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유 70.7%·LNG 20.4% 중동 의존 … 고유가 치명타반도체·전자·자동차·정유까지 원가 인상-납기 지연소비 위축 우려 … 삼성·LG 글로벌 사우스 전략 차질
  • ▲ ⓒ연합뉴스
    ▲ ⓒ연합뉴스
    이란발 중동 긴장이 확전 기로에 서면서 한국 산업계가 다시 ‘호르무즈 변수’에 노출됐다. 해협의 공식 봉쇄가 확인된 단계는 아니지만 선박 피격과 전쟁위험 보험 중단, 운임 급등이 겹치며 에너지·물류 비용이 선반영되고 있다. 한국은 원유 70.7%와 LNG 20.4%를 중동에서 들여오는 구조다. 통항 차질이 장기화하면 에너지 가격 상승이 곧바로 제조원가와 물가, 환율로 전이될 수 있다는 점에서 산업 전반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에너지, 가격이 먼저 뛰었다 … 유가100달러 시나리오 재부상

    2일(현지시간) 기준 국제유가는 급등했다. 브렌트유 선물은 배럴당 77.74달러로 6.7% 상승했고, 장중 82달러대를 기록했다. WTI는 배럴당 71.23달러로 6.3% 올랐다. 유럽 가스 지표 TTF와 동북아 LNG 현물지표 JKM도 약40% 급등한 흐름이 나타났다.

    문제는 ‘수송로+공급원’ 동시 리스크다. 카타르 라스라판 LNG시설 생산 차질로 가스 가격이 더 민감하게 움직였다.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웃돌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한국은 전략비축과 민간 재고를 합쳐 약200일분 내외의 석유 비축 여력이 있다는 평가다. 단기 수급 충격은 완충 가능하다는 의미다. 

    그러나 가격 급등이 지속되면 정유·석유화학·항공·전력 다소비 업종의 비용 부담이 누적된다. 정유는 단기 재고평가이익 가능성이 있지만, 장기화 시 수요 둔화와 정제마진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 석유화학은 납사 원가 상승이 곧바로 마진 압박으로 연결된다.

    ◇물류·보험, ‘봉쇄’ 아니어도 선박이 멈추면 납기가 흔들린다

    이번 국면의 특징은 “법적 봉쇄 여부”보다 “운항 가능성”이 비용을 좌우한다는 점이다. 전쟁위험 보험료가 단기간 급등했고, 일부 선박은 대기·회항을 선택했다. 우회 항로를 택하면 해상운임이 50%~80% 상승하고 운송기간이 3~5일 늘어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물류 지연은 제조업의 납기 리스크로 직결된다. 반도체·전자처럼 고부가 제품은 항공·해상 운송 지연이 고객사 신뢰와 직결된다. 자동차·부품은 선적 지연과 환율 변동이 수출 채산성을 동시에 흔든다. 환율이 동반 상승할 경우 달러 결제 비중이 높은 연료·원자재 비용 부담이 추가된다.
  • ▲ ⓒ연합뉴스
    ▲ ⓒ연합뉴스
    ◇반도체·전자, 글로벌 사우스 시험대 … 車, 사우디 거점·수출 전략에 변수

    중동은 단순 판매 시장을 넘어 전략 거점이다. 삼성전자는 중동 스마트폰 시장에서 약36% 수준을 점유하고 있다. 프리미엄 수요가 강한 지역이지만, 전쟁 리스크가 장기화되면 소비 심리 위축과 제품 믹스 악화 가능성이 제기된다.

    LG전자는 사우디·UAE 중심으로 HVAC·AI 데이터센터 냉각 등 B2B 사업을 확대 중이다. 네옴시티와 같은 대형 프로젝트가 지연될 경우 설치·수주 일정이 늦어질 수 있다. 데이터센터 투자가 조정되면 AI 서버용 메모리·시스템 반도체 수요 변동성도 커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반도체는 직접 수요 충격보다 전력·물류·금융 변수의 간접 영향이 더 크다. 고유가가 인플레이션을 자극하면 금리 경로가 바뀌고, 이는 글로벌 AI 인프라 투자 심리에 부담을 줄 수 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사우디에 연5만대 규모 생산거점 구축을 추진 중이다. 중동 판매 비중이 확대되는 상황에서 군사적 긴장이 장기화하면 공장 가동 일정과 부품 물류, 환율 리스크 관리가 중요해진다.

    르노코리아와 KGM 역시 중동 수출 비중을 늘리고 있어 물류·수요 변동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튀르키예 등 인접 시장도 직간접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거론된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이란 사태는 에너지 가격, 물류비, 환율, 소비 심리가 동시에 움직이는 복합 충격 국면"이라며 "단기 수급은 버틸 수 있어도, 전쟁이 길어지면 한국 제조업의 경쟁력은 ‘원가 방어’와 ‘납기 관리’에서 판가름 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