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토에버+엠엔소프트+오트론 통합법인 출범정의선 지분 7.33%, 현대차+모비스+기아 67.9%순환출자해소·대주주 지배력 강화 등 '고차 방정식'
  • '자율주행, 스마트공장, 디지털뉴딜….' 

    다양한 호재를 장착한 현대오토에버에 이목이 쏠린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1일 현대오토에버와 현대엠엔소프트·현대오트론 일부 사업부 합병법인을 출범했다. 

    현대오토에버가 주목 받는 이유는 글로벌 모빌리티 SW 등 미래차 사업 경쟁력 강화와 3사 합병 이슈 뿐만이 아니다.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신호탄이 될 것이란 분석이 나오기 때문이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7.33%를 보유한 현대오토에버 4대주주다.  현대차 등 특수관계인 지분을 합칠 경우 75%에 달한다.

    현대오토에버의 기업가치가 커질수록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선택지가 넓어진다. 

    전문가들은 대주주 지분이 많은 현대오토에버를 활용해 순환출자 해소, 대주주 지배력 강화, 주주이익 강화라는 고차 방정식 풀기에 나섰다는 해석을 내놓는다.   

    예상되는 시나리오는 두가지 정도.

    우선 차세대 먹거리에 관심이 많은 정 회장이 현대오토에버를 미래 모빌리티 사업의 핵심 기업으로 키울 수 있다. 이렇게 되면 현대오토에버의 기업가치는 지금보다 훨씬 높아질 수 있다. 지배구조 개편을 위해 정 회장이 현대오토에버 지분을 팔아 자금을 마련하는 방안도 가능하다. 이 경우에도 주가는 긍정적이다. 주가가 비쌀수록 정 회장의 지분매각 차익이 커지기 때문이다.

    1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현대오토에버는 정 회장의 지분 이외 현대자동차 31.59%, 기아  16.24%, 현대모비스 20.13%를 각각 보유하고 있다. 
     
    정 회장의 현대오토에버 지분은 향후 그룹 지배력 강화를 위한 실탄으로 쓰일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현재 핵심 계열사에 대한 정 회장의 지분은 현저히 낮다. 보통주 기준 현대차(2.62%), 기아(1.74%), 현대모비스(0.32%), 현대글로비스(23.29%) 등이다. 현대차그룹은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구조를 가지고 있다. 

    정 회장이 현대오토에버 지분을 현대모비스에 현물출자하는 식으로 지배력을 확보할 것이라는 해석에 무게가 실리는 이유다. 현대오토에버의 기업가치가 높아질수록 정 회장에게 유리한 구조다.

    김동양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현대오토에버 출범으로 지배구조 개편에 대한 시장 관심이 상승하고 있다"며 "현대오토에버는 그룹 지배구조 하단에 위치하지만, 정의선 회장이 7.33% 지분 보유해 지배구조 이슈에 영향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 현대오토에버는 지난 12일 종가기준 11만9000원에 장을 마쳤다. 코로나19 사태로 2만원대까지 추락했던 주가는 1년새 5배 넘게 올랐다. 2019년 3월 상장 직후 오르내리락 하던 주가는 정부가 디지털 뉴딜 정책을 발표하면서 새삼 주목받기 시작했다. 

    현대오토에버는 차량과 도로를 잇는 사물인터넷 기술과 빅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는 클라우드 기술을 확보하고 있다. 여기에 현대차라는 든든한 울타리 안에 현대차, 현대건설 등 계열사들과의 시너지도 상당하다. 

    이 뿐만이 아니라 현대오토에버는 겹겹의 호재에 장밋빛 전망이 쏟아지고 있다. 

    빅데이터 등의 기술 덕분에 자율주행차 시대가 다가올수록 현대오토에버의 가치가 높아질 것이란 관측이다. 스마트팩토리도 먹거리다. 그룹은 2022년 말 완공을 목표로 싱가포르 주롱 혁신단지에 3400억원을 투자해 현대차그룹 싱가포르 글로벌 혁신센터(HMGICS)를 세운다. 현대차그룹은 HMGICS의 스마트 팩토리 플랫폼 적용 사업을 기반으로 국내외 공장에 플랫폼 구축을 확대해나갈 계획이다. 이 과정에서 현대오토에버가 최대 수혜를 볼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일련의 과정은 정 회장이 그리는 미래차 시대에 대한 대비가 명분이다. 업계에서는 향후 현대차그룹 내에서 현대오토에버의 존재감이 커질 것으로 예상한다. 

    신규 합병법인 출범으로 연간 매출 2조원을, 영업이익은 1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오토에버는 지난해 연결기준 잠정 실적으로 매출 1조5626억원, 영업이익 868억원을 기록했다. 흡수합병된 현대엠엔소프트는 지난해 매출 2727억원, 영업이익 343억원이었다. 같은 기간 현대오트론의 매출은 539억원이었다.

    현대오토에버는 매출 2조 규모의 기존 3사 소프트웨어(SW) 개발 역량을 결집하고 차량·모빌리티를 아우르는 SW·데이터 전문기업으로 변신을 꾀한다는 계획이다. 향후 모빌리티·미래차 비전을 추구하는 현대차그룹과 함께 성장해 나갈 전망이다.

    앞서 현대차그룹은 2018년 지배구조 개편에 나섰지만 미국의 행동주의 헤지펀드 엘리엇의 공격에 자진 철회한 바 있다. 당시 현대차 부회장이었던 정 회장은 "어떤 구조개편 방안도 주주와 시장의 충분한 신뢰와 지지를 확보하지 않고서는 효과적으로 추진되기 어렵다"며 "사업경쟁력과 지배구조를 개선하고 기업가치를 높일 수 있도록 지배구조 개편방안을 보완해 개선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따라서 향후 지배구조 개편은 대주주의 지분율을 높이는 방법보다는 주주 친화적인 방향으로 개편을 추진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유안타증권은 ▲현대모비스를 인적 분할 해 지주사와 사업회사로 나누고 ▲기아차와 현대제철이 보유한 현대모비스 지주사 지분을 대주주가 인수한뒤 ▲대주주가 보유한 계열사 지분을 지주사에 현물 출자해 지주사 지분을 추가로 취득하는 방식이 가장 유력하다고 보고 있다. 

    이를 위해서도 대주주 지분이 많은 현대오토에버의 가치를 키우면 나중에 대주주는 더 많은 지주사 지분을 받을 수 있어서다. 

    최관순 SK증권 연구원은 "현대오토에버는 현대차의 중장기 성장을 위한 소프트웨어를 제공, 운영하는 업체로 현대차와 함께 동반 성장할 것으로 전망한다"며 "현대오토에버의 특수관계자 매출 비중은 90%를 상회하며 경쟁 IT 서비스 업체 대비로도 높다"고 평가했다. 현대오토에버는 모빌리티에 강점을 두고 있는 IT 서비스 업체이기 때문이다. 

    그는 "계열사향 매출은 안정적이며 비교적 수익성이 높은 장점이 있다"며 "3사 합병으로 소프트웨어 경쟁력이 제고됨에 따라 그룹의 위상에 걸맞는 수준으로 현대오토에버의 매출 성장여력이 충분하다고 판단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