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뜰폰 가입자 비중 60% 넘어자금력 앞세워 사은품 제공 등 마케팅 과열중소 알뜰폰 사업자 설 곳 없어
  • 국내 이동통신 3사의 자회사들이 알뜰폰(MVNO)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 자본력을 등에 업은 이들이 가입자들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면서 영세한 중소 사업자들은 설 곳이 없게 된 형국이다.

    30일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에 따르면 1월 말 기준 이통 3사 알뜰폰 번호 이동 가입자는 9만 3100건으로 전체 알뜰폰 번호 이동의 63.1%를 차지했다. 이는 지난 2019년 52.2%의 점유율 기록한 것 보다 20%포인트 가량 증가한 수치다.

    이통 3사의 알뜰폰 자회사로 SK텔레콤은 'SK텔링크', KT는 'KT엠모바일'과 'KT스카이라이프', LG유플러스는 'LG헬로비전'과 '미디어로그'를 두고 있다. 1월 번호 이동 순증 가입자는 LG헬로비전·미디어로그가 3만 5400여건, KT엠모바일·KT스카이라이프가 3만 4700여건, SK텔링크가 2만 1200여건으로 집계됐다.

    반면 43개에 달하는 중소 알뜰폰 사업자는 5만 600여 건의 번호이동 가입자를 유치하는 데 그쳤다. 시장 점유율은 2019년 47.8%에서 34.4%로 뚝 떨어졌다.

    중소 알뜰폰 사업자들은 이통 3사의 알뜰폰 자회사들과 마케팅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고 토로한다. 모회사의 자본력을 태워 최대 13만원에 달하는 사은품을 제공하는 구조를 이길 수 없다는 것.

    알뜰폰 요금제와 도매대가 가격이 차이가 작아 수익이 남기기 어려운 중소 알뜰폰 사업자들로서는 가입자를 유치할 유인책이 없는 상황이다. 이들의 번호이동 가입 주력 요금제는 월 3만 3000원 가량의 LTE 데이터·음성 무제한 요금제로, 마진을 남기기 어려운 구조라고 강조한다.

    이에 방송통신위원회가 이통 3사와 자회사를 소집해 과다한 사은품 마케팅을 하지 말 것을 당부하기도 했다. 중소 알뜰폰 업계에서는 시장의 양극화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도매제공을 하는 기간통신사업자를 이통 3사 전체로 확대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통 3사 가운데 SK텔레콤은 도매제공 의무사업자로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도매대가 협상을 벌인다. 도매대가는 알뜰폰 사업자들이 SK텔레콤·KT·LG유플러스 등 이통 3사로부터 통신망을 빌려쓰는 대가로 지불하는 돈이다. SK텔레콤은 올 초 온라인 저가요금제를 출시할 당시 도매대가 요율을 인하한 바 있다.

    한국알뜰통신사업자협회 관계자는 "도매대가가 낮아지면 알뜰폰 사업자들의 원가 부담이 줄어든다"며 "알뜰폰 도매제공 기간통신사업자를 늘리고, 가격 기준도 정부가 정해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