 연합뉴스

    지난해 전국서 가장 비싸게 팔린 아파트는 서울 용산구 한남동 '한남더힐'로 조사됐다. 이 아파트는 2014년이후 7년연속 최고매매가를 기록중이다. 2019년 최고가는 한남더힐 전용 244㎡로 84억원이었다. 이는 2006년 실거래가 신고제도 도입이후 역대 최고가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한남더힐 전용 243.642㎡는 지난해 9월4일 77억5000만원(1층)에 거래되며 그해 최고가를 세웠다. 대우건설과 금호산업이 공동시공한 한남더힐은 옛 단국대 부지 11만1511㎡에 지하 2층~지상최고 12층·32개동·총 600가구로 2011년 1월 입주를 시작했다.

    물론 '전국서 가장 비싼 아파트' 명성을 얻기까지 우여곡절도 많았다. 심각한 재정난을 겪고 있던 단국대는 서울 한남동에서 경기도 용인시로 학교를 이전하고, 남은 알짜배기 땅에 아파트를 지어 부채를 털기로 결정했다.

    단국대는 애초 조합아파트로 사업방향을 잡았지만 그 무렵 이 일대가 고도제한구역으로 묶여 좌초되고 말았다. 여기에 IMF외환위기까지 닥치면서 사업은 공중분해 됐고 이후 우리은행PF·포스코건설 등이 2003년·2005년 각각 사업에 뛰어들었지만 번번이 무산됐다.

    그러던 2005년 금호산업이 단국대 용인캠퍼스 신축공사 및 한남동 부지터 사업권까지 수주하며 길이 열렸다. 시간이 지나면서 채권권리가 일부 소멸된 것도 한몫했다.

    그러나 또다시 시련이 찾아왔다. 당초 금호산업은 고급빌라 콘셉트로 고도제한 여건을 극복하려 했지만 이번엔 '분양가상한제'에 발목이 잡혔다.

    고심끝에 꺼내든 카드는 임대모집형 분양이었다. 2009년 2월 분양당시 임대조건은 보증금 25억원에 월세 500만원이었지만 경쟁률은 평균 4.3대 1, 최고 51대 1을 기록하며 완판됐다.

    2011년 입주를 시작한 한남더힐은 의무임대기간 5년의 절반이 지난 2013년 7월 분양전환에 들어갔지만 이 또한 쉽지 않았다. 시행사인 한스자람이 제시한 분양전환 가격이 터무니없이 비싸다고 판단, 입주민들이 또 다른 감정평가법인에 평가를 의뢰하기도 했다. 이때 양측의 감정평가액 차이는 최고 50억원에 달했다.
     
    이처럼 사연이 많은 곳이지만 지은지 10년이 지난 현재까지 한남더힐의 명성은 여전하다. 그도 그럴 것이 한남더힐은 뒤로는 매봉산과 남산이 버티고 있고 앞으로는 한강이 흐르는 대표적 배산임수 지형으로 꼽힌다. 신령한 거북이가 물을 마시는 '영구음수(靈龜飮水)' 길지로 대대로 돈이 넘쳐흐르고 재물이 마르지 않는 터로 알려졌다.

    아파트 명성만큼 입주민 면면도 화려하다. 구광모 LG그룹 회장, 정성이 이노션 고문, 박세창 아시아나IDT 대표, 박용현 두산연강재단 이사장, 최기원 SK행복나눔재단 이사장, 구본완 LB휴넷 대표 등 국내 주요 총수일가와 방탄소년단(BTS) RM·진, 안성기, 이승철, 소지섭, 추자현, 이요원, 한효주, 이영자, 김태호PD, 김은숙 작가 등 유명인이 거주하는 곳으로 유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