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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끌'로 무리하게 내집마련에 나선 서민들이 요즘 걱정과 두려움에 밤잠을 설치고 있다. 금융권에서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금리인상을 추진중이란 소식이 전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17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2월말 기준 은행 가계대출잔액은 1003조1000억원으로 사상처음 1000조원대를 넘어섰다. 이중 전세자금대출을 포함한 주담대잔액이 733조3000억원으로 상당부분을 차지했다.
이는 지난해 집값이 급격히 치솟자 빨리 살수록 이득이란 분위기가 확산되면서 '패닉바잉(공황구매)'에 빠졌고, 곧바로 '영끌매수' 열풍으로 이어진 탓이 크다. 영끌은 '영혼까지 끌어모으다'는 뜻의 신조어로 부동산시장에선 무리하게 대출을 받아 집을 마련했다는 의미로 쓰인다.
문제는 이달들어 주요 시중은행이 주담대 금리를 줄줄이 인상하고 있다는데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 4대 시중은행 주담대 금리는 연 2.52~4.04% 수준으로 지난해 7월말 2.25~3.95% 보다 최저금리가 0.27%p 올랐다. 바로 직전월 25일 금리인 2.34~3.95%와 비교하면 불과 2주일만에 0.18%p 상승한 수치다.
가장 먼저 신한은행이 지난 5일부터 주담대 금리를 0.2%p 올렸고, 이어 NH농협은행이 지난 8일부터 주담대 우대금리를 0.3%p 깎으며 실질적으로 이자를 올려 받았다. 이밖에 우리은행도 주담대 금리인상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주담대 금리인상으로 빚을 내 내집 마련에 나선 '영끌족' 부담이 커진 가운데 향후 부동산가격 등락에 따라 '하우스푸어'로 전락할 위험도 덩달아 높아졌다. 하우스푸어란 집을 갖고 있지만 대출이자 부담으로 빈곤하게 사는 사람을 뜻한다.
실제 최근 집값상승폭이 다소 줄면서 이 같은 우려가 현실로 다가왔다. 매수세가 한풀 꺾이면서 거래량이 줄고 매물이 쌓이고 있다.
한국부동산원 주간매매동향을 보면 서울아파트 매매가격 상승률은 5주연속 둔화했다. 주차별로는 2월1주차 0.10%에서 2주차 0.09%, 3주차 0.08%, 4주차 0.08%로 축소했고, 3월 들어서도 1주차 0.07%, 2주차 0.07%로 상승폭이 미미하게 줄어들고 있다.
최신영 리얼투데이 본부장은 "대출금리가 오르면 집을 사려는 수요자가 줄어 집값이 떨어지기 마련"이라며 "또 이미 집을 담보로 대출을 받았다면 이자부담이 늘어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정부가 늦기 전에 하우스푸어 해법을 내놔야 한다"면서 "자칫 IMF이후 극단적 결단을 하는 하우스푸어들의 사례가 재현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